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회서비스공단', 사회서비스 공영화의 출발로!



양난주 내만복 운영위원




최근 국회에서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개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같은 정책 대안이 제안되었다. 보육이나 장기요양 등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나타나는 서비스 질 문제, 저임금 일자리 문제를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으로 해결하자는 내용이다. 

2월 28일 정의당 윤소하의원실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토론회'에서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이, 3월 6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의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사회서비스공단, 어떻게 설립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가 같은 목소리로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공공 부문의 비중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위한 경로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제안했다.  

두 토론회에서는 사회서비스 재정이 커지고 이용자가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질 낮은 서비스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사회서비스라는 공공 영역에서 저임금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양산되는 악순환을 이제 끊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육이건 장기요양이건 이용자들은 모두 국공립시설을 찾는 상황이 우리나라 사회서비스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사회서비스공단을 만들어 국공립어린이집이나 노인요양시설을 직영하고 사회서비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자는 것이 제안의 골자다.  

현재 사회서비스의 양대 영역인 보육과 장기요양에서 국공립보육시설은 약 6%, 국공립요양시설은 약 1.2%에 불과하다. 보육의 경우 약 4만2500여 개 전체 보육기관 가운데 85%가 민간 개인, 가정보육시설이다. 노인장기요양시설은 약 1만8000여 개 가운데 약 70%가 개인시설이고 법인시설이 28%이다. 방문 요양 등을 제공하는 재가장기요양기관의 경우 개인이나 영리법인이 전체의 94%를 차지한다.  

ⓒ프레시안(허환주)


국공립시설의 좋은 서비스는 재정의 크기가 결정한다 

국공립어린이집의 인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2015년 2월 기준으로 어린이집 평가인증비율은 국·공립은 93.2%, 민간형은 76.4%, 가정형은 74.3%였다.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특별활동비 비용도 민간어린이집 평균은 12만5000원이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은 8만 원으로 저렴했다. 유치원의 경우는 민간유치원에 18만 원, 국공립유치원에 4만8000원의 추가 비용을 평균적으로 내고 있었다.  

장기요양시설의 경우도 국공립시설을 찾는 이용자는 늘고 있다. 시설입소 대기자가 많은 상위 24개 시설 중 20개 시설이 지방자치단체나 공단에서 설립한 시설이다. 2015년 11월 기준으로 많게는 정원의 4배 가까운 인원이 대기자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왜 국공립보육시설, 국공립노인요양원을 선호하는가? 이용자들이 경험해보았을 때 보육과 요양서비스의 질이 높기 때문이다. 왜 서비스 질이 더 높은가? 

사람이 생산하고 전달하는 휴먼 서비스로서 보육과 장기요양의 질은 어떤 사람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는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아동이나 노인을 돌보고, 더 적은 시간 일하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국공립시설 보육교사나 요양보호사는 민간시설보다 임금도 높고 일하는 사람 수도 더 많으며 8시간 노동을 지키는 교대제를 더 많이 시행한다. 

왜 국공립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이 높고 근로조건이 좋은가? 국공립시설의 재정자원이 민간시설보다 크고 시설 운영에서 법과 규정을 준수하기 때문이다. 국공립보육시설의 경우 보육교사 인건비 기준이 별도로 적용, 지원된다. 게다가 민간이 건립, 매입, 임대하여 운영하는 시설에서 지출해야 하는 건물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기에 그만큼의 추가 자원을 인건비나 서비스 비용으로 지출할 여력이 있다. 또 국공립의 상당수는 위탁 운영을 하고 있는데, 위탁 운영을 하면 수탁한 법인이 전입금을 내기에 또 다른 추가 자원도 생긴다.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요금(보육바우처, 요양수가 형식의 정부지원금)으로 투자회수, 본인 이익까지 산출하면서 기관을 운영하는 입장인 민간(영리)기관들과 처지가 다르다. 국공립시설 재원의 크기는 민간시설의 재원보다 훨씬 크다.  

그렇다면 왜 민간에서는 자본을 투자하여 임금을 높이고 인력규모를 키워서 시설을 운영하지 않는가? 보육과 장기요양은 이용자당 지급되는 정부 재정 지원의 액수가 일정하게 고정되어있는데 이 이용료로 규정을 지켜 운영해서는 큰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게다가 보건의료서비스에서 고가의 비급여 항목처럼, 이용자에게 직접 부과하여 추가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 항목은 제한되어 있다(보육에서는 이용자의 사적 부담을 높이는 특별활동비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장기요양에서 본인부담금 크기의 편차는 시설별로 크지 않다. 오히려 영세 민간시설에서 이를 감면하는 영업 행위가 규제 대상이 된다). 

