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정부 이어 국민연금법의 행정부 책임 방기


기금소진 연장은 재정 착시, 소진 이후 필요보험료율 정보 제공해야


기초연금 인상 ·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 퇴직연금 연금화 등 다층체계안 필요




오늘(14일) 보건복지부가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이하 정부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은 국가지급보장 강화,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등 여러 보장성 강화 조치를 담고 있지만 핵심 논점은 국민연금 대체율과 보험료율의 조정이다.


현행 국민연금법 제4조(국민연금 재정 계산 및 장기재정균형 유지)는 행정부에게 5년주기로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장기 재정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체율과 보험료율 조정을 담은 종합개혁안을 마련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정부는 작년부터 제4차 재정계산 작업을 벌였고, 오늘 국민연금 대체율과 보험료율 조정을 담은 4가지 연금개혁안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정부안은 앞으로 국민들이 논의해야할 연금개혁안으로 중대한 문제들을 지니고 있다.


첫째, 정부안에는 현행 국민연금이 지닌 재정수지 불균형을 개선하는 조치가 없다. 이번 재정계산 결과 현행 국민연금은 추계기간 70년 동안 재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재정 불안 문제를 안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장기 재정균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안을 제출할 의무를 지닌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한 4가지 방안 모두 현행 국민연금(대체율 40% / 보험료율 9%)이 안고 있는 재정불균형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소득대체율 45%, 50%에 따른 보험료율 12~13% 패키지도 소득대체율 인상분 5~10% 포인트에 해당하는 보험료 인상분일뿐, 현행 국민연금이 지닌 재정수지 불균형을 개선하는 조치는 결코 아니다(참고, 기대여명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에서 소득대체율 10%포인트에 부합하는 수지균형 보험료율은 약 5%포인트로 추정).



국민연금법


제4조(국민연금 재정 계산 및 장기재정균형 유지)


① 이 법에 따른 급여 수준과 연금보험료는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 되어야 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국민연금의 재정 전망과 연금보험료의 조정 및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받은 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시하여야 한다.



둘째, 정부안은 국민연금법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노후소득보장과 재정안정화를 균형있게 고려”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사실까지 호도한다. 정부안 어디에 재정안정화 조치가 있는가? 소득대체율 45~50% 방안에서 기금소진연도가 5~6년 늦어지는 걸 재정안정화로 보는 것인가? 이는 국민연금 재정구조에서 보험료율과 대체율이 지닌 시차에 따른 착시 현상일뿐이다.


예를 들어, 50%/13% 방안의 경우 보험료율 인상 4% 포인트는 연금개혁이 입법화되면 바로 재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대체율 인상 10% 포인트는 가입자가 은퇴해 연금을 받을 향후 30~40년 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에 연금개혁은 전반전에는 보험료율 인상이 재정 효과를 발휘해 기금소진연도가 뒤로 가지만, 대체율 인상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금소진 이후에는 재정 불안이 훨씬 커진다.


정부안은 50%/13% 방안이 기금소진연도를 현행 2057년에서 2062년으로 연장된다고 밝히면서도 2062년 이후 연금 지급을 위한 필요보험료율 수치는 밝히지 않는다. 연금개혁 논의를 벌일 국민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보면 현행 국민연금 40% 대체율에서도 소진이후 필요보험료율이 약 27%로 전망되었다. 50% 대체율에서는 필요보험료율이 30%를 훨씬 넘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정부안의 내용이 이러함에도 어찌 재정안정화 조치를 담았다고 설명할 수 있는가?(또한 기금수익률 제고는 불확실한 목표로서 재정안정화 조치로 보기 어렵다).


셋째, 정부안은 공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목표로 최저노후생활보장((National Minimum)을 설정했으나 평균값의 착시를 범한다. 정부안은 국민연금연구원 국민노후보장패널 조사를 근거로 65세 이상 노인의 최소생활비 95만원을 제시하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하면 소득대체율 45% 방안에서 92만원, 50% 방안에서 97만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힌다. 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도 최저노후생활보장이 달성가능한 방안이라고 알린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정액급여로서 수급자에게 비슷한 금액이 지급되지만 국민연금액은 수급자의 노동시장 지위(소득, 가입기간)에 따라 상당한 격차를 지닌다. 정부안은 평균소득자(250만원)가 25년 가입했을 경우 국민연금을 약 62~67만원 받는다고 가정해 공적연금 총액 92~97만원 제시하지만 이는 평균소득자의 사례일뿐이다.


정말 최저노후생활보장((National Minimum)이 필요한 사람들은 하위계층 노인들이다. 현행 노동시장 구조에서 이들은 국민연금을 평균액만큼 수령하지 못한다. 만약 100만원 소득자로서 15~20년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액은 소득대체율 45~50%에서도 약 30~40만원에 불과하다. 정작 노후소득이 부족한 하위계층 노인에게는 정부안이 제시한 공적연금 100만원 모델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래 공적연금 수준을 제시할 때, 평균값에 근거한 착시를 주의해야 한다. 국민들이 각 방안의 효과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정부는 계층별 공적연금 수급액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정부안에서는 다층연금체계의 접근이 사실상 부재하다. 형식적으로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을 언급하지만 여전히 별개로 다루어진다. 연금개혁에서 다층연금체계의 의미는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상호 효과를 결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만약 기초연금 인상(40만원)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국민연금은 재정안정화 조치(예를 들여, 소득대체율 40% 유지, 보험료율의 점진적 인상)를 취하는 방안이 적절한 다층연금체계의 사례일 수 있다. 이번 정부안은 이러한 다층연금체계를 활용한 연금개혁 패키지가 없다. 결국 다층연금체계의 시야에서 논의할 여러 방안을 사전에 봉쇄하고 있다.


장고 끝에 악수인가? 많은 나라에서도 연금개혁은 어렵고 불편한 일이다. 경제, 인구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현재 가입자의 책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행정부들이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국민들에게 연금개혁안을 제출한다. 그게 행정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국민연금법에 정해진 의무임에도 이러한 소임을 방기했다. 비록 불편하지만 행정부가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게 연금개혁의 일반적 과정이건만, 우리나라는 아예 행정부가 처음부터 이 책임을 회피한다.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에 벌어졌던 무책임이 문재인정부에서 계속된다.


문재인정부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를 직시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수지불균형이 심각하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의하면, 우리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보험료를 내야 수지균형이 가능하다. 현재 소득대체율 48%에서 18.7%를 보험료로 내는 독일, 역시 48% 소득대체율에서 18.5%를 보험료로 내는 스웨덴과 크게 비교된다. 선진국들은 현재 세대들이 자신의 재정 책임을 다하면서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있건만 우리는 언제까지 현세대 편향의 연금개혁 시야에 머물 것인가?


우리는 한국의 노동시장 격차, 하위계층 노인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앞으로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서는 기초연금을 주목한다. 기초연금을 40만원 이상으로 인상하고, 국민연금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려가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퇴직연금을 연금 수령 형태로 전환해 간다면 중상위계층의 노후소득보장에 상당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중하위계층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중상위계층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다층연금체계 시야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끝>



2018년 12월 14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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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논평)_연금개혁안문제점20181217.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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