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3월 30일, 사회복지 노동자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2016년 촛불과 함께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열쇳말로 자리 잡았다. 철저하게 을로 살아온 하청업체 직원, 비정규직, 군대의 사병, 세입자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이 비로소 갑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촛불과 광장의 힘으로 변화를 경험했던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이 목소리로 삶을 조금씩 바꾸어 나갔다. 그리고 지금의 미투(#Me Too)운동으로 이어졌다.

누군가 미투는 혁명이라고 했다. 동의한다. 미투 운동은 마치 민주주의와 같다. 민주주의는 피의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자랄 수 있었다. 미투 운동도 마찬가지다. 미투 운동은 피해자의 피눈물 나는 고통을 다시 들추어내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싸움은 들추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는 2차 가해에 생채기를 덧입는다. 그럼에도 같은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 되풀이 되지 않고 세상이 나아지길 원하는 바람 때문에 피해자는 용기를 낸다. 다행히 함께하는 연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결코 네 잘못이 아니야. 아픔을 같이 아파할게. 너를 응원해. #with_you.' 

"이쯤 되면 사회복지 미투도 나올 때 되지 않았나요? 꽤 많을 텐데요?"

페이스북 페이지 '사회복지 대나무 숲'에 최근 올라온 질문이다. 왜 없겠는가? 단언하지만 사회복지 현장은 적폐와 갑의 폭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필자는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이하 사회복지노동조합)에 가입한 지 3년이 되었다. 사무처장으로 활동한 지는 2년차에 접어들었다. 사회복지노동조합은 조직률이 1%도 안 되는 아주 작은 노동조합이다. 이 작은 조직을 통해 접한 갑질과 폭력, 부정부패는 매우 심각했다. '드러나지 않은 일, 차마 드러낼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을까?'라는 의문이 필자의 망상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사회복지노동조합의 중책을 맡으면서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할지가 늘 고민거리이다. 몇 번의 마라톤 회의 끝에 2018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세 가지를 결정했다. 첫 번째, 연장근로 수당의 정상 지급, 두 번째, 기관 내 종교행위 강요 금지, 마지막으로 직원에 대한 후원 강요 철폐이다. 이 세 개의 문제를 선정한 이유는 간단한다. 시설 종류, 규모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시설에 만연해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노동조합이 노동 존중 특별시 서울시에 책임을 묻다 

서울시에 있는 사회복지 시설은 서울시에 모든 관리 책임이 있다. 그래서 사회복지노동조합은 3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 존중 특별시'를 내세우는 서울특별시에 책임을 물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고나 계십니까?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급하는 서울시가 이 사태를 몰라도 문제이고, 알면서도 가만히 놔두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러자 서울시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요구했다.  

노동조합에서는 서울시의 사회복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먼저 온라인 설문 사이트(http://bit.ly/요구설문)를 개설했다. 서울시 소속인 사회복지시설 노사협의회와 고충처리위원회에 설문 공문을 발송했다.  

문항은 단순하다. 연장근로시간과 보상이 어느 정도인지, 관련 규정이 있는지, 공적 업무에 종교 행위가 포함 되는지, 직장에 후원금을 내는지 그리고 이 사항들이 채용이나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이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전근대적인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다 그렇게 하는 이게 뭐가 문제라고?" 

▲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 중인 사회복지 노동자. ⓒ박영민


사회복지노동자가 답하다 

설문조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답변이 들어왔다.  

"월 10회 이상 종교 활동 강요(평일 저녁, 새벽, 매주 일요일), 과장급 이상 십일조(수입의 십분의 일을 내는 헌금), 평직원은 후원금과 헌금 납부, 바자회 티켓 배당, 매월 후원자 개발 배당, 법인 행사 시 차출되어 업무 지원, 법인 업무 배당, 종교 행사 준비, 매일 오전 회의 전 종교 책 읽기, 종교 활동 및 후원 거부 시 재단 내 산하시설 간 지방 발령, 각종 공연 준비하여 종교 행사 때 발표"  

믿기 어렵겠지만 위의 답변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이것이 한 사람의 문제나 특정 기관, 특정 종교 법인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다. 사월 초파일이면 3,000배를 해야 한다. 더 높은 직급으로 승진하려면 세례가 필수이다. 이런 사례는 굳이 조사가 필요 없을 정도다.  

후원을 받지 않는 사회복지 시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지자체 보조금만으로 사업비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담당 직원은 기부자를 모집하고 후원처를 개발한다. 문제는 해당 업무와 상관없는 직원도 의무적으로 후원금을 납입하고, 후원자를 모집해야 한다. 직책에 따라 후원금 액수가 깔끔하게 정해진 기관도 있다. 대부분의 사회복지 노동자는 세금과 사회보험료, 기관 후원금이 공제된다. 정기 후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사적 후원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바자회나 일일 장터의 티켓이 1인당 5만 원, 많게는 50만 원 이상 강제 배분된다. 

사회복지기관의 대부분은 일할 사람은 부족하고 할 일은 많다. 처리할 민원이 쌓여 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인 근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한다. 문제는 연장근로 수당의 최대 지급 시간을 정해놓았는데,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주말 종교 활동과 법인 행사에 동원되는 일은 근무시간으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도 사회복지노동자는 무료 노동을 강요받는다.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은 공공성을 가지며 사회복지사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공공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장 제1조에 명시된 일부 조항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성이 과연 특정 종교행위를 강요하고, 후원금을 착취하며 무료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와 전혀 상관없나? 법에서 그리고 서울시가 이야기하는 공공성은 과연 무엇인가? 이제 서울시가 답할 차례이다.  

사회복지 노동자들이여! 현장을 떠나지 말라! 

미투 운동은 위계에 의한 폭력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사회복지 조직에도 강력한 위계가 존재한다. 강력한 위계는 폭력적인 강요로 이어진다. 종교 행위, 후원, 무료 노동 강요뿐만이 아니다. 불편함을 표현하면 사회복지사로서의 마인드가 부족하다며 공격받고, 소외당한다. 촘촘하게 연결된 사회복지계 안에서의 취업은 힘들어지고, 생존권을 걸고 싸워야 하는 문제가 된다.  

사회복지노동조합은 해야 할 일은 쌓여있다. 하지만 당장 사회복지사업법의 기본이념만이라도 구현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했고, 앞으로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3월 12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3월 한 달 간 서울시청 앞 릴레이 일인시위에 돌입했다. 현장 사례를 취합하고, 서울시 복지정책과와 협의를 구체적으로 체계화 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복지 현장에서 실종된 노동권을 되찾고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연구 중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와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공표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사회복지사의 날. 3월 30일이다. 이 날을 맞이하며 진정한 사회복지 노동자의 권리를 선포하고, 사회복지 현장 변화의 주체로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조직하고자 한다. 서울시를 향해 사회복지사들의 목소리가 모으는 <사회복지노동자의 날 문화제, #How_are_you?>를 개최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참석하길 바란다.  

사회복지 노동자들이여. 현장을 떠나지 말라.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서로 응원하고 함께 해결하자. 진정으로 'I'm fine'이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 하고 물어보자. "How are you?"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