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서 발생한 고시원 화재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만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일이다. 이번 고시원 참사는 대한민국이 주거불평등이 극심하고 주거권이 유린되는 사회라는 것을, 가난한 사람들은 사는 곳에서부터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언론은 우선 고시원 참사를 두고 여러 안전 조치의 미비를 지적한다. 화재가 난 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비상구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당황해서 완강기를 타지 못했다.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등등. 조속히 취약 거주공간에도 기본적 안정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스프링클러 논란 속에 정작 본질적인 문제, 고시원이 어떤 곳인가? 과연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인가라는 주제는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적정주거를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평등하게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도 실종되고 있다. 


사람들은 지하방·옥탑방·고시원을 합쳐 지옥고라 부른다. 지옥의 고통을 겪는 곳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지하도 옥탑도 고시원도 사람이 살 곳이 못된다. 이번 종로 고시원의 경우 42평에25가구(2층 24가구, 3층 26가구)가 살았다. 이 곳 거주자들은 툭 트인 공간이 아니라 25개로 구획된 1-2평의 공간에서 사육된 거나 마찬가지의 삶을 살아야 했다. 


지·옥·고는 선성장 후분배를 구호로 내건 박정희 체제의 산물이다. 오로지 성장과 효율을 추구하다가 빈곤층이 양산되었고, 이들의 주거권도 실종되었다. 지·옥·고, 이제 끝내자. 사람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고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대결단을 내려야한다. 


한국은 공공임대주택이 턱없이 모자란다. 유럽 11개국은 공공임대주택 공급률이 평균 15%를 넘으며 네덜란드는 33%에 이른다. 한국은 5%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공공임대주택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공임대주택을 규모와 질에서 대폭 강화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지·옥·고를 폐쇄하고 여기 거주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시작하자. 일회성 보여주기가 아니라 지·옥·고를 탈출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마련하라. <끝>




2018년 11월 14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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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