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문재인케어, 과거의 보장성 확대정책과는 다르다









지난 10일, 칼바람이 에이는 한겨울 서울 한복판에 3만여 의사들이 모여 '문재인케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의협의 행동 자체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다. 누구든지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다. 

하지만, 행동과 별개로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동의하긴 어렵다. 문재인케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다. 오히려 나는 이번 문재인케어가 그간 의료계가 주장해왔던 많은 요구들이 실현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의료계의 뿌리 깊은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불신 

그간 의료계는 정부 정책에 불신이 컸다. 의사라면 누구나 현행 건강보험의 보험급여에 불만을 갖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보험급여의 저수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중 보험급여 수입만으로 유지하는 병원은 없다. 장담컨대 전무하다. 

그래도 병원은 잘 운영되고 있다. 급여에서의 손실을 비급여 수입으로 메우고 있기에 그렇다. 이는 의료계의 주장대로 보험급여의 저수가 때문이다. 건강보험 급여중심의 진료로 병원 운영이 쉽지 않으니 많은 의학도들이 건강보험의 통제를 받지 않은 비급여진료가 용이한 진료과나 혹은 아예 비보험 진료과를 선호하는 현상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자리잡아 있다. 최근 외과 전공의 지원자가 전무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외상진료센터가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의사들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삭감은 악명이 높다. 심사기준이 교과서적 진료에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는 매우 획일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의학적 기준보다는 건강보험의 재정논리에 따른 심사 기준이 많기에 그렇다.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도 심각하다. 의료기관들은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서로 환자를 두고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그 과정에서 거대 자본조달이 가능한 서울의 대형병원은 덩치를 키우면서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한 채 전국의 환자를 빨아들이는 공룡이 됐다. 

이 속에서 가장 큰 피해는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는 동네의원이다. 동네의원의 생존법으로 비급여 진료가 가능한 외과계열은 비급여 창출로, 비급여 진료가 상대적으로 여의치 않은 내과계열은 하루 진료환자 수를 최대한 늘리는 구조(소위 3분 진료)의 진료형태가 고착화돼 있다.  

이같은 조건에서 그간 과거 정부가 조금씩 추진해 온 보장성 확대에 대해 의료계는 반발해 왔다. 급여의 저수가를 보전하는 목적으로 비싼 고수가로 비급여 가격을 책정해 유지해 왔는데, 이를 급여화하면 수가가 절반정도로 떨어지기에 그렇다. 의료기관은 보장성 확대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고자 다시 행위량을 늘리고, 새로운 비급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온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에 대한 요구는 크고 이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의료계 입장에서는 목을 죄여오는 것을 느끼게 마련이다. 의료계가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던 근원적 이유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조금씩 보험료 부담은 늘어나는데도 건강보험 보장률 개선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 의료 불안은 지속되고 사회 전체적으로 의료비 지출은 증가하는 현상만 보이고 있는 것이 우리 건강보험제도의 현주소가 돼버렸다.

문재인케어는 과거 보장성 확대정책과는 다르다 

이처럼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은 매우 뿌리가 깊다. 이 와중에 문재인케어가 발표됐다. 더구나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건강보험 편입'을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으니 의료계의 우려가 존재할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재인케어는 과거 정부가 추진해온 보장성 확대와는 그 결이 다르다. 비급여의 건강보험 적용 시 비급여 수가가 인하되는 것은 과거와 같다. 하지만, 비급여의 수가인하에서 발생하는 차액은 그대로 보존해 기존 보험 저수가를 정상화하는데 쓰인다. 산술적으로 보장성 확대로 인한 의료계 손실은 없는 셈이다. 또한, 이는 그간 보험급여 저수가, 비급여 고수가를 둘 다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나는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의료수가를 적정수가로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본 바 없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이미 두 세 차례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은 적정수가를 언급했다. 물론 적정수가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당연히 비급여의 급여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요하기에 그렇다. 지금은 의료계의 문재인케어 반대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간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따라서 문재이케어로 인해 의료계가 직접적인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하지만 기존에 비급여 비중이 평균 수준보다 높은 의료기관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는 기형적인 의료체계에 의존한 결과이기에 불가한 측면은 있다.

