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청년 마음건강을 지원하자




_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청년을 지원하는 조직에서 일하다 보니, 소위 '요즘 것들'이라고 불리는 청년들을 이해 못하겠다는 푸념을 종종 듣는다. 그럴 때마다 청년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은 기존에 없던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비 없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라고 답변한다. 출구가 없는 미로를 혼자서 헤매는 느낌이라면 이해가 될까?

지난 2월 20일, 서울시민청에서는 올해 첫 번째 청년포럼이 열렸다. '청년의 마음건강과 주도적 삶의 기획'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은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이 넘는 청년들이 자리를 꽉 채울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청년들의 마음건강 분야는 고민 상담부터 전문 심리상담과 정신건강 상담의 영역까지 관련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했고, 참여한 청년들의 고민도 다채로웠다. 청년이라고 하면 신체 건강하고 도전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지만, 현실의 청년들은 '마음건강을 돌보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 지난 2월 20일 서울시민청에서 '마음 건강과 주도적 삶의 기획'이라는 주제로 처음으로 청년포럼이 열렸다. ⓒ기현주


청년들의 마음건강 상태 심각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인 평균 1200만 원의 학자금 빚 부담을 안고, 평균 22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며, 힘들게 입사한 회사에서는 일못(일을 못하는 사람)으로 찍힐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나마도 계약직인 경우가 많아서 부당한 처우에도 말하지 못하고 버티면서 마음앓이 하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20대의 공황장애 발병률이 최근 5년 사이에 65%나 증가했다.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증도 각각 22.2%, 20.9%로 증가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마음앓이가 몸으로 나타난 증상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위장병 등 소화계질환도 20대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급하게 한 끼 때우는 불규칙한 식사습관,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20대의 건강 상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또한 2017년 서울시 청년수당 참여자들의 심리정서 자가체크 결과를 보면, 진로건강과 정서건강 모두 취약한 그룹이 24%, 정서건강이 취약한 그룹이 7.6%로 미취업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f Training) 상태의 청년들의 마음건강 상태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들의 마음건강 문제가 질병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고 심리정서적 회복력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상태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진로 고민, 결혼이나 연애 고민을 친구나 선배, 가족과 상의할 수 있었다면, 지금 청년들에게는 작은 고민 하나라도 나눌 만한 '비빌 언덕'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가족들은 각기 바쁜 일상을 살고 있고, 친구나 선배와는 개인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나마 학교나 직장에 소속되어 있다면 공식적인 도움을 요청할 기회라도 있는데, 니트 상태의 청년들은 사회적 고립 상태이기 때문에 그나마도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 마음건강의 취약성이 클 수밖에 없다. 무기력함, 낮은 자존감 등의 감정 상태가 청년들이 다음 경로를 설정하는 데 큰 장애가 되고 있는 상태이다. 

또래 모임부터 전문상담까지 폭넓은 지원이 필요 

2017년 서울시 청년의회(청년 당사자가 직접 정책을 발의)는 청년마음건강 분과를 새롭게 운영하면서 청년의 마음건강을 돌보는 심리정서 분야 바우처 사업, 생활 고민을 상담하는 고민상담소 운영을 신규 사업으로 제안하였다. 이를 이어 받아 올해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마음건강 사업을 보강할 예정이다. 서울뿐 아니라 광주, 대구, 수원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거나 이미 시범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시범 운영했던 청년진로정서 자가체크 <요즘 어때?>의 결과 분석에 따르면,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는 0.1% 수준으로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민간상담센터 등을 빠르게 연계하면서 문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청년들은 자가체크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상태를 해석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고, 또래들과의 집단 프로그램을 통해 활력을 되찾았다. 이처럼 청년들에게 필요한 마음건강 서비스는 문턱이 낮은 고민상담, 또래 모임부터 전문가 개입이 필요한 전문상담까지 스펙트럼이 꽤 넓다.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청년실업 문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 때,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청년들의 컨디션을 만드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의지할 사람은 없고, 비난하는 사람만 있는 청년들에게 사소한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공공의 지원체계를 통해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전문상담을 담당해 줄 전문기관의 확충이 절실하다.  



(기현주 내만복 운영위원은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장입니다.)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