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 1막을 접으며




박철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전국장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 지하에는 5년 동안 계속되는 농성장이 하나 있다. 2012년 8월 21일부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농성을 하는 이 곳은, 어느새 광화문역의 일상 속의 하나처럼 5년 동안 자리 잡고 있다. 

광화문의 일상이 된 농성장

사실 이 농성장을 만드는 데만 해도 10시간이 넘는 고초가 있었다. 경찰은 광화문 지하로 들어가려는 장애인의 휠체어를 가로 막았고, 심지어는 광화문 지하철역의 리프트 전원까지 꺼 버렸다. 이에 계단을 기어서 가겠다는 장애인들을 계단에서 거칠게 제압하거나 휠체어에 탄 장애인을 강제로 휠체어에서 끌어 내는 등 온갖 반인권적 조치를 하면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광화문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막으려 했다. 

장애인을 등급을 매겨 복지를 차등으로 주겠다는 장애등급제와 복지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부양의무제라는 두 개의 악랄한 제도를 지켜내려는 국가의 폭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광화문의 일상이 된 농성장. ⓒ박철균


농성장이 만들어진 후 5년 동안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회는 여전히 계속되었고, 이로 인해 먼저 하늘로 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장애등급으로 인해 활동 보조를 받을 수 없던 시간에 일어난 화재 사고로 김주영 활동가가 세상을 떠났고, 장애등급제로 인해 서비스신청을 포기한 지우·지훈 남매도, 아예 활동 보조를 받을 수 없었던 송국현 활동가도 화재 사고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 등급 하락으로 기초생활수급권 탈락에 놓이자 박진영 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수급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의 이야기는 모두를 가슴아프게 했다. 

농성장에 놓인 18명의 영정 

그렇게 농성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나도 없었던 영정 사진이 5년 동안 하나하나 놓이기 시작하면서, 18명의 사람들이 사진 속에서 광화문 농성장을 함께 지키게 되었다.

5년의 농성장은 2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체험을 했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알리고 정부를 향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요구를 알리는 투쟁을 진행해 나갔다.  

사거리를 막으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렸던 2015년 그린라이트 투쟁은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2달여 동안 꾸준히 진행했고, 그 당시 새로 취임했던 황교안 국무총리 공관을 찾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얘기했던 장애등급제 폐지 공약을 이행하라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가 등급을 교묘히 중경 단순화로 바꾸며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었다고 언론 플레이를 할 때는, 다시 아스팔트 바닥을 기어가며 제대로 된 장애등급제 폐지와 박근혜 정부가 아예 언급조차 안 하려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쳤다. 박근혜를 퇴진하라는 수백만의 촛불이 광화문에 피어 오를 때는,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고 욕설을 하거나 농성장에 인분을 버리고 가는 반인권적인 행위에 굴하지 않고 촛불을 든 시민들과 함께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알렸다.  

이 때 우리는 촛불 속에 함께했던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에게 장애등급제를 폐지시키겠다는 서명을 받았다.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바로 들이닥친 대선 정국에서도 대선 후보를 향한 행동이 계속되었고, 각 후보들로부터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약 약속을 받은 후 마지막으로 문재인 후보에게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받을 수 있었다.

농성장을 찾은 복지부 장관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후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정부 측에서 우리에게 대화를 먼저 제안했고, 마침내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월 25일 광화문 농성장을 직접 찾아왔다.  

▲광화문 농성장을 찾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철균


그는 영정 속 넋에게 헌화를 하고, 광화문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과 면담을 하며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 정책 등의 '3대 적페 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대안을 함께 얘기했다. 그리고 광화문 농성의 주요 의제였던 '부양의무제 페지 위원회'와 '장애등급제·수용시설 폐지 위원회'를, 농성장에서 목소리 외쳤던 사람들을 포함한 민관 합동 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대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년 동안 쉼없이 달려 왔던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0주년을 맞이하는 9월 5일에 맞춰 그 1막을 내리고, 새로운 2막의 투쟁을 준비하려 한다. 

5년의 농성을 넘어 평등한 세상을 향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투쟁은 5년의 농성장이 사라진다고 해서 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 정책에서 아직 장애등급제와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8월 초에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부양의무제 폐지는 그동안 사람들이 외쳐 왔던 완전 폐지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완전 폐지도 불확실해 보이는 '부분별 폐지'의 연속이기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9월 5일 이후에도 새로운 투쟁과 행동에 나설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확실히 이행하라며 목소리 외칠 것이다. '광화문 농성 시즌 2'의 극한 상황까지 생각하며 농성장을 5년 동안 지켜 왔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생존의 목소리를 지키며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5년 농성을 넘어, 평등 세상을 향해. ⓒ박철균


5년의 투쟁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말고도 여러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지지하고 연대했기에 가능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를 비롯한 여러 단체 여러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그 동안 함께해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