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탁 내만복 정책위원 (회계사)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투자 축소, 조세 부담 전가는 가설일 뿐



국정 감사가 마무리되면서 세법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세법을 다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6일부터 이틀간 법인세와 소득세 심의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는데, 올해 세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법인세 인상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법인세법과 관련하여 10개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정부가 낸 법인세법 개정안 이외에 국회의원 발의안이 9개인데, 이 중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된 개정안은 5개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낸 개정안은 세부 내용의 일부 차이가 있으나, '과세 표준 5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2%의 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내용으로 정리된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 30명이 공동 발의한 개정안은 '과세 표준 200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현행 22%에서 24%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 박주현 의원 등은 '과세 표준 2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내용으로, 이언주 의원 등은 '과세 표준 200억 원 초과' 구간을 다시 4단계로 세분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장 최근에 정의당은 모든 구간의 세율을 이명박 정부 감세 이전으로 원상 회복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 법인세법 개정안 발의 현황. ⓒ프레시안

  
야당의 이러한 법인세 인상안에 정부, 여당, 재계 그리고 보수 언론은 법인세 인상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국정 감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는데, 법인세 인상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현재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가중한지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다. 또 법인세 인상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 여부, 즉 투자를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고용이나 국내총생산에 악영향을 줄 것인지가 쟁점이다. 마지막으로 법인세 인상의 부담이 누구에게 전가되는지 여부도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법인세 부담이 OECD보다 높다? 약 8조 원 덜 부담

첫 번째 쟁점은 외국 대비 법인세 부담 수준이다. 기업들은 국제적인 경쟁에 직면해 있는데 경쟁 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높은 법인세 부담을 하고 있느냐의 문제로 정리될 수 있다. 

한국의 명목 최고 세율은 22%로 OECD 평균(23.2%) 이하이다. 대부분의 OECD 국가의 법인세율이 단일 세율이기 때문에 최고 세율 비교는 한국의 법인세 부담 수준을 과대 평가하게 만든다. 3단계 누진 구조를 감안하여 한국의 명목 평균 세율을 계산해 보면 19.8% 정도로 2015년 기준 34개국 중 26위에 해당한다. 

실질 부담은 명목 세율에 공제 감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한국의 법인세 공제 감면은 적지 않아 매번 세법 개정 때마다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논란의 대상이다. 낮은 명목 세율과 높은 공제 감면을 조합한 결과는 낮은 실질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재계는 국내총생산과 법인세 징수액을 OECD 평균과 비교하여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높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계 소득 비중이 낮고 기업 소득 비중이 높은 한국을 GDP 기준으로 OECD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법인세는 기업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므로 개념상 가계 소득이 포함된 GDP보다는 기업 소득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업 소득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OECD 평균보다 2%포인트 정도 법인세를 덜 내고 있다. 금액으로 계산해 보면 8조 원 정도를 덜 내는 셈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법인세 인상하면 투자가 축소된다?  

두 번째 쟁점은 법인세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 쟁점은 법인세 인상이 투자 축소로 연결되느냐 여부와 관련이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기업의 투자를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업 기회, 전반적인 경기, 경제의 불확실성, 경영자의 성향, 투자금 조달의 용이성 등이 주요한 영향을 준다. 상대적으로 법인세는 주요한 변수에 속하지 않는다. 

투자 의사 결정은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목표로 하는 시장의 크기, 시장의 성장률, 해당 기업의 시장 점유율 등의 가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그 투자의 가치는 크게 변경된다. 한편, 그러한 불확실성을 뛰어 넘는 것은 경영자의 성향이다. 많은 기업의 투자 의사 결정을 보면 경영자가 잘 알고 선호하는 분야의 투자 의사 결정은 쉽게 이루어지지만, 반대의 경우는 상당히 많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어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법인세율을 변경시켰을 때 투자의 가치 변화는 상대적으로 작고, 법인세율 변화가 투자 자체에 내재한 불확실성을 줄여주지도 않는다. 

미국 레이건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한 여러 경제학적인 분석도 조세 정책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조세가 기업들의 투자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미국의 경험은 '감세 정책의 기적'이 허구였다는 것도 보여주는데, 기대했던 경제 활성화 효과는 미미했지만, 감세로 인한 재정 적자는 막대했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상 또는 인하와 관련하여 정부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는 셈이다. 정부가 직접 걷어 복지 지출 등에 사용함으로써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의 혜택을 기업에 주어 투자와 고용 증대를 통한 경제 효과를 기대할 것인지의 선택이다.

