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이 재난이 되지 않는 세상 ③] 김종명 정책팀장이 말하는 ‘희귀질환’ 지원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소아당뇨 엄마 김미영 씨를 계기로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과 가족의 삶이 재조명 받고 있다. 환아 부모에게 생생하고 절박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희귀난치성 질환의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봤다. – 기자의 말

[기사 싣는 순서]
① “국가가 좀 나서주면...” 의사도 모르는 병에 걸린 아이들
② “이 병에 관심 있는 의사 딱 한 명만 있으면 좋겠어요”
③ ‘1년에 백만 원?’…희귀질환 치료비 부담 낮출 답 있다



조은정 씨는 당원병이 있는 7세 아이의 혈당 수치를 보다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여러 기계를 이용한다. ⓒ조은정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소아당뇨 등 희귀 질환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 당원병과 고인슐린혈증 환우회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는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등록제를 시행하는 등 보장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목표만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의료비 부담이 크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당원병과 고인슐린혈증 환우회가 보험 적용 확대를 요구한 것도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급여로 인정받지 못한 물품이다. 질병 관리에 필요한 각종 소모품, 옥수수전분, 영양 보충제, 주사제 등이다. 이 자리에서 당원병 환우회 회원인 박주욱 씨는 “탄수화물 대사이상 질환인 당원병은 각종 수치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데만 월 126만 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직접 발표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이 정책은 비급여의 급여(건강보험 적용)화와 15세 이하 어린이 입원비 법정본인부담률 인하를 골자로 한다. 또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4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어렵죠? 제도가 더 복잡해진 거예요. 좋은 제도는 구조를 간단하게 만들어야 해요.”

베이비뉴스는 지난 20일 김종명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이하 어린이병원비연대) 정책팀장을 만났다. 그는 문재인 케어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어린이병원비연대는 사회복지계와 시민사회단체 60여 곳이 모인 단체다. ‘어린이의 생명을 모금에 의존하지 말고 국가가 책임질 것’을 주장하며 2016년 2월 2일 발족했다. 

그가 문재인 케어가 복잡해졌다고 평가한 이유는 ‘예비급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비급여는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에 대해 본인 부담을 50%, 70% 90%로 차등적으로 예비급여화하고 3~5년 후 지속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 발표 후 참여연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입장문에서 “예비급여를 도입할 경우 의료비상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관련보완대책을 동시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예비급여는 여전히 높은 본인부담률이 적용되며 연간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예비급여의 본인부담을 연간본인부담상한제에 포함해 시행한다면 재난적 의료비(가처분소득 4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경우)를 지원하는 제도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 지속적인 치료 필요한 희귀난치질환, 국가책임 높여야

현행 문재인 케어 아래에서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부담이 얼마나 줄었을까.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을 앓는 3세 아동 A의 사례로 살펴보자.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은 면역세포인 백혈구 중 T세포와 B세포가 없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이다. 남자아이만 나타나는 전 세계적인 희귀질환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 아동에서 처음 발견됐다. 어머니와 50% 골수가 일치해 이식수술을 했으나, 뼈 속에서 피가 만들어져 나와도 그대로 사라지는 증상이 있다. 정확한 치료방법이나 시기, 비용 등이 정해지지 않아 치료의 끝을 알 수 없다. 


2016년 1년 동안 발생한 이 아동의 병원비는 3억 8182만 원으로, 이 중 3억 1052만 원을 급여로 인정받았다. 법정본인부담, 전액본인부담, 비급여 본인부담을 포함하면 환자의 본인부담 총액은 7130만 원에 달한다. 연간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받아 총 5645만 원을 부담했다. A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85.2%(상한적용)으로 평균 보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A의 가족은 현재 소득이 없지만,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재산과 성연령 등을 기준으로 월건강보험료 20만 원 정도를 내고 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 또한 실제 소득이 아닌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분위를 적용한다. 이 가족은 9분위에 해당한다. 

2022년 기준 문재인 케어를 적용하면 급여 인정 금액은 3억 2626만 원으로, 적용 이전 보다 급여 인정 금액이 1574만 원 늘어난다. 그럼에도 법정본인부담과 예비급여본인부담을 더하면 5556만 원이며, 건강보험 보장률도 89.3%로 올라가고 문재인 케어 연간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해도 4072만 원의 부담이 발생한다.  

