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집걱정없는세상 대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지난 8월3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등록임대업자에게 제공하기로 한 특혜 일부를 축소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말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가 임대업자로 등록하면 재산세, 취득세, 거래세, 양도소득세 등은 물론 의료보험료까지 감면해주는 조치를 했다. 임대업자의 의무는 세입자에게 4년 또는 8년 거주를 보장하고 연 5%인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지키는 것이다. 이전의 경험적 데이터를 보면 4년 임대가 대부분이어서 별반 실효성이 없는 제도다.


그동안 주거, 세입자 단체들은 임대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걸 반대했다. 세입자에게 한집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전월세 상한을 설정하는 것은 프랑스, 스위스, 독일 같은 나라에서 누려온 당연한 권리로 임대인에게 세입자의 운명을 맡기는 사고 자체가 반인권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특혜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할 노동권에 대해 사용자가 노동권 일부를 부여하면 특혜를 주겠다는 사고방식과 같다. 달리 말하면 사용자는 특혜를 받고 싶지 않으면 노동권을 계속 박탈해도 되는 것과 같다.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 11월8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전월세 대란의 원인은 보편적 주거복지를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 때문”이라며 “새누리당이 민생을 말한다면 우리 당이 발의해서 오랫동안 논의해온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법안을 더 이상 발목 잡지 말고 이번 정기국회에선 반드시 통과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3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살아 있는 권력임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야당 시절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권 노래를 부른 민주당 주요 인사들도 집권한 뒤에는 아예 입을 닫고 있다. 지난 총선 때도 이 약속을 재확인한 바 있다. 다음 총선이 2년도 안 남았다. 또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권을 공약할 셈인가. 약속하고 안 지킬 거면 아예 말을 하지를 마라.


상가임대차보호법에는 미약하지만 계약갱신권, 임대료 상한제가 들어 있다. 갱신 최대한도가 5년에 불과하고 상한이 연 9%였다가 지난 1월에야 5%로 낮아졌다. 또 상한제는 일정액 이하의 환산보증금에만 적용되는 탓에 상가세입자가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주거세입자에게는 갱신권도 상한제도 아예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상한제가 있긴 하다. 그런데 계약연장에는 적용이 안 되고 계약기간에 경제 변동이 급격할 때 추가로 올려주는 조항이다. 기존 계약도 무시하고 추가로 올려주어야 하는 규정이라니! 주거세입자 신세가 얼마나 처량한가?


주거세입자를 이런 권리에서 배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거를 권리와 인권 문제로 바라보지 않아서다. 집을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으로 보는 사고의 소산이다. 주거세입자들은 2년마다 이사 불안과 전세금 인상 불안에 시달린다. 임대인이 요구하는 돈을 못 대는 사람은 보금자리에서 떨려 나간다. 아무 이유 없이 나가라고 해도 방어권이 없다.


집은 사람이 살고 가족이 살고 공동체가 꿈꾸는 곳이고 추억의 보고이다. 임대인으로부터 이사를 강제당한 사람은 한평생 ‘보금자리에서 쫓겨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사를 강제당하면 이웃, 동네 친구, 학교 친구, 노인정 친구와 이별해야 하고 일자리를 놓치게 되고 정서불안에 시달린다. 독일처럼 세입자가 원하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한집에서 계속 거주하게 하는 계속거주권을 보장해야 한다. 계속거주권이 없으면 마을 만들기도 사회통합도 더불어 사는 공동체도 고목나무에서 새순 찾기다.


임대차등록을 다주택자 자율에 맡기지 말고 의무화해야 한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자동갱신권을 도입해서 2300만 세입자의 고통을 없애주고 1천만 예비세입자의 불안을 잠재워주기 바란다. 저출산 고령화 타령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60833.html#csidxeeba089d62b7c819933e6ff43c9f0be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