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복지지출이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하고, 향후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예정이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근래 보육, 기초연금 등에서 복지가 일부 늘었으나 국민들이 체감하기엔 빈약한 수준이고, 의료, 주거 영역에서 사적 지출이 커 공적 복지의 효과가 반감된다. 또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영역에서는 사각지대가 커 제도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OECD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한국의 복지


현재 복지 실태를 살펴보자. 2017년 중앙정부 복지지출은 129.5조원으로 정부총지출 400.5조원의 32.3%를 차지한다. 지방정부 지출 등을 종합한 전체 복지 규모는 2016년 GDP 10.4%로 OECD 회원국 평균 21.0%의 절반에 불과하다. GDP의 약 30%를 복지에 사용하는 유럽 복지국가와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주요 부문별로 보면, 먼저 의료비는 2015년 기준 보장률이 63.4%로 낮다. 특히 중증질환, 고액환자일수록 비급여 진료가 많아 본인 부담이 무거운 구조로 시민들을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도록 만든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한국의료패널을 보면, 2013년 전체 가구 중 77%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가구당 월 평균 보험료가 무려 28.8만원이다. 같은 해 직장 가입자들이 국민건강보험에 내는 본인부담 보험료 평균 9.3만원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집 없는 사람에게 주거비도 무거운 부담이다. 2014년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데도 자가 점유율은 53.6%에 불과하다. 가구 중 절반 가까이가 남의 집에서 살고, 특히 전월세비 고통이 크다. 이는 무엇보다 서민 주거 안정의 토대여야 할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4년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은 5.5%로,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평균 11.5%(2007)의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부의 임대인 중심의 주택 정책이 문제를 악화시킨다. 한국에서 재계약 시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계속거주권도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늘어나고 있지만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뉴시스


백세 시대에 노인복지도 중요하나 현재와 미래 모두 어둡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비중은 12.8%로 OECD 평균 16.7%보다 낮다. 그런데도 2014년 기준 노인빈곤율이 무려 49.6%로 OECD 평균 12.4%에 비해 무려 4배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임에도 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공적연금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2016년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액이 37만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역사가 짧아 가입기간이 길지 않은 게 핵심 원인인데 이후에도 가입기간이 길어지지만 법정급여율이 낮아져 역시 금액이 많지 않을 전망이다.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광범위하다. 2016년 국민연금 수급연령인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전체 노인 700만명 중 266만명으로 38.0%에 그친다. 따라서 기초연금의 역할이 중요한데, 2014년부터 금액이 20만원으로 오르긴 했으나 매년 소득이 아니라 물가와 연동해 오르는데다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감액되는 독소조항이 존재해 시간이 흐를수록 기초연금의 증액 효과가 반감된다.


우리나라 복지체계의 골간인 사회보험이 전체 복지분야 지출에서 65%를 차지하고 고령화에 따른 의료, 연금 증가로 2050년에는 80%까지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광범위한 사각지대이다. 2016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 중 직장 국민연금에 가입한 비중은 31.7%, 고용보험은 38.9%, 직장 건강보험은 39.6%에 불과하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을 통해 월급이 140만원 미만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사회보험료의 약 절반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론 역부족이다.


공공부조의 핵심인 국민기초생활보장 복지 또한 취약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발표하는 최저생계비 기준 전체 가구(1인가구 포함)의 빈곤율은 2014년 8.6%이다. 그런데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15년 165만명으로 인구의 3.2%에 불과하다. 정부가 정한 절대빈곤층의 일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적용받고 있는 현실이다. 장애인 부문에서도 현실과 제도의 괴리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장애인 출현율(인구 대비 법정 장애인 비율)은 5.6%이다. 이는 OECD 평균 15.0%의 약 1/3에 불과하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의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지원 제도도 제한적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장애인 예산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장애인 예산은 GDP 0.6%로 OECD 평균 2.1%의 약 30%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 터키에 이어 거꾸로 세 번째이다.