전자의 방법은 정부가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효과가 명확히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후자의 방법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투자가 기대한 만큼 이루어진다면 유발 효과에 의해 그 크기가 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레이건 정부의 결과는 후자의 방법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도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최근에 같은 실험을 한 셈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은 투자와 고용 확대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법인세를 줄여준다고 투자나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전자의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투자 감소 효과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그 재원을 정부가 확보하여 복지 지출 등에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효과가 투자 감소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한방이 터지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확실한 것을 하나씩 챙겨나가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다.

소비자나 노동자에게 법인세 인상 부담이 전가된다?  

세 번째 쟁점은 법인세 인상 부담의 전가이다. 결과적으로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로, 최근 재계 등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소비자나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는 특정한 경제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법인세를 올릴 경우 35%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21%는 임금 인하를 통해 직원에게 전가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있다. 

법인세의 조세 부담 귀착은 법인세를 어떤 과세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법인세가 경제적 이윤에 대한 과세라는 견해에 따르면 법인세는 전적으로 주주에게 부담된다. 반면, 자본에 대한 과세라는 견해에 따르면 주주 이외에도 소비자, 노동자 등에도 전가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전가될지는 상품에 대한 수요의 가격 탄력성, 요소간의 대체 탄력성, 자본의 공급 탄력성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탄력성이 높으면 전가가 잘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요인의 실증 데이터가 없다보니 명확한 결론이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노동과 자본의 대체 탄력성이 0.6이라는 특정한 가정에서 산출한 것뿐이다. 대체 탄력성 가정을 좀 바꾸면 결론이 달라지는데, 현재 한국의 노동과 자본의 대체 탄력성이 0.6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법인세의 성격에 대한 특정한 견해와 탄력성이 높다는 특정한 가정에서만 도출한 결론을 일반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이론인 것처럼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 2011년 3월 미국 뉴욕시에서 벌어진 정부 예산 삭감 반대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라!'고 쓰인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abcnews.go.com

 
 
 
오히려 한국의 노동 시장 현실은 반대의 상황을 보여준다. 한국의 대부분의 경영진, 대주주는 인건비를 사람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구글과 같은 기업의 철학과는 정반대로,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경영의 목표이다.

빈 자리라면 그 자리에 사람이 지원할 만큼, 현재 누군가 일하고 있다면 그 직원이 그만두지 않을 만큼만 주는 것이 한국의 인사 관리의 현실이다. 법인세가 올라서 방법을 찾아보니 임금을 줄일 여지가 있었다? 그런 여지가 있었다면 이미 줄여 놓는 것이 인사 관리 담당자들의 역할이다. 한국의 노동 시장은 이미 가능한 한 가장 적은 임금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올려 소비자로의 조세 전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 자영업자들 소득 파악율이 개선되면서 사업 소득 부담이 증가했다. 예전에는 당연히 세금 안 내고 사업하던 영세 자영업자들도 지금은 어느 정도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면 자영업자들이 그 세금만큼 소비자 가격을 올렸을까? 세금 부담을 전가할 수 있었을까? 자장면, 치킨, 피자, 커피 가격을 올리는 데 성공했을까? 

경쟁 압력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경쟁 시장에서의 가격은 공급자의 원가를 기초로 결정되지 않는다. 만약,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증가했는데 그 법인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면 그건 그 제품이나 서비스 시장의 경쟁이 충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독점이나 과점으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반증이므로 그 제품이나 서비스 시장의 경쟁 구도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노동 시장, 제품 시장은 별도의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측면이 더 강하다. 조세 부담을 전가하기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조건들이 존재한다. 법인세가 소비자나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은 경제학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실증된 적이 없다. 

한국경제연구원 계산대로 35%가 소비자, 21%가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면, 이명박 정부 법인세 감세로 연간 8조 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했을 때 약 2.8조 원만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고 1.6조 원만큼 임금이 증가했어야 했다. 지난 8년 동안 그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법인세는 성역이 아니다 

법인세 감세를 한 이명박 정부 이후의 한국의 재정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관리 재정 수지 적자가 이명박 정부 5년간 약 100조 원, 박근혜 정부 3년간 약 90조 원 발생했다. 올해도 예산 기준 약 37조 원의 적자가 예정되어 있다. 국가 부채도 2007년 말 300조 원 수준이었는데 9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하여 2016년 말에는 64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는 성역이 아니다. OECD 국가에 비해 법인세를 덜 부담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법인세를 올린다고 투자가 줄거나, 그 조세 부담이 소비자나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은 실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다. 그렇다면 정부 재정을 튼튼히 하고 나아가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법인세 증세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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