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사례관리로 새 모델 개발한 노원구



_ 우.찾.사. (우수 사례를 찾는 사람들) 이상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



예상했던 1시간이 훌쩍 지나고 30분이 더 넘었다. 단 하나의 사례를 놓고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시간이다. 지난 6월 20일 오후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성민복지관에 16명의 민간, 공공기관 사례관리 담당자와 전문가가 모였다. 노원구 복지정책과 희망복지지원팀을 비롯해 동주민센터와 복지관 등에서 온 공무원과 사회복지사가 둘러앉았다. 민관 ‘통합휴먼서비스 슈퍼비전’을 위해서다. 통합휴먼서비스(사례관리)란 여러 개의 기관이 협업을 통해 통합적으로 개입해 대상자의 다양한 욕구와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복지서비스 방법이다. 예를 들어 어떤 비행 청소년의 복잡하고 다양한 욕구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관은 물론 학교와 경찰관 등 그 청소년을 둘러싼 여러 개 기관이 함께 개입하는 식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례를 놓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회의를 하고 있는 노원구 통합휴먼서비스(사례관리) 슈퍼비전>




이날도 끝을 알 수 없는 한 사례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음주와 자살시도, 폭언과 방치하는 쓰레기 등으로 같은 다세대주택에 사는 이웃 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는 대상자다. 기초생활수급 생계비의 대부분을 음주로 소진한 후 구청과 주민센터, 복지관 등에 다시 음식물이나 이런 저런 요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몇 번 입원을 해 보았지만 정신과 전문의마저 손을 놓았다.


그러다보니 이날은 정신보건 사회복지 전문가인 권진숙 전 그리스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모셔 ‘슈퍼비전’을 받기로 했다. 미8군 정신과에서 사회복지사로 오랜 기간 활동해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사례관리 전문가다.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슈퍼비전이란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에게 사례를 발표하고,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지도와 자문을 받는 것을 말한다. 한 시간 반이 넘는 슈퍼비전 끝에 담당자와 다른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해법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통합사례관리 알면 ‘찾동’이 보인다


노원구가 이렇게 민간, 공공기관이 협력하는 통합사례관리에 공을 들인 건 지난 해 이맘 때 부터다. 이전에도 노원구청 복지정책과 내에 ‘희망복지지원단’에서 이러한 사례관리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은 인원으로 노원구 전체 모든 사례를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구청과 주민센터 지원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도 많았다. 이러한 어려움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해결해가고 있었다. 

 

노원구는 찾동 사업의 하나로 통합사례관리를 시작하면서 서울시 지침(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지난 해 다른 자치구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싶었다. 지침에 따르면 서울시와 노원구청, 19개 동주민센터에 접수된 모든 사례를 구청 희망복지지원단에서 모아 다시 지역이나 사례가 심한 정도에 따라 동주민센터와 복지관 등에 나누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한 기관에 사례가 몰리거나 다른 기관은 아예 사례가 없는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오동준 월계종합사회복지관 부장(사회복지사)은 “기관들 사이에 실적 경쟁을 벌이게 되면 어떤 기관에만 사례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사례를 의뢰하는 형식이라지만 사실상 어려운 사례를 기피하고 떠넘기게 돼 민간 협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함께 하자고 했다


그래서 노원구는 처음부터 민간 기관들과 머리를 맞댔다. 지난 해 12월 구청 희망복지지원팀과 1단계 사업 중인 2개 동주민센터, 14개 민간 복지기관이 함께 통합사례관리 TF팀을 꾸렸다. 무려 11차례 회의를 갖고 매뉴얼과 각종 양식은 물론 독특한 방법을 개발해 완료 단계에 와 있다. 그렇게 노원구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냈다. 찾동으로 보강된 주민센터 사례관리 역량과 기존의 민간 복지기관 사례관리팀은 각자 사례를 발굴하고 관리하되 함께 관리가 필요한 복잡하고 어려운 사례를 공유하고 같이 풀어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각자의 장점을 살리면서 대상자와 복지 자원을 공유해 중복과 누락을 피할 수 있다. 보다 효율적인 통합사례관리를 하면서 ‘윈윈’ 하는 전략이다.


우려가 없지는 않았다. 노원구 통합사례관리와 같은 긍정적 모델에도 불구하고 찾동 사업이 점차 확대될 경우 인적, 물적 복지 자원이 공공기관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민간 복지기관은 기능과 역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재홍 노원구청 복지정책과 희망복지지원팀장은 “그런 우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통합사례관리를 같이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오히려 민간기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김장 김치라도 더 맛있는 것 주는 게 ‘민관 협업’


여기에 오동준 월계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은 “공공기관은 아무래도 한정된 자원을 필요한 주민들에게 나누는데 공평하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형평성 문제죠. 반면 민간기관은 어떤 주민의 욕구를 상황에 맞게 최대한 충족시키려는 개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같은 김장 김치라도 어려운 이웃에게 고루 나누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김치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과 같아요. 협업이 꼭 필요할 수밖에 없죠.” 이러한 두 가지 원칙은 서로 상충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협업을 통해 보완하고 상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오 부장은 “통합사례관리 같은 협업을 성공적으로 잘해서 서로 존중하고 민간 복지기관도 전문성과 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관은 오랜 기간 쌓아 온 사례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고, 공공기관은 찾동으로 인원과 자원을 확보했다. 이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주민들을 위해 사업을 열심히 펼치면 될 일이다. 노원구청과 14개 민간 복지기관들이 준비해 온 협약서 체결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통합사례관리 과정에서 민간과 공공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서로 존중하기 위해서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1단계 사업중인 월계2동에 있는 월계종합사회복지관. 민간 파트너로 월계2동 주민센터와 매월 2회씩 통합사례관리 회의를 갖고 있다>


노원구 찾동 사업은 현재 1단계로 하계1동과 월계2동, 2개 동에서 하는 중이다. 올해 7월부터는 19개 전 동으로 확대된다. 월계 2동의 경우 이미 주민센터와 월계종합사회복지관이 한 달에 두 차례 회의를 열어 대상자와 복지서비스 정보를 공유하고 통합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어떤 사례를 누가 주로 맡을지도 회의에서 ‘누가 더 잘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 결정한다. 회의도 서로 번갈아 주관하면서 어느 한쪽에 무게가 쏠리지 않게 한다. 공부도 같이 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슈퍼비전을 받기도 한다. 함께 관리하는 사례의 경우에 한해 온라인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서비스 제공 목록을 서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전에는 없던 일이에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공공기관 사업만으로 생각하지 않고 구청에서 처음부터 같이했어요.” 정재연 월계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팀장의 말이다. 또 이전에 구 단위로 회의를 할 때보다 “동 수준에서 만나다보니 보다 더 집약적으로 회의와 사례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민관 협업, 왠지 그냥 하면 좋은 것,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노원구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민관 협업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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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