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박근혜 정부는 노인 복지를 어떻게 망쳤나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대통령 탄핵으로 광장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국민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특히 어르신들의 삶은 그렇다. 일자리와 기초연금 확대를 4년간 주장해온 어르신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세 명의 어르신 생활을 쫓아가 보자.

"내년 주민등록등본에서 아들 이름을 빼야지"

"가난한 사람한테 우선권이 주어진다며? 내가 왜 떨어져야 해!"

나라가 5월 장미 대선으로 희망을 꿈꾸고 있다면 3월은 어르신들에겐 지옥이다. 2월에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이하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모집하고, 결과에 따라 3월부터 노인 일자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김자영(가명·여·75세) 어르신은 노인 일자리 사업에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3층짜리 자기 집에 살면서 아들한테 매달 용돈 30만 원씩 받는 노인네도 붙었어. 나는 6평짜리 집 한 칸밖에 없다고. 탈락이 말이 돼!" 어르신은 말을 할수록 소리가 커졌다.

"어르신 우리가 떨어뜨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서류상 나와 있는 소득과 형편이 반영된 거예요." 사회복지사가 조곤조곤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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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노인 공익 활동 참여자 선발 기준(자료 : 보건복지부, 2017).


위의 노인 공익 활동 참여자 선발 기준표가 신청자들의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되도록 가난해야 한다. 이 지표로 과연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구별해 낼 수 있을까? 세대 구성 지표에서 경제적 능력을 어떻게 구분할까?

보건복지부에서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범위를 미성년자, 장애인으로 한정한다. 이를 제외하면 실업자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40대 백수 아들과 사는 김자영 어르신은 선발 기준표로 보면 0점을 받는다. 주민등록등본상 노인 독신 가구가 되면 15점을 받기에 2월이 되면 요령 있는 어르신은 자식, 남편, 아내를 주민등록등본에서 떼낸다,

"내년에 아들놈 주민등록등본을 제 형에게 옮겨 놔야겠어. 같이 살더라도 말이야." 김자영 어르신은 자신이 떨어진 것이 세상 물정에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자신이 친구들을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시켰는데 친구들은 붙고 자기만 떨어져서 화가 나고 친구들 꼴도 보기 싫다고 한다. "영감 잘 만나 팔자 좋은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영감 복도 없고, 자식 복도 없고, 일자리 복도 없어." 김자영 어르신은 내년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등본을 정비해 다시 일하겠다며 분을 삼키지 못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2017년 43만7000개다. 이중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공익 활동 일자리는 30만7000개다. 급여는 월 22만 원, 활동 기간은 9개월. 이 가운데 4만3000개는 12개월 일자리다. 노인 인구 650만 명. 요양이 필요한 분을 제외해도 공익 활동 30만 개는 김자영 어르신 같이 건강하고 일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분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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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를 구하는 어르신. ⓒ연합뉴스


기초연금과 연계한 노인 일자리

부족한 노인 일자리는 다양한 기준을 만들어 참여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초연금 수급 여부도 대표적인 제한 규정이다.

김태선(가명·남·76세) 어르신은 2011년부터 문화재 해설을 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2015년 노인 일자리 사업이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2016년부터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는 이유로 일을 못 하게 되었다. 김태선 어르신은 교직 생활로 사학연금을 받는다. 문화재 해설 사업은 노인 일자리 중에서도 고학력 어르신 적합 직종이다. 김태선 어르신과 함께 일했던 분 80%가 교사 출신이다. 

김태선 어르신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르신들이 가만히 집에 틀어박혀서 살다 보면 친구도 없고 외롭고, 할 일이 없어 무료한 나날을 보내게 돼. 그러면 건강도 잃고 자신감이나 자존감도 잃지. 삶의 활력을 상실해. 무엇인가 사회 활동을 하면 조그만 경제적 혜택을 드릴 테니 나와서 활동을 하십시오 하는 거잖아." 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노인 일자리 참여 제한을 받고 나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사회에 쓸모 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자괴감이 들어." 

수학여행 오는 학생들을 상대로 문화재 해설을 하면서 힘들고 괴로워도 교직에 근무하던 때와 같은 열성으로 버텼다. 몸이 조금 아파도 나와서 해설을 하는 동안에는 어지간한 고통도 잊을 만큼 보람이 컸다. 이것마저 못하게 된다는 것이 그만큼 충격이고 자존감 자존심을 죽였다고 한다.

"소속감을 잃고 상실감에 사로잡히기도 해." 

어르신은 어느 기관 소속이고 학생들에게 문화재 해설을 하고 있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훌륭한 일을 하신다'라는 반응을 보여서 자부심이 있었다고 했다. 이젠 백수가 되었다는 상실감이 세상 사는 맛을 가져가 버렸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긴장감을 잃어서 건강도 악화되고 있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은 사라지고 자존감도 소속감도 사라진 상태에서 건강도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김태선 어르신. 나태해지니 운동도 싫어지고 움직이지 않으니 온몸이 나른하고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화 불량, 운동 부족으로 체중 증가, 나태함으로 정신적 피로감이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헤어나질 못한단다. "노인의 네 가지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왔어"라고 한숨을 쉰다.

