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나보다 왜 늦게 온 사람이 먼저?





김대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의 내만복학교, 의료기관 이용 상식 마지막 4강입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부제로 노인 건강과 응급실 이용 상식을 알아보았습니다.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사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불로불사는 불가능하지만,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중국의 진시황제(BC 259-210) 또한 생전에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50세에 죽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인류의 기대 수명(어떤 사회에 인간이 태어났을 때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이 많이 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대 수명이 80-85세에 달합니다.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건강한 상태로 오래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대부분 노인 시기를 많은 질병에 시달리며 보낸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릅니다. 오는 2026년이면 노인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고령화에 따라 노인들의 의료서비스 이용 또한 급증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1년에 최소한 한 번 이상씩은 병원을 찾습니다. 이에 따라 노인 진료비 또한 연간 20조원에 달합니다. 2060년이면 연간 400조원이 필요합니다.


노인 질환의 특징은 한 명의 노인에게 여러 가지 질환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요통, 골다골증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3가지 이상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이 20% 입니다. 이러한 질병에 더해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이나 사회에서 역할 상실 등으로 소외감과 우울감이 가중됩니다. 그러다보니 몸이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노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이 많은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면, 병원을 찾을 때 몇 가지 미리 생각하면 좋은 게 있습니다. 의료와 복지 서비스 연계가 쉬운지, 개인별로 통합적 관리가 가능한지, 경제적이나 지리적으로 접근이 용이한지 등입니다. 대개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가급적 가까운 병원에서 가능한 것들입니다. 만성질환 관리뿐만 아니라 응급 상황에서도 빨리 대응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지역별로 급성 심장마비 같은 응급 환자의 치료 성적 차이가 상당합니다. 수도권과 일부 지역의 경우 그 차이가 3배 이상입니다. 부모님이 공기 맑고 깨끗한 산골 마을에 살면 좋겠지만, 의료서비스 접근성 또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응급실 이야기입니다. 응급실이라고 다 같은 응급실이 아닙니다. 응급실마다 다른 이름을 달고 있는데 지역외상센터, 권역외상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아전문응급센터, 중앙응급의료센터 등입니다. 이들 모두 그 규모와 역할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 구분해 지정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진료비 부담도 늘어납니다.


한 번이라도 응급실에 가본 경험이 있다면, 나중에 온 환자가 나보다 먼저 응급의사의 진료를 받는 일에 의아해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응급실은 외래 진료처럼 미리 예약하거나 먼저 온 순서대로 하지 않습니다. 응급 환자의 위중한 정도에 따라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나도 당장 아파 죽겠지만, 더 위급한 환자를 먼저 챙기는 이유입니다. 진료 순서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에 따라 응급의사가 결정합니다. 이는 철저하게 매뉴얼화 되었습니다.


응급실에 가면 먼저 의사가 간단한 문진과 진찰을 하고 환자의 중증 및 긴급한 정도에 따라 다시 진료를 할 때, 우선순위에 따라 응급실 대기 시간이 달라집니다. 위중한 정도에 따라 ‘응급의료관리료’라고 하는 응급실 추가 비용을, 본인이 100% 부담할지 말지도 결정됩니다. 응급실 이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응급실 대기 시간과 진료비에 대한 궁금증이 좀 풀렸을까요?


지금까지 내만복학교 주제반, 김대희 교수의 ‘의료기관 이용상식’이었습니다. 앞으로 자신이나 가족이 병원을 찾을 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 4강을 마치고 간단한 수료식을 가졌습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올해 첫 내만복학교 수료증을 받은 <함께걷는아이들> 김현주 팀장은 “그동안 많은 강의를 들어봤지만, 손에 꼽을 만큼 좋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개근을 한 한영섭 <내지갑연구소> 이사는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을 잘 모르고 꺼려하는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강의”라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