사적 복지를 공적 복지로


이제 우리나라도 복지국가로 가려면 무엇을 개혁해야할까? 사실 항목으로만 보면 아동 수당, 상병수당 등만 제외하면 서구 복지국가에서 운영하는 복지 제도들이 거의 도입돼 있다. 그러나 실제 수준은 빈약하다. 이를 개혁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의료와 주거 분야에서 사적 복지를 공적 복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많은 시민들이 복지 수준이 낮다고 느끼는 이유는 사적 복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선 민간의료보험 대신 국민건강보험으로 병원비를 해결하자. 의학적 성격을 지닌 비급여를 모두 급여로 전환하고 환자가 1년간 본인부담금을 백만원까지만 내는 ‘백만원 상한제’를 실시하자. 이는 민간의료보험에 내는 보험료의 일부만 국민건강보험으로 돌리면 가능하다. 주거복지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5.5%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을 두 배로 늘려 최소한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하고, 임대료상한제를 도입해 물가상승률과 연동하고, 계속거주권을 도입해 세입자가 한 곳에 오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보육과 요양 부문에 있어 공공 복지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요양・보육 등 돌봄서비스의 중요성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 돌봄서비스가 주로 민간시설에 의해 제공되고 국가의 역할은 재정을 지원하고 감독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요양・보육 서비스가 시장 원리에 의존함에 따라 종사자의 처우도 열악하고 서비스질도 높지 않다. 이제는 국가, 지자체가 돌봄서비스 공급자로 직접 나서야 한다. 보육 영역에서 국공립 시설의 비교우위가 확인된만큼 공공 보육・요양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중풍, 치매 등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을 요양병원에서 돌보고 있다.
중풍, 치매 등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을 요양병원에서 돌보고 있다.ⓒ뉴시스


사각지대를 없애고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다음으로 우리나라 복지체계의 근간인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보험료의 약 절반을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을 전액 지원으로 강화하고, 국민건강보험까지 지원을 확대해 실효성 높여야 한다.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의 경우 현재 농어민에 대한 지원만 존재하는데 도시 영세 자영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보험의 빈약한 수준은 낮은 사회보험료에 기인한다. 국민건강보험료뿐만 아니라 고용보험, 국민연금 보험료를 상향해 급여수준을 올리고 사각지대 개선에도 사용하자.


나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와 장애인복지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몇 년 동안 급식, 보육, 기초연금 등 보편적 성격을 지니는 복지는 확대되고 있으나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인 공공부조는 거의 제자리이다. 한정된 예산과 의지 부족으로 인해 복지 공방에서 취약계층 복지가 부메랑을 맞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으로 개혁했다지만, 사각지대를 초래하는 독소조항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부양의무제와 재산의 소득환산제를 폐지해야 한다. 장애인복지에서도 장애인연금의 대폭 인상, 장애인활동지원 강화, 장애인들의 탈시설 확대 등으로 나아가야 한다.


복지증세로 조세 기반 복지를 확대


현재와 같이 노동시장이 불안정한 조건에서는 조세 기반 복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즉 노후복지로서 사각지대를 낳지 않으며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고, 특히 노인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에 긴요한 기초연금 제도를 강화해야만 한다. 현행 20만원의 기초연금을 30만원 이상으로 올리고 물가연동, 국민연금 연계 감액 등의 독소조항도 폐지해야 한다. 고용보험의 경우에도 조세 기반의 실업부조를 도입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 불안정 노동자, 영세자영자의 소득 결손을 지원해야 한다. 아동, 장애인 등 노동시장 밖 집단에 대한 사회수당을 강화하고 장애인연금은 장애가구 가구지출을 반영해 대폭 인상해야 한다. 근래 다양한 생애주기별 사회수당이 기본소득 이름으로도 제안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 역시 조세 기반 복지 확대의 맥락에서 긍정적 의의를 지닌다.


이렇게 조세기반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을 확충해야만 한다. 지출개혁과 함께 강력한 복지증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2015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GDP 18.6%로 OECD 평균 25.2%(2014)에 비해 6.6% 포인트 낮다. 사회보험료를 포함하는 국민부담률은 GDP 25.3%로 OECD 평균 34.3%(2015)에 비해 9.0% 포인트 낮다. 세입 확충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법인세, 소득세뿐만 아니라 상속증여세, 보유세 등과 사회보험료까지 망라한 종합적 복지증세를 추진하자.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