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대선이 40여일 남았다. 조기 대선이라 어느 때보다 꼼꼼한 공약 검증이 요구된다. 정책의 강도만큼이나 실행 가능성이 중요하다. 특히 민생공약은 거의가 예산을 수반하기에 재원방안과 짝을 이루지 않으면 ‘헛약속’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역대 선거에서 되풀이됐던 악습이다.


우선 전체 지출의 몇 %를 줄이겠다는 방식은 반갑지 않다. 후보의 의지를 천명한 거라 이해한다해도 검증의 입장에선 공허하다. 올해 중앙정부 총지출 400조원 중 지방교부세, 복지사업, 이자 등 법령에 따른 의무지출을 제외하면 재량지출은 절반에 불과하다. 여기에 경직성을 지닌 인건비와 국방비 등까지 빼면 순재량지출은 총지출의 35%, 142조원에 그친다.우리나라 대선에서 꼭 등장하는 공약이 ‘지출개혁’이다. 오랫동안 토목 지출이 많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낮은 우리에게 매력적인 의제이다. 지난 대선에서 ‘증세 없는 복지’를 주창했던 당시 박근혜 후보도 필요재정의 대부분을 지출개혁으로 충당하겠다고 호언했었다. 이번 대선에선 어떨까? 후보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주창하는데, 재원방안에서도 혁신을 만날 수 있을까?


재정구조가 이렇다면 지출개혁은 재량지출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게 적절하다. 2012년에 박근혜 후보조차 총지출이 아니라 재량지출을 기준으로 ‘7% 축소’를 내걸었던 이유이다.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방송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후보가 “대통령 재량으로 쓸 수 있는 142조원 중 28조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연초에 전체 지출에서 7%를 절약하겠다던 설명보다 전향적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재량지출이라고 대통령이 손쉽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종종 4대강사업, 해외자원개발이 문제로 등장하지만 이는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지 재원방안으로 볼 수는 없다. 


지출개혁 논의에서 핵심은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분야이다. 외국에 비해 규모가 크고 효과 논란도 존재해 개혁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얼마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우선 SOC 분야를 보자. 우리나라가 토목공화국의 오명을 가지고 있지만, 근래 절대액에서 SOC 지출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2010년 25조100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22조1000억원이다. 정부총지출 대비 비중으로 2005년 10.5%에 달했으나 올해 5.5%이고, 중기운용계획에선 2020년에 4.2%로 더 줄어든다. 과거에 비해 수술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미 SOC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고 민간투자 방식이 일부 재정사업을 대신한 결과이다. 


R&D 지출은 어떨까? 이 분야는 미래성장동력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계속 늘고 있는 경제 예산으로 올해 19조5000억원이다. 여기서는 대기업이 수행할 일을 공연히 정부가 지원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당연히 손봐야 한다. 그래도 예산의 3분의 2가 출연연구기관과 대학에 제공되는 지원금이고 대기업이 수행주체인 건 2015년 약 6000억원 수준이다. 의욕만큼 큰 절감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뜨거운 공방을 벌이는 일자리 만들기에서도 재원방안은 불투명하다.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에서 81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5년간 21조원을 제시했다. 일자리 규모에 비해 소요재정이 작아 그 계산법이 궁금하지만 기존 연 17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개혁해 조달하겠다는 주장에도 의문이 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경선후보 역시 미취업 청년에게 6개월간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등 5년간 약 9조원이 소요되는 청년일자리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존 일자리 예산을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한다. 현행 일자리 예산에서 무엇을 줄이겠다는 걸까? 올해 17조원 중 실업급여, 출산·육아휴직급여, 저임금노동자 사회보험료 지원 등 현금복지가 상당하다. 노인일자리, 자활사업 등도 손대기 어려운 사업이다. 기존 직업훈련, 창업지원 등에서 쇄신이 필요하다해도 정책 대상이 비슷하다면 사업 조정일 뿐 재원 마련으로 보기 어렵다. 진정 일자리 만들기 공약이 신뢰를 얻으려면 기존 일자리 예산 중 실제 어디서 재원이 생기는지를 밝혀야 한다. 



지출개혁, 정말 중요한 일이다. 최순실 예산 농단을 접한 시민들에게 어느 때보다 절실한 과제이다. 아직 재정방안을 내놓지 않은 후보를 포함하여, 촛불민심에 부응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이제는 의지 천명을 넘어 실질적 구상을 내놓아야 한다. 복지공약은 금액이 적힌 현금인데 재원은 불명확한 어음이라면 곤란하지 않은가? 정말 새로운 대한민국을 기대해도 좋을지, 지출개혁의 알맹이를 알고 투표장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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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