결과적으로 보육과 장기요양 서비스시장에서 가격 경쟁은 구조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정부에서 이용자당 지급해주는 요금 외에 이용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비용도 제한되어 있다. 이용자 규모도 제한되어 있고, 이용자 구매력도 제한되어 있는 경직된 시장이다. 따라서 주로 공공 재원만이 시설의 재정 크기를 결정하고, 재정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국공립시설의 서비스가 비교우위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  

사회서비스 정책, 공급 원리 재검토해야   

한국의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정부는 오랫동안 재정 지원과 규제 역할만을 해왔다. 제공 기관에게 보조금을 얼마나 줄 것인가, 아니면 정부 재정을 기관에 보조금으로 줄 것인가, 이용자에게 바우처로 지급할 것인가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었다. 사회서비스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기관은 절대 다수가 민간기관이다. 그래도 1990년대 말까지는 민간 비영리법인으로 제한되어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영리, 비영리, 개인, 법인 할 것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 되었다.  

이렇게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된 사회서비스 시장은 정부 재정이 막대한 규모로 투입되지만, 공급에 참여한 개인들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이 되었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시장이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급기관들의 경쟁으로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 시장이 도입된 10년이 지난 지금, 기관 경쟁으로 서비스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은 더욱더 분명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공급률 100%를 넘었지만 민간이 알아서 설립하는 방식이라 기관분포는 지역 수요와 어긋나곤 한다. 보육시설이건 장기요양시설이건 전국을 대상으로 선택할 수도 없고, 선택한다고 이용이 보장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 자명해졌다. 정부가 뒤늦게 서비스 질 관리를 위해 인증제다 평가제다 나섰지만 아동이나 노인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사고는 그치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은 나이에 따라, 노인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은 요양 등급에 따라 같은 크기로 정부 재정을 지원하지만, 이들이 경험하는 서비스의 격차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장기요양 1등급을 받은 노인이 간호 인력과 요양 인력을 기준 이상으로 고용한 구립시설을 이용하건 복잡한 대로변 상가건물 한켠에 자리한 소규모 민간시설을 이용하건 수가는 하루에 5만9330원으로 동일하다. 이용자간 형평성 그리고 재정 지출의 효과성을 위해서도 기관과 지역 차이를 넘어선 사회서비스의 일정 수준을 공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부가 사회서비스 정책에서 시장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믿음을 거두지 않는 한 정부 재정 지출과 서비스 질의 악화가 같이 커지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거두지 않는 한 정부 재정 지원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해보고자 하는 영세 사업자가 사회서비스 공급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결국은 폐업하는 식의 사회적 손실 역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제한된 재정 지원, 수가 안에서 합법적으로 보장된 공급자의 수익 추구 동기는 편법과 불법의 선을 넘으려는 유혹 안에서 끊임없이 커져갈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사회서비스공단은 이 구조를 깨뜨리려는 시도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사회서비스공단이 가져올 변화  

사회서비스공단을 만들자는 제안은 이제 정부가 사회 서비스 공급에 직접 나서자는 의미다. 가족의 변화와 인구 고령화를 급속히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돌봄의 사회화, 다시 말해 사회서비스의 확대는 피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시장 방식의 정책 원리, 민간 의존적 공급 구조를 유지하다가는 재정은 재정대로 확대되지만, 공급되는 사회서비스 질은 관리하지 못하고, 정책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시설을 건립하고 종사자를 고용하여 보육과 요양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환영할 만하다. 첫째, 현재 사회서비스 공급체계에서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견인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재정과 규제를 정부가 직접 담당하는 공적 공급 영역이 커져 서비스 수요를 흡수하면, 현재 사회서비스 시장을 공적으로 구축하는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둘째, 사회서비스 돌봄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보육교사와 요양보호사는 그 업무의 중요성이나 업무강도에 비해 저임금 일자리로 존재한다. 돌봄 노동이 공적 일자리로 재정립된다면 일정한 임금 향상과 더불어 직무의 공공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되어 돌봄 노동의 가치와 지위가 상승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물론 공공 부문 자체가 돌봄 노동 급여를 자동적으로 크게 상승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돌봄일자리 급여수준은 우리 사회가 돌봄의 가치에 얼마를 지불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가 하는 일이 사회 구성원의 삶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음을 보여주어 공공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  

공적 사회복지전달체계의 완성을 기대한다  

이에 더하여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한 사회서비스 노동자 직접 고용과 사회서비스 공적 공급의 확대는 지역사회서비스의 계획과 관리, 공급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읍면동 주민센터의 역할을 지역사회 복지 수요를 직접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조정해가고 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나 복지허브사업 모두 일선 행정기관이 지역 주민들의 사회복지를 공적으로 책임지는 단위로 탈바꿈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지역주민의 복지 욕구를 파악하고 난 후 읍면동 주민센터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또 민간 자원을 동원할 것인가? 예전처럼 사회복지관으로 연계할 것인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가용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자원을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면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끊긴 공적 사회복지전달체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사회복지사업법에 명목적으로 존재해오던 지역 사회서비스 수요를 파악하고 책임지는 역할, 지역주민의 사회서비스 신청권을 보장하고 응답하는 역할을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이처럼 민간 의존적 사회서비스 공급, 시장 방식의 사회서비스 공급의 지난한 경로에서 벗어나 사회서비스 공영화의 첫발을 내딛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양난주 내만복 운영위원은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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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