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구 말구요, 업어주고 싶어” 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수인이를 두고 정○○(73세) 할머니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 들른 수인이를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심부름도 잘 하고... 요즘 애들 같지 않게 너무 착해”라는 칭찬을 더했다. 할머니와 이웃 소녀는 ‘나눔 이웃’이다. 수인이는 홀로 사는 정 할머니를 찾아뵙고 말벗을 해드린다. 가끔씩 어머니가 챙겨 준 밑반찬도 전해 드린다. 처음엔 어머니 심부름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수인이 어머니 김연옥씨(43세)는 반찬을 만들 때 정 할머니 몫까지 조금씩 더 한다. 이날은 더운 여름철에 입맛을 돋우는 오이 초간장 조림과 고추 반찬을 해 드렸다. 멀리 시골에 산다는 친정어머니가 서운해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오히려 친정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거리도 나눠 먹는다.”고 답했다.

 

 정○○ 할머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종합병원, 요즘은 무릎이 아파 집 밖에 나서기도 버겁다. 어쩌다 불과 200여 미터 남짓 떨어진 동 주민센터를 찾는데도 수십 분이 족히 걸린다. 독산 2동에서 30년을 넘게 살았지만 혼자 지내다 보니 딱히 말할 친구도 없었다. 하지만 김씨 모녀가 찾아오면서 수다가 늘었다. 이날은 덥다며, 전기요금 걱정에 꽁꽁 싸둔 선풍기 덮개를 풀어 시원하게 틀어 주었다.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손자, 손녀도 일곱이나 있지만 다들 어렵게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 그런데 김씨 모녀가 자주 전화하고, 찾아오고, 밑반찬까지 해 주니 마냥 친자식 같고, 친손녀 같다. 선풍기를 아끼는 할머니를 위해 조만간 수인이는 주민센터에서 배운 부채 만들기 솜씨글 발휘할 생각이다.

 

 이렇게 김씨 모녀는 홀로 사는 정 할머니와 1:1 결연을 맺은 ‘나눔 이웃 가족’이다. 나눔 이웃이란 독산 2동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의 한 갈래로 나눔, 돌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주민 주도 활동이다. 올해 5월부터 이 사업을 시작해 불과 석 달이 조금 넘었는데, 김씨 모녀와 같은 나눔 이웃 가족이 벌써 18가족, 50여 명에 달한다.

 

 어떻게 순식간에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나눔 이웃으로 참여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지난 해 이맘때부터 “다양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눔 이웃으로 이어졌다.”는 것. 강범석 우리동네 주무관의 말이다. 그가 일러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은 여름철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삼계탕 나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직접 빚은 송편 나누기, 관내 독산초등학교 통학로 벽화그리기, 김장 한포기 더해 어려운 이웃 나누기 등 다양하다.

 

 대부분 공적 예산을 들이지 않고 주민들이 자원을 끌어다 직접 펼친 사업들이다. 마을 주민들이 이러한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면서 나눔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변신’했다는 말이다. “만약 올해 5월부터 갑자기 나눔 이웃 사업을 시작했다면, 주민 주도가 아닌 관 주도 사업이 됐을 거예요.” 강 주무관이 덧붙였다.

 

 

 마을에 관심 갖다 보니 어느 새 '나눔 이웃'

 

 홀몸 어르신의 나눔 이웃이 된 김연옥씨도 마을 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나눔 이웃이 되었다. 김씨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SNS를 활용한 금천구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이들 책이나 핸드폰 케이스 같은 걸 팔려는 주민과 사려는 주민을 SNS 공간에서 연결해 주고 약간의 수수료를 받아 모았다. 어느새 회원이 600명으로 늘고 어느 정도 수익금이 모이자 어려운 이웃에게 눈이 갔다. 함께하는 주민과 의견을 모아 어려운 청소년 모임에 두 차례 기부했다. 마을 주민들 편의를 위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자연스레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나눔 이웃 활동을 하기 전에 지난 해 10월 몇몇 가족과 ‘나누미 가족봉사대’를 꾸렸다. 올해는 나눔 이웃 교육을 받고 다른 주민 동아리와 함께 ‘투 원(Two One)’이라는 정식 나눔 이웃 모임으로 확장했다. 김씨는 단장까지 맡게 되면서 누구보다 열심인 나눔 이웃이 되었다.

 

  이웃 할머니를 찾아뵐 때 마다 “너무 좋아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올바르게 살려고 하고 성장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그렇고...” 또 “예전에는 좋은 일이란 뭔가 거창한 것을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쉬운 줄 몰랐어요.”라며 어려운 일이 아니니 나눔 이웃으로 “더 많은 주민들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단장은 조만간 마을 골목골목 <공유 냉장고>를 두어 야채와 밑반찬 등을 ‘실시간으로’ 이웃들과 나누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이웃과 이웃을 연결해주는 역할

 

  독산 2동은 또 찾동 사업을 하면서 꾸준히 마을의 인적, 물적 자원을 발굴했다. 일자리, 주거, 일상생활 지원, 신체건강 및 보건의료, 정신건강 및 심리정서, 보호 및 돌봄 요양, 보육 및 교육, 문화 및 여가, 안전 및 권익보장 등 총 9개 분야에 150여 곳 자원을 확보했다. 집수리, 웃음치료, 미술치료, 종이접기 등 마을 주민들의 재능은 물론 마을 소상공인이 기부하는 밑반찬 재료까지 다양하다. ‘시간 밖에 없다.’는 주민은 어려운 이웃 가정 방문을 권유했다. 이러한 자원은 나눔 이웃 사업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주민들이 많았다.”며 강 주무관은 “주민센터가 방법을 일러주고 이웃과 연결해 주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쌀이나 밑반찬 같은 물품을 나누면 감사장을 보내고 동주민센터 입구에 설치한 ‘나눔 현판’에 잘 보이도록 적었다. 김현정 동장은 “주민들이 나눈 물품이 이웃을 위해 소중하게 쓰인다는 신뢰를 쌓는 일”이라고 했다. 나눔 현판엔 주민들이 나눈 물품 목록과 나눔 이웃 이름들로 가득했다.

 

 나눔 현판을 보고 주민센터에 들른 “다른 주민들도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동장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공적부조 예산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딱 정해진 만큼만 지원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마을에서 자원을 찾아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또 “나눔 이웃들과 함께 하지 못하면 찾동 사업을 지속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눔 이웃과 주민센터는 찾동의 양 날개, 모두가 나눔이웃 될 때까지

 

 짧은 시간, 독산 2동이 성공적으로 나눔 이웃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다양한 찾동 사업에 주민들이 참여하고 꾸준히 인적, 물적 자원을 발굴했다는 데 있었다. 지난 해 찾동 사업을 시작하면서 공적 지원 조직의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는 나눔 이웃으로 얽히고설킨 복지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독산 2동은 아파트 단지 하나 없는, 노후된 다세대 주택이 많은 마을이다.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합쳐 1,000세대에 달하고 한부모 가정도 많다. 아이들 어르신 할 것 없이 돌봄과 복지 욕구가 높다. 번듯한 복지관 하나 없지만 지역아동센터가 6개나 되는 이유다. 동주민센터나 나눔 이웃들 모두 바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주민 모두가 나눔 이웃’이란 목표로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 글/사진 : 우.찾.사  이상호

 

_ 우수 사례를 찾는 사람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