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올해 복지정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하나를 꼽으라면 문재인케어이다. 아직도 어린아이의 병원비를 모금해야 하고, 큰 병에 걸리면 절대 빈곤으로 추락하며, 10가구 중 8가구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현실이다. 아무쪼록 문재인케어가 국민건강보험만으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는 밑바탕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케어를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향후 진로가 험난하기 때문이다. 의료정책은 정부의 계획만으로, 국회의 입법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행위자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계가 존재한다. 지금 이들이 반대한다. 현재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병원 경영이 어려운데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 더 힘들어진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솔직히 일반 시민의 눈에선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입은 지금도 상당한 수준이지 않은가? 정말 의료계가 문재인케어 반대를 통해 얻으려는 궁극의 목표는 무얼까? 


우선 문재인케어로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살펴보자.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비급여의 급여화’이다. 의학적 진료임에도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모두 급여로 전환한다. 비급여 진료에 따른 과중한 비용을 감당해왔던 환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정책이다. 거꾸로 비급여 진료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려온 의사들에겐 전체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 원가 이하의 급여 진료 수가로 발생한 적자를 비급여 진료로 보전해왔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인데, 지금까지 비급여에 거품이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재인케어는 의료계의 주장을 반영해 현행 급여 진료의 수가를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량에서 의료계 수입이 유지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저항이 거세다. 이는 갈등의 뿌리가 더 깊은 곳에 있음을 시사한다. 바로 ‘진료행위 관리권’이다. 의료서비스는 구매자(환자)와 판매자(의사) 사이 정보 비대칭성이 매우 큰 영역이다. 의사 선택은 환자의 몫이라 해도 일단 만나면 의사의 처방대로 구매한다. 문재인케어에선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모든 의학적 진료행위가 공적 관리체계로 들어온다. 환자와 의사 사이 직거래로 종료되던 비급여 진료가 국민건강보험 체계로 편입되는 획기적인 변화이다. 의사 입장에선,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았던 비급여의 진료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해야 하는 게, 또한 같은 전문가가 심사평가를 위해 진료내역을 들여다보는 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 성격의 진료라면 모두 국민건강보험 체계로 들어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비급여에 존재하던 거품도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대신 진료 내역에 대한 심사평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진료를 평가한 상근심사위원을 공개하는 심사실명제가 시행된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명분과 현실에서 의료계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거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의료계는 공연히 반대하고 있는 걸까? 아니다. 의료계는 반대 정치를 통해 자신의 요구를 이뤄가고 있다. 여전히 비급여의 급여화 자체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를 발판으로 삼아 최대한 실리를 얻어가는 모양새다. 우선 의료수가 인상이다. 지난달 대규모 집회 다음날, 대통령은 “의사들의 염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며 사실상 수가 인상을 약속했다. 이어 복지부와 의료계가 적정수가 보장 방안, 심사평가체계, 건강보험공단 개혁 등을 다루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했고 어제 첫 회의를 가졌다. 향후 제도개혁에서 의료계의 뜻이 계속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유감이다. 과연 이 주제가 의사들만의 일인가? 정부와 의료계만으로 테이블을 구성해 문재인케어의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건 부당하다. 수가는 의료계의 수입뿐만 아니라 가입자의 보험료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진료 표준화, 병의원 체계 정립 등 국민건강보험의 모든 영역이 시민들과 엮여 있다. 사실 시민단체도 문재인케어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 보장률 63.4%가 70%로 올라가는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도 임기 말 목표를 68%대로 제시했었다. 그럼에도 시민단체는 문재인케어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혁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기에 비판하고 또 협력해 왔다.


모두가 함께 논의하자. 시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문재인케어위원회’가 필요하다. 이 자리에서 의료수가의 적정 수준과 진료 심사체계의 개혁 방안을 다루고, 동네의원에서 대학병원까지 의료전달체계도 바로잡자. 나아가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하는 중장기 비전도 마련하자. 시민들이 언젠가 민간의료보험을 해약할 기대를 가지도록 말이다. 그래야 이름에 어울리는 ‘문재인케어’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1022049035&code=990308#csidxade367e4bb7d617b9bf2d535f7d8cf3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