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대구를 복지 지자체로!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한국의 복지 논의는 중앙, 즉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져 왔다. 행정부, 국회가 서울에 있는 까닭이지만, 예산과 행정의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 있는 탓이기도 하다. 그만큼 지역에서 복지를 논하기가, 복지 운동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지역이 나름의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보수적 지역인 대구에서 특히 그렇다.

올해 박근혜 정부를 맞아 복지국가 운동도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특히 중앙과 지역이 함께 벌이는 공동 사업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보편 복지가 시대적 대세로 등장하는 만큼 복지 운동도 전국적, 보편적 성격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과 지역의 소통을 위해, 내가 일하고 있는 '우리복지시민연합'을 중심으로 대구 지역의 복지 운동을 소개한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대구는 국회의원부터 대구시장, 구청장, 대구시의원을 모두 새누리당이 독점하고 있는 전국의 유일한 지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상호 견제나 감시, 정책 경쟁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적 다양성이 실종되고, 시민의 삶의 질은 갈수록 형편없어지고 있다. 2, 3년 전부터 대한민국 곳곳에서 복지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대구는 복지 담론을 외면해도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는다.

대구시장이 '의무 급식'을 '세금 급식'으로 몰아붙이면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우겨도, 교육감이 연평균 1500억 원이라는 순세계잉여금을 이월시켰음에도 돈이 없어 의무 급식을 못한다고 대구 시민을 기만해도 큰 저항 없이 순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사회운동을 하기에 대구는 척박한 지역이다.


▲ 2012년 12월 12일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집중 유세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연합뉴스

대다수 지자체가 변화를 향해 격동기를 보내고 있지만, 대구는 복지부동이다. 그래도 전통적으로 '복지' 하면 대구를 연상시킬 정도로 대구 복지의 역사는 길지만, 긴 역사만큼 뿌리 깊게 박힌 기득권 패거리 문화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지역 내 총생산은 전국 시·도 가운데 18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임금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면서 노동시간은 가장 긴 최악의 경제지표를 갖고 있음에도 복지에 대한 욕구가 거의 분출되지 않는 지역 또한 대구다. 그래서 대구 지역 복지 운동 시민단체인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보편적 복지를 폐쇄적으로 사유하는 지역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에 맞서 대안 사회복지 운동을 향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진지를 구축하자

매년 초면, 한 해를 평가하고 반성한다. 또 지역을 변화시킬 묘책을 찾고자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사업 계획을 세운다. 힘든 시기 우리의 '진지'라도 제대로 구축하자고 다짐한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그나마 구축된 진지도 허물어져 가는 상황을 보면서 보편적 복지 확대와 사회 공공성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운동을 모색했고, 이를 '대안 사회복지 운동'이라 명했다. 복지국가를 포함한 대안 사회에 대한 조직 내, 연대단위 간 논의가 미성숙했고, 운동 지향점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에 이를 찾고자 대안 사회복지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복지와 관련한 다양한 입장이 제출되고, 보편 복지 운동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논의가 지나치게 정치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오히려 정치권뿐 아니라 대안 사회나 대안 복지 운동을 전개할 운동 세력조차 사분오열되는 부정적 측면도 일부 나타났다.

일례로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참신하고 대중적이었지만, 운동 내 분열로 추진 동력을 스스로 상실하기도 했다. 그래서 보건, 복지, 교육, 노동 운동 단위들이 단결해 분열을 극복하고 대안 복지 전망을 공개적으로 알릴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조직 내 정책-조직-연대 자원을 확대, 강화하고 대안 사회복지 운동에 연대할 튼튼한 지역 연계망을 구축하여 복지 담론 확산을 지속해서 추진했다. 사후 대응을 넘어서는 비판과 감시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 지방 재정을 분석하고 대응력을 높여나가는 것도 우선 과제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단 없는 기획과 활동 계획을 수립하여 운동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대중성과 구심력을 확산하기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안 사회복지 학교'(2009)와 '대구 사회복지 영화제'(2010), 그리고 '사회복지 재정 학교'(2011)를 시작했으며, 의무(무상) 급식 불모지 지역인 대구를 바꾸기 위한 의무 급식 운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지금 대구에서, 대안 사회복지를 말하다

가장 먼저 실험에 옮긴 것은 2009년 가을 '대안 사회복지 학교'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는 전혀 우리 삶의 미래가 될 수 없었기에, 사회복지의 미래와 대안을 대중과 적극 소통하며 함께 찾고자 했다. 그동안 단체 내부 혹은 소수 전문가를 대상으로 산발적으로 강좌를 열던 관행을 극복하고자, 이번에는 대중 강좌를 마련했다.

복지 확대에 대해 예산 타령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정책의 집행자로서 시장 만능주의를 팽배하게 하고 복지를 시장화, 상업화하는 진지가 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대구에서, 대안 사회복지를 말하다'라는 구호가 만들어졌다.