잘못된 의료체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출발점 

문재인케어가 우리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모두 정상화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의 의료체계를 정상화하는데 기여하는 정책이다. 나 역시 문재인케어에 만족하진 않는다. 여전히 70%의 건강보험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여전히 적지 않기에 그렇다. 

의료계는 정부가 제시한 비급여 차액 보전이 적정수가를 보장해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볼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본다. 나는 적정수가의 개념을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 의학적으로 검증된 진료만으로 충분히 의료기관이 유지할 수 있는 의료수가로 이해한다. 이번 문재인케어는 단지 비급여의 건강보험 편입시 삭감된 수가를 보전해주는 정도다. 그럼에도 문재인케어가 지금보다 더 적정수가에 가까운 정책을 시행한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이번을 기회로 삼아 의료계가 문재인케어를 반대해 무력화하기 보다는 이를 활용해 비급여 없이도 적정수가로 나아가는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비급여는 한국 의료체계를 병들게 해온 핵심이다. 건강보험 보장 확대의 걸림돌이고, 국민이 의료비 부담을 느끼는 이유이며, 저수가 체계를 온전시키고 필수의료서비스 진료를 위축시켜 의료공급체계를 왜곡한 원흉이다.  

의료보장제도가 탄탄한 나라들 대부분은 비급여가 없다. 거의 모두가 급여진료에 의지한다. 그게 보편적인 복지국가의 의료정책이다. 우리도 비급여는 규제하고 급여진료중심으로 재편해 건강보험 보장을 높이고, 그것으로 의료기관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의료계는 비급여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비급여는 잠시 저수가의 수입을 보전하는 방식이었지만, 그 부메랑은 다시 의료계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의 높은 손해율의 책임이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로 팽창된 비급여 때문이라며, 의료계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내몰고 있다(물론 실손의료보험의 높은 손해율을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그 근본적 책임은 잘못된 실손의료보험의 구조때문임을 필자는 여러 글에서 강조한 바 있다). 비급여에 대해 의료기관이 마음대로 가격과 행위량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래서, 보험사는 심사위탁, 직불제와 같은 비급여 규제를 계속 제기한다.  

이처럼 건강보험의 보장 확대가 아니더라도 보험사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현행 비급여 제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비급여에 대한 규제를 보험사의 통제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보험수가 인상과 함께 건강보험으로 편입돼 의료체계를 정상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당연히 후자가 의료계에 유리하다.

문재인케어를 위협하는 요인들 

문재인케어가 발표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문재인케어 성공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우선 재원에 대한 문제다.  

문재인케어에 필요한 재원이 과소추계돼 있지 않느냐는 의료계의 우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문재인케어가 완료되는 2022년 8조 1441억 원의 투입된다. 그 결과로 보장률은 63.4%(2015년 현재)에서 70%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률 1%P에 필요한 재원은 1조 2000억 원임을 의미한다(2022년기준). 충분하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정부는 문재인케어를 추진하겠다면서도 애초의 약속과 달리 국고지원액을 축소 편성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정부지원 규정은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토록 하고 있다. 문재인케어에 의하면 과거보다 국고지원액을 늘리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10.2%만을 책정했다. 과거 정부는 건강보험에 국고지원액을 항상 축소 지원해왔다. 어제 오늘이 아니다. 문재인정부에서조차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를 위시한 정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심지어 이 금액조차 쪽지예산에 눈먼 국회는 2200억 원을 추가로 삭감했다. 야당(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의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한 결과다. 그 결과 건강보험 재정지원률은 9.8%로 줄었다. 역대 최저치다. 우리 건강보험 제도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건강보험료율 인상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케어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과거 평년 수준인 3.2% 보험료인상을 제시했지만, 보험료를 결정하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 건강보험료율은 2.04%로 삭감했다. 정부의 고질적인 국고지원 축소에 반발, 문재인케어 재원을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으로만 메우려 하느냐는 불신이 작용한 결과다. 