그에게 희귀난치성 질환 보장률을 국가가 스스로 세운 목표만큼 높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었다. 김 팀장은 ‘어린이병원비 연간 100만 원 상한제’를 답으로 내놨다. 어린이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는 18세 미만인 아동을 기준으로 입원·외래·약제비의 법정본인부담 상한액을 100만 원으로 설정하는 제도다. 예비급여의 본인부담금도 100만 원 상한에 포함해 적용한다. 

사회보장제도가 갖춰진 국가에서는 이미 아동 의료비를 면제 또는 경감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20세 미만 국민의 외래진료비와 입원비를 전액 면제하고 있고, 독일은 18세 미만의 진료비 본인부담을 전면 면제하고 있다. 벨기에는 가계소득과 상관없이 19세 미만 어린이는 650유로(약 85만 원) 초과하는 본인부담금은 면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16세 미만 아동의 본인부담금을 경감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지원을 한다 해도 병원비 문제는 대상자군에 따라서, 질병군에 따라서 각각의 요구가 많다. 희귀난치성 질환, 심장질환 등 많은 단체가 있고 환아단체나 부모단체 또한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별적으로 싸워나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김 팀장은 “문재인 케어가 진행된다는 조건 하에서 다들 조금씩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만족은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혈병이나 희귀난치성 질환 등은 한 번 치료로 완치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오랜 시간 치료를 지속해야해 보장률이 90% 정도라고 하더라도 본인부담이 크다. 김 팀장은 “환자가 부담할 수 있는 정도 이상은 이제 국가가 다 책임지는 방식으로 가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베이비뉴스는 지난 20일 김종명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이하 어린이병원비연대) 정책팀장을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도덕적 해이, 재원 부담 우려에도 ‘100만 원 상한’ 해야 하는 이유

병원비 보장성 확대 반대 근거로 도덕적 해이 논쟁이나 재원 부담에 대한 지적이 등장한다. 김 팀장은 “비껴갈 수 있다”고 단언했다. 병원비가 본인부담으로 100만 원 이상 나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중증이나 만성질환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이 흔히 입원하게 되는 천식 같은 경우도 1인실을 쓰지 않는 이상 본인부담금 100만 원이 나오기 어렵다. 

확률은 적지만 큰 병에 걸린다면 얼마가 될지 모르는 병원비. ‘하늘이 노래진다’고 표현할 만큼 부모가 가진 불안감은 크다. 김 팀장은 “명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있어야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데, 이것이 100만 원 상한제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어린이병원비연대는 연간본인부담상한제 재원을 약 2790억(문재인 케어 후)에서 5061억 원(문재인 케어 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 가족 부담을 높이는 것은 급여나 비급여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소모품, 영양보충제 등에 있다. 인터넷 발달로 환자 가족들이 접하는 정보가 많아지고, 해외직접구매가 가능해졌다. 과거, 병원과 의료진이 신약과 의료기기를 포함한 기술 최전선에 있었다면 지금은 환자나 환자 부모도 그 전선으로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 팀장은 “장기적으로 지원에 빠져 있는 부분까지 국가에서 챙겨야 촘촘하고 세심한 복지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환자 가족들이 일상적으로 소모하는 약이나 기구들은 정부 지원 범위 안에 빠져있다. 김 팀장은 “포괄적으로 치료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꼭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식품일 수도 있겠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어린이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는 전 국민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를 위한 시범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문재인 케어로 비급여의 급여라는 혁신적인 정책을 내놨음에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현행 63%에서 70%로 오를 뿐이다. OECD 평균 보장률 80%를 달성하려면 연간 본인부담 상한제를 전면 적용하고 예비급여 본인부담을 포함해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률 80% 달성에는 예산 7조 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건강보험요율도 매년 5%씩 인상해야 한다.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정부나, 보험료를 내는 국민 모두에게 부담되는 정책임은 분명하다. 

“일단 어린이부터 하는 거예요. 어린이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를 경험한 국민들이 이 제도의 효능감을 느끼면 돼요. 아무 문제 없고, 도덕적 해이도 안 생기더라는 걸 알게 되면 ‘충분히 보험료 더 낼 수 있어’ 단계를 만들어낼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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