땅 파는 회사로 노인들이 몰려간 까닭은?

3년 전 박희명(여.72세 가명) 어르신은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달라며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했다. 비혼인 박희명 어르신은 당시 94세 노모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10만 원을 내는 지하 단칸방에서 살았다. 모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하루는 94세 노모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다리 빨리 나으려면 고기 많이 잡수셔야 해요!" 
"의사 양반 나 돈이 없어서 고기 못 먹어. 고기 먹어본지 10년이 넘었어."

어머니의 이 말에 박희명 어르신은 집에 돌아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우셨다. 기초생활보장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된다면 어머니하고 삼겹살을 구워 먹겠다던 박희명 어르신 지금은 어떻게 지내실까. 

"작년에 엄마하고 헤어졌어. 아들이 집 샀다고 어머니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떨어졌어." 수급비가 줄어드니 어머니를 부양하기가 힘들어 막내 여동생이 모시고 갔다며 고기 한번 못 사드려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막상 엄마가 동생 집에 가니 허전해." 

허전한 마음을 달래 보려고 동네 사람이 권유한 일을 시작했다. 박희명 어르신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애초 노인 일자리 사업에 기초생활 수급자는 신청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직장에도 취업하기 힘들다. 기초생활보장 수급비가 취업해서 받는 돈 만큼 공제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 회사에 취직했어. 직책은 차장이야." 자랑스러운 듯 명함을 내게 주었다. "우리 회사가 개발 지역에 땅을 가지고 있어. 그 땅을 파는 일이야. 하루에 일비가 1만 원이 나오고 월급으로 100만 원이 나와." 실적이 없어도 월급이 나오느냐고 물었다.

"땅을 팔아야 나오지. 아는 권사님한테 은행에 돈 넣어봐야 이자도 얼마 안 되니 땅을 사라고 했지, 은행 이자보다는 나을 거라고." 그 권사님이 평당 120만 원 하는 땅 100평을 샀다.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평당 70만 원 하는 땅 10평을 내가 샀어. 삼카드로 한도가 얼마까지 되는지 알아보고 샀지." 카드값이 한 달에 125만 원, 130만 원이 나간다. 월급 120만 원 보다 빚이 많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생계비에서 더 보태서 대출금을 갚고 있다.

"땅 팔면 배가 되니 손해는 아니야." 손해 아니냐는 질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을 확신하고 있었다.

"여기는 개발이 확정된 곳이야. 삼○, 엘가 공사 시작하면 땅을 매입할 거야. 지금 보다 몇 배는 비싸게 팔 수 있어."

이 부동산 개발회사는 본사 직원이 80명, 지사에 30명이 근무한다. 직원의 80%가 65세 이상 노인이라고 한다. 본인이 땅을 사면 10%를 수수료로 받는다. 땅 살 사람을 소개하면 수수료 금액의 5%을 받는다. 일시불로. 모든 직원은 땅을 회사로부터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이 많은 사람들 돈 1000만 원씩은 있잖아. 나만 없지. 계속 실적 없이 월급만 받으면 눈치 보여. 고 처장! 땅 좀 사!"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로는 생활이 어렵고 취업하면 수급비 빼 가고, 생계 급여 49만 원 가지고 어떻게 사느냐며 이렇게라도 돈 벌어야 하는 이유를 덧붙인다.

"70이 넘으니까 아픈 데 없어도 힘이 없어. 얼마 전에 병원에 갔더니 단백질 부족으로 나왔어. 고기를 못 먹어서 그런가 봐." 박희명 어르신은 60세부터 삼겹살, 족발을 못 먹어 봤다. 

만약에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해결돼서 실제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는다면 어디에 사용할 거냐고 물었다.

"평생 옷 한번 사 입지 않았어. 덩치 큰 이모가 주는 옷을 몇천 원 주고 줄여 입었어. 먹는 것도 5000원 넘어가는 건 먹질 않았어." 

기초연금 20만 원 주면 1만 원짜리 옷도 사고 삼겹살, 꽃게도 먹을 거란다. 기초연금 한두 달 모으면 가능할 거라면서. 다음 대통령에겐 기대해도 좋을까 하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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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9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노인의 날 기념 전국 어르신 초청 오찬 행사에 입장한 뒤 참석자들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정부에선 세 어르신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일자리가 충분치 않아 내년엔 꼭 주민등록등본상 독거 노인을 만들어서라도 일하겠다고 이를 악무는 김자영 어르신. 

이건희 손자에게 왜 무상으로 밥을 먹이냐며, 가난한 사람에게만 주라고 했던 말이 후회된다고. 기초연금을 안 받는다는 이유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 못 하게 되면서 복지는 누구에게나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태선 어르신.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해결되면 기초연금 모아서 만 원짜리 옷도 사고, 삼겹살, 꽃게도 먹겠다는 기초생활수급 노인 박희명 어르신

박근혜 정부에서 삶이 더 팍팍해진 세 어르신. 다음 정부에서는 어르신들의 아픔이 어루만져지고,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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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