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최근 원숭이들이 인간처럼 국가를 이루고 살았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중국 속담으로 알려진 조삼모사도 실은 원숭이 나라 정치학의 핵심 이론이었다. 어린 원숭이들에게 제공하는 아침과 저녁 급식 몫을 둘러싸고 정치세력들이 벌인 치열한 다툼에서 비롯되었다.

원숭이 나라도 세금을 거뒀기에 연말정산이 진행됐다. 모두가 더 돌려받기를 원해 정당성이 약한 통치자일수록 ‘13월의 월급’을 선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요즘같이 연말에는 보험 가입으로 나라가 들썩였다. 연금 보험이나 펀드에 가입하면 세금 환급이 늘어난다는 ‘절세 이벤트’다.

언론과 세금단체마저 판촉사원인 양 나섰고, 그만큼 가계 부담이 무거워지고 중도해지로 인한 위험도 뒤따랐지만 오로지 환급액을 키우자는 일념에 중상위층 원숭이들이 보험회사 창구로 몰려갔다.

연구팀은 한반도 남단 원숭이 나라를 집중 탐구했다. 이곳에선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가 어린 원숭이에게 급식과 보육, 늙은 원숭이에게 생활비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일이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연말정산도 변화를 겪었다. 당시 빈약한 복지를 대신해 지출 항목마다 수많은 공제가 존재했는데, 부유한 원숭이에게 혜택을 더 주는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복지 개혁 취지에 맞게 동일액을 깎아주는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자 전설로만 알려졌던 ‘연말정산 파동’이 실제 벌어졌다. 상당액의 세금을 토해내야 했던 상위 10% 원숭이들이 못 살겠다며 아우성쳤다. 자신도 생활이 팍팍한 중간층이라는 주장까지 동원됐다. 세금이 줄어든 대다수 원숭이들은 눈치껏 쉬쉬했기에 나라가 온통 세금폭탄을 맞은 듯했다. 나중에 공개된 비밀문서를 보면, 전체적으로 상위 10%가 1조6000억원을 더 내고, 하위 80%가 4000억원을 덜 낸 하후상박 개편이었다.

진짜 중간층 원숭이들도 마음이 뒤숭숭했다. 일부 세금을 더 내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복지국가로 불렸던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선 복지가 뿌리내린 덕택에 공제 제도가 거의 없었다. 이 원리에 따라 한반도에서도 전 계층 무상보육이 실현되고, 출산장려금과 임신카드 등 출산복지가 도입되자 관련 공제를 정비했다. 그 결과 어린 원숭이가 18세까지 자라는 동안 추가 지원 항목이 생겨 꼼꼼히 따지면 손해가 아니었으나 당장은 전년에 자식을 낳거나 어린 원숭이가 둘 이상인 집에서 세금이 늘었다.

여기에 자식이 없어 혜택은 못 받고 세금만 더 내게 된 싱글들도 규탄에 동참하면서 세금폭탄론이 더욱 타올랐다. 당시 한반도 나라에서 복지국가 바람이 불었지만 그에 걸맞은 ‘연대’ 의식이 부족했다는 게 학자들의 추정이지만, 그래도 수십배의 보육·출산 복지를 받으면서도 일시적인 세금 증가조차 용인하지 않은 이유는 해명되지 않고 있다. 특히 누구보다 스칸디나비아 나라를 동경하던 원숭이 세력들이 이 파동을 주도했다는 건 계속 불가사의로 남을 듯하다.

통치자의 무능도 한몫했다. 자식 유형에 따라 단기적으로 세금이 늘 수 있었고, 싱글들에게 조금 더 내게 하면서도 사전 양해가 없었다. 심지어 과도한 환급 관행을 개선하고자 원천징수를 덜 하고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전년에 비해 세금을 많이 떼었을 땐 환급의 기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를 숨기고 반대의 경우는 미리 잘 설명하라는 게 조삼모사 이론인데도 말이다. 당시 통치자가 군주 집안 출신이라 일반 원숭이들의 세금 정서와 생활 불안에 무감했고, 지도자의 표현 방식이 초현실적이어서 말을 했어도 전달되기 어려웠으리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흥미로운 건 연말정산 파동으로 자치 바람이 분 것이다. 통치자가 원천징수액을 정하지 말고 원숭이 스스로 결정하자는 운동이다. 13월의 월급을 중시하는 원숭이는 미리 세금을 많이 내고, 환급에 초연한 원숭이는 낼 만큼만 내고 돌려받지 않게 되었다. 원숭이 정치학에선 조삼모사 권한을 풀뿌리에게 이전했다는 의미에서, 이를 한반도형 민주주의의 시초로 꼽는다.

어쨌든, 이후 한반도 나라에선 자식 공제가 다시 생겨 부유한 원숭이들도 덩달아 세금 혜택을 누렸다. 또한 원숭이 절반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데, 왜 우리만 세금을 내야 하느냐며 난리를 쳐 국가 세입은 계속 쪼들려야 했다. 연구팀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이다. “공제 대신 복지를 누린 스칸디나비아에선 복지국가가 발전했으나 한반도에선 복지 재정 부족으로 제각각 생존해야 하는 원숭이 시장국가가 자리 잡았다.”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