의료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집회를 주도한 일부 인사들은 자신들의 극우적인 이념적 편견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던 한 인사는 건강보험제도를 '사회주의 의료'라며 비판한다. 마치 건강보험제도 자체를 타파해야 하는 양 비판한다. 그런 주장은 대다수의 의료계의 인식과도 거리가 먼 주장이다. 의협의 일부 인사들이 그런 주장을 계속 한다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고, 제대로 된 건강보험제도의 개혁을 논할 수가 없다. 

문재인케어 성공을 위한 사회적 위원회(가칭 '문재인케어위원회')를 만들자

의료계는 문재인케어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문재인케어에 참여해 의료계의 요구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의료계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다. 지금의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의료개혁에 적극적이고, 의료계의 주장을 이해하고 있다. 이 기회를 활용하자. 문재인케어는 드디어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할 수 있는 창 'window policy'을 열었다. 건강보험이 국민의 병원비걱정을 해소하고, 의료계 역시 적정진료와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케어 추진과 의료개혁을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기구인 '문재인케어위원회'를 만들자. 이를 위해 국민이, 의료계가, 정부가, 시민사회가 무엇을 해야할 지를 함께 논의하는 틀을 만들자. 거대한 의료개혁을 시작하자. 국민은 의료 불안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리고, 의료계는 '교과서적인 소신진료'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체계를 함께 만들자. 그 속에서 다음을 논의하자. 

국민들은 건강보험의 보장 확대를 위한 적정부담을 논의하자. 건강보험료의 저부담은 결국 건강보험의 저보장을 낳아 의료불안으로 다시 돌아온다. 지금까지 우리는 저부담과 저보장으로 인해, 어쩔 수없이 값비싼 민간의료보험에 의지해 왔다. 가구당 평균 22만원이 넘는 민간보험료를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로드맵을 논의하자. 건강보험료 인상은 환자의 부담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부담 감소로 돌아온다.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해 대부분의 병원비를 건강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민간의료보험은 불필요해지기에 그렇다. 병원비 본인부담은 오롯이 국민이 감당해야 하지만, 건강보험료는 사업주부담과 국고지원이 보태지는 구조이기에 그렇다. 국민건강보험료는 100원을 내면 180원으로 부풀어 다시 돌아온다.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하는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 국민을 대표해 참여하는 노동, 시민단체도 건강보험료 인상을 반대하지 않고 적정부담을 수용하기를 바란다. 

의료계는 의료공급체계 개혁에 나서고 동의해야 한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일차의료강화의 요구는 합당하다. 그러나 웬일인지 낭비적 지출구조 개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주치의제도이고 포괄수가제와 같은 지불제도이다. 주치의제도는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국민을 예방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입원진료비에 포괄수가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보편적인 흐름이다.  

문제는 주치의제도나 포괄수가제 도입 자체가 아니라 또 다른 수가 통제의 수단으로활용될 것이라는 불신이다. 나는 의료인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 전문가로서의 국민건강을 대리하고 책임지는 데 대한 합당한 대가는 보전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제도를 수가통제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면 나부터라도 문제제기할 것이다. 엄격한 수가 통제는 결국 의료의 질의 하락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 현실적으로는 이런 제도 변화는 강제적인 방식이 아니라 선택적인 방식으로 도입하면 충분히 의료계의 불신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정부와 국회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나라 예산을 편성할 때 항상 국고지원을 축소해왔다. 이번 문재인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는 스스로 약속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액 인상약속을 져버렸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를 감시하고 법률대로 국고지원이 되는지를 감시해야할 국회는 오히려 추가로 삭감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국회는 매 회기마다 국고지원에 대한 사후 정산제를 도입해 엄격히 14%를 지원하자는 법률 개정안이 상정되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국회에서 논의되는 일이 없다. 국회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이렇듯, 서로간의 불신과 조장이 우리 건강보험제도를 정상화시키지 못하는 요인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 의료계, 정부/국회가 보건의료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국민, 정부/국회, 의료계가 모여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탄탄한 재원대책을 세우고, 의료전달체계 개편, 일차의료 강화, 적정수가, 공공의료 확대 등 의료공급체계 개편을 논의하자. 국민, 정부, 의료계가 서로 불신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진정으로 논의하고 협력해 국민도, 정부도, 의료계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 문재인정부가 진정으로 문재인케어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당장 '문재인케어위원회'를 설치하길 바란다.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