총 5강에서 6강으로 구성된 대안 사회복지 학교는 전 강좌 수강을 원칙으로 진행되었다. 2009년 첫 회에는 203명, 2010년에는 140명, 2011년에는 253명이 수강하여 지역에서 가장 대중적인 교육 강좌로 자리 잡았다. 2012년에는 대선 등 정치 일정과 준비 소홀 등으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올해 10월 '지역'을 중심 주제로 해서 4차 대안 사회복지 학교가 열릴 예정이다. 대안 사회복지 학교는 지역의 독자적 복지 운동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전국적 흐름과 연계하되, 지역 실정에 적합한 복지 정책과 운동 역량을 논의하고 모으는 공간이 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시민사회가 주최하는 사회복지 영화제

2010년 봄, 또 다른 실험을 시도했다. 전국 최초로 '복지'라는 이름을 걸고 영화제를 준비했다. 대구 사회복지 영화제는 2010년 첫 회 3일간, 2011년 4일간, 2012년 5일간 개최했다. 관객도 첫 회 450명에서 작년 3회 영화제에는 1150명이 찾아 1회당 평균 72명이 관람했다.

이 영화제는 문화를 매개로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는 돌파구로 기획됐다. 빈곤, 노동, 의료, 보육, 주거, 교육, 사회보장 등 다양한 영역의 대중적인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통해 복지가 시혜적이거나 잔여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 권리임을 자연스럽게 시민과 공감하고 싶었다.

대구 사회복지 영화제는 조직위 참여 단체들의 연대 의식과 자립적 재정 구조 덕분에 지속 가능할 수 있었다. 영화 전문가의 조언은 받지만, 비전문가인 활동가들이 기획부터 씨네 토크, 감독과의 대화, 영화 상영까지 책임졌다. 재정은 거의 단체 분담금으로 운영된다. 다른 영화제에 비해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저예산이지만, 이는 역으로 대구 사회복지 영화제를 지탱하는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재정이 많으면 더 나은 영화제로 시민을 만날 수 있기에 참여 단체 확대 등 재정 확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척박한 대구, 의무 급식조차 어렵다

척박한 지역을 바꾸려면 대중적인 공동 의제를 개발하고 공동 실천을 힘차게 해야 한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전국을 뜨겁게 달군 의제는 의무(무상) 급식이었지만, 대구는 의무 급식을 시행하는 학교가 고작 1%에 불과한 불모지다. 그래서 54개 시민·사회·노동단체 및 정당들이 힘을 합쳐 2011년 9월부터 주민 발의 조례 제정 운동을 시작했다.

서명 시작 72일 만에 대구시민 3만2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늦장 처리로 비난을 받은 대구시는 접수 111일 만인 2012년 3월에 대구시의회에서 해당 조례안을 토의했다. 4월 20일 대구시의회에서 첫 심의가 열린 후 조례안 통과는 계속 보류되었다. 대구시와 대구교육청은 의무 급식 시행에 반대했고, 전원이 새누리당인 대구시의회는 집행부 눈치를 보다가 9월 11일 해당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에서 강제성이 전혀 없는 누더기 식물 조례를 만들어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리고 9월 20일 본회의에서 일사천리로 수정안을 가결했다. 시민사회는 이에 관한 책임을 물어 해당 시의회 상임위 위원장을 상대로 현재 대구에서 첫 주민소환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의 의무 급식 주민청구조례 제정 운동은 시작한 지 1년 만에 무산되었지만,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한 의무 급식 운동은 2013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선별 급식에 목숨 걸고 있는 대구교육청은 지난해 8월 학생 수 대비 36%에 해당하는 무상 급식 비율을 맞추기 위해 교장 직권으로 학교마다 급식 대상자를 할당하더니, 10월에는 느닷없이 학생 수가 400명 이하인 학교에만 전면 무상 급식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 정원이 400명 이상이어서 이 조치는 더 심한 차별과 불평등을 가져왔다. 학교 선택권이 전혀 없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무상 급식 여부가 판가름 나는 차별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의무 급식 도입 취지와도 배치되는 대단히 비교육적인 일이었다.

물론 의무 급식 운동 하나만으로 지역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체험이야말로 지역을 바꾸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2013년, 주민 운동·풀뿌리 운동과 결합하는 원년으로 만들자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복지시민연합, 경제가 어렵고 살림살이가 힘겨운 상황이지만 대중성과 구심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작정이다.

우선 올해 주요 사업으로 예산 감시 운동을 할 것이다. 대구시와 대구교육청 등 행정 기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2014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방 재정 분석과 대응은 필수조건이다. 대선 이후 큰 복지 변화가 예상되는 보육(특히 대구는 국공립 보육시설 전국 최하위), 보건의료 등도 지역 보건복지계와 공동 실천을 강화해 나갈 사업들이다.

또한 튼튼한 연계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작년 10월 관련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이 참여하여 '대구·경북 보건복지단체 연대회의'를 발족했다. 지역 내 투쟁사업장과 연대하고 그동안 느슨하게 결합한 대안 사회복지 학교와 대구 사회복지 영화제 등에 적극 결합하며 격월 포럼을 통해 공동 의제를 개발하고 실천하기로 했다. 적어도 지역에서 보건, 복지, 교육, 노동운동 단위들이 단결해 지역 전망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기반과 자기 역량을 갖추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새로운 지역 운동, 복지 운동을 모색하기 위해 도시 공동체 운동을 펼치고자 한다. 2011년에 중기 계획으로 제출된 도시 공동체 운동은 아직 진척되지 못했다. 시민사회 운동단체가 대변자, 감시운동에서 풀뿌리 운동까지 펼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수급권 운동, 보육 운동, 아동과 장애인 탈시설화 운동, 보건의료 운동, 제도 개선 운동 등 그간의 경험과 조직 내, 지역사회 내 자원을 제대로 연계한다면 새로운 지역운동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가 지역 운동이 주민 운동, 풀뿌리 운동과 결합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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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