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우리, 이번에 반드시 투표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보편적 복지 구현은 시대적 과제

최수정 가톨릭대학교 일반대학원 

어느덧 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해를 기약하는 마지막 달이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 간의 수고에 서로를 축하하는 이들, 빛바랜 노력들이 더 빛나도록 격려하는 이들, 그 무리에는 언제나 그렇듯 지나간 시간을 야속해하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모습을 띤 연말을 다시 맞이했고, 곧 다가올 연초를 기대한다.

지금의 12월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지난 5년을 격려하고, 다독이고 아쉬워하는 모든 이들이 한국의 새로운 5년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그 한 사람의 선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좋은 일 하시네요

Q: "어느 과 학생이세요?"
A: "저 사회복지학과 학생이요."
Q: "아. 좋은 일 하시네요."

나는 소위 좋은 일(?) 하는 부동의 유망학과,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다. 고등학교 1학년 무렵, 봉사시간 점수로 얼떨결에 들어간 봉사동아리에서 사회복지를 처음 알았고 이후 회장을 맡았다가 복지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했고 지금은 같은 대학원에서 나름의 복지를 꿈꾸고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사회복지란 대체 무엇이냐고. 실재하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그것에 대해 답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복지는 국민의 생활 향상과 사회 보장을 위한 사회 정책과 시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야"라면 적절할까? 내가 아는 사회복지는 너무나 광범위한데도 이를 축소해 설명하다 보면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귀결되고, 이를 들은 사람들은 결국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로 해석해 버린다.

비록 현장 실무경험은 거의 없지만, 복지를 둘러싸고 냉혹한 현실이 존재하는 걸 안다. '누구에게 줄 것인가? 어떻게 줄 것인가?'를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도 벌어진다. 복지 대상과 재원에 관한 질문들이 서로 꼬리를 무는 가운데 우리는 공통의 합의를 이끌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일반적으로 최소비용·최대효용의 복지가 최우선으로 시행된다.

사실 한국의 복지는 상당히 발전해 가고 있다. 미국에도 없는 국민건강보험이 우리의 건강을 지원하고, 국민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우리의 노후를, 고용과 산재보험이 우리 노동을,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여타 가족지원법들이 우리의 삶을 지원하고 있다. 제도만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현실에서는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제공되는 복지의 대상과 급여 수준에서 여전히 포괄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넓고 급여 역시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사회 양극화, 고령화 등이 심화되면서 복지 수요는 늘어만 가는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사회복지는 그 영역이 넓은 만큼 다양한 욕구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에 이해당사자마다 자신의 욕구를 주창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집단에 속하지 못한 이들은 '그래. 필요하니까 더 늘려야지. 하지만 나는 그것에 포함되지 않아. 내 일은 아니야.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며 주변으로 사라진다.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기도 어렵다.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제기된 무상급식을 선두로 보편복지, 복지국가 의제가 다가왔다. 이제는 특정한 계층, 이해당사자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해당하는 보편복지가 화두다.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들이 논쟁에 가담했고, 12월 19일 대통령선거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처럼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은 정치적 구호와 달리 실질적인 미래 프로그램으로서 말이다.

그렇다. 이제 우리는 복지국가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사회복지는 단순히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좋은 일'이 아니라 모두 복지 권리를 지닌 시민으로서 가꾸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이제 나에 대한 질문도 바뀌지 않을까?

Q: "어느 과 학생이세요?"
A: "저 사회복지학과 학생이요."
Q: "아. 복지국가 만드는 데 제일 앞장서시겠네요."

복지국가 꿈을 향한 우리의 도전

오랫동안 주눅 들었던 복지가 이제 깨어났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가슴이 설레는 일이다.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지난 11월 30일 내가 다니는 학과에서 사회복지 학술제가 열렸다. 우리는 매년 이맘때에 학부 사회복지학과,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 사회복지대학원 세 주체들이 함께 사회복지 주제를 정해 연구하고 발표한다. 이번 주제는 "한국의 사회복지재정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이다. 한국의 복지재정 실태를 살펴보고,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들춰보고자 했다.

학술제 기획부터 진행까지 쉽지가 않았다. 우리는 후보자들과 정당별 공약을 통해 이들이 지닌 이념을 보고 싶었다. 이념의 차이가 정책의 차이를 불러오는 관계도 확인하고 싶었다.

17명의 참여자가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책을 공부했고, 이어 이것을 후보자들의 공약에 적용해 분석하려 했다. 우선은 언론에 발표된 몇 가지 자료들과 각 캠프별 홈페이지에 수록된 공약 선언문들을 기초로 복지부문 공약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역시 '복지'는 핵심 키워드였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복지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오히려 이념과 색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 다음 우리는 '실현 가능성'이란 새로운 물음을 제기하였다.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자연스레 복지재정으로 관심이 옮겨 갔다.

무상복지 이슈들이 터졌을 때, 두 가지의 상반된 반응이 포착되었다. 하나가 "복지는 더 이상 시혜적 의미의 구호가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다"라는 복지인식전환의 반가움이었다면, 또 다른 하나는 "복지는 일반 대중의 인기를 모으기 위한 정치적 행태다" 라는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였다. 한국의 부실한 재정조세체계에서 복지재정 마련은 만만한 주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복지 이행에 드는 재정 문제는 더욱 실현가능성의 물음들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어디서 쉽게 알기 힘든 부분, 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재정에 대해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술제를 마무리하고 수거한 설문지에는 위와 같은 답변들이 적혀있었다. 우리 역시 공감했다. 처음 학술제를 기획할 때 복지재정을 주제로 택하기에 망설임이 컸다. 알고 싶고 알아야하는 주제였건만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대학에서 조차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주제이다.

하지만 기본 용어, 세입·세출 항목, 재정구조를 하나씩 공부하며 전체 윤곽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와 언론에서 복지재정이 증가했다고 하는데, 물가상승률과 법령에 정해져 있는 인상분을 제하면 증가부분은 찾기 어려웠다. '역대최고의 복지예산' 구호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유력 후보들의 재정 공약은 실망스러웠다. 문재인,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은 12월 9일, 10일에야 발표되었다. 선거일을 고작 열흘 남긴 시점이다. 공약, 이것은 표현그대로 공공의 약속이다. 입후보자가 말한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한 것이며, 그것의 실현가능성을 보여주는 핵심 수단이 바로 재정공약이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복지공약에 따른 소요재정 추계, 재원확충방안을 모호하게 처리했다. 우리는 복지국가 꿈을 꾸고 있건만 후보들은 이에 부응해주지 않았다.

이전이라면 모르고 넘어갔겠지만 학술제에서 복지재정을 여럿이 함께 파헤쳤던 덕택에 재정공약의 부실성을 알아챌 수 있었다. 슬프고 답답한 일이었다. 더욱 우리의 과제가 크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했다.

부재자투표, 나의 소중한 실천

사회복지는 실천을 통해 구현된다.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지난 12월 14일 난생 처음으로 난 정치적 실천을 했다. 눈이 꽤 온 후라 빙판길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그 날. 나는 먼 고향에서 날라 온 부재자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에 들어 갔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보란 듯이 나왔다.

나는 이번 투표가 너무나 반가웠다. 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서? 아니 내가 꾸는 꿈을 현실로 실현하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어서이다. 미래를 여는 소중한 실천이다. "저는 오늘 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왔습니다. 제 복지를 실천한 것이지요. 여러분도 여러분의 복지를 실천하세요!"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