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칠십부터, 아름다운 죽음 준비로 더욱 소중한 삶.

창동 노인복지센터 ‘아름다운 하늘소풍 이야기’

 

‘우리들의 인생은 일흔 살부터 / 마음도 몸도 왕성합니다 / 칠십에 우리들을 모시러 오면 / 지금은 안 간다고 전해주세요’

 

60대부터 80대까지 모인 어르신들의 ‘죽음준비 교육’은 힘차게 교가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우리들의 인생은 일흔 살부터~’는 교가 1절의 일부분이다. 오늘은 창동노인복지센터(관장 박미연)가 한화손해보험의 지원으로 총 13차례 걸쳐 진행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죽음준비 교육의 두 번째 시간이다. 웰빙(well-being)에서 따와 웰 다잉(well-dying) 이라고도 한다. 죽음이 두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뜻에서 교육 과정의 이름도 ‘아름다운 하늘 소풍 이야기’다. 마치 하늘로 소풍을 떠나는 것처럼 행복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해 공부하러 복지관에 간다.’는 부모님의 말에 자식들의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다. “별 공부를 다 하세요.”부터 “재미있게 살기도 바쁜데... (쓸 데 없이)”, “엄마는 아직 돌아가실 때 안 됐어...”까지 다양하다. 자식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복지관에 다니면서 알게 된 친구 권유로 이 교육을 신청한 어르신만 20명이 넘는다. 당나귀가 별명이라는 정종화 할아버지는 “마음의 고통없이 축복받는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 왔다. 창동노인복지센터는 이러한 어르신들을 위한 죽음준비 교육을 지난 2011년부터 매년 하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다.

첫 시간엔 죽음을 함께 공부할 친구들끼리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죽음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다. 먼저 죽음에 대해 누구나 모르고 있는 3가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를 아는 사람이 없죠?”라고 유 경 강사는 말한다. 한편 죽음에 대해 모두가 알고 있는 5가지는 “누구나 죽는다, 순서가 없다,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경험해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연한 얘기다. 젊은 사람들은 아는 사람의 장례식장에 가 조문을 마친 뒤 술 마시고 고스톱을 치지만 정작 자신의 죽음은 멀게만 느껴진다.

 

강사는 죽음준비 교육이 “당장 죽자거나 죽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거나 죽음을 체험해 보자는 것이 아니에요.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려 보면서 죽음이 우울하고 칙칙한 것만이 아니라는 알고, 오히려 남은 인생을 잘 살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 경씨가 본격적으로 죽음준비 교육을 한 건 지난 2006년부터다. 2000년대 이전에는 ‘건방지게 어르신들한테 죽음을 가르친다.’는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누구나 가슴 한 켠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해요.” 죽음에 대한 거부감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잘 살아보자는 ‘웰빙’ 붐이 ‘웰 다잉’을 낳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렇게 웰 다잉은 노원의 한 복지관에서 시작해 지금은 많이 알려져 있다.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말하라면 어르신들이 대부분 (이미 돌아가시고 없는) 어머니를 불러요.”, 또 “자신이 미리 쓴 유언장을 읽으면서 많이 울기도 하죠, 무겁고 어려운 내용이지만 마지막 수료식 때는 자식들을 오히려 초청하기도 해요.” 교육을 도와주는 “젊은 자원봉사자들도 이러한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부모님을 투영”해 죽음에 관한 세대간 공감이 이뤄진다고 했다. 죽음준비 교육은 이렇게 ‘남은 삶을 더 소중하게 살아보자’는 취지다.

 

이어서 어르신들은 이른바 ‘활동 기록지’를 써 나갔다. 지나 온 자신의 인생을 꽃그림 종이에 적어보는 시간이다. 자신의 별명, 가장 행복했던 순간, 기억나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 교육을 신청한 이유, 교육을 통해 알고 싶은 것들이다.

 

어르신들의 별명은 오뚝이, 백합, 당나귀, 불여우, 주전자, 점쟁이 등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처럼 재미있고 다양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첫 아들을 낳았을 때’, ‘막내 딸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얼마 전 해외여행을 다녀왔을 때’ 등이었다. 하지만 “젊어서 너무 고생을 많이 해 행복한 순간이 한 번도 없었다.”는 불여우, 김연옥 할머니의 말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죽음 준비 교육 중 “고생을 많이 해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김연옥 할며니>

 

누구에게나 가까운 ‘죽음의 기억’은 있었다. 추운겨울에 암으로 돌아가신 언니, 목욕탕에서 쓰러져 죽은 친구, 자신보다 나중에 태어난 형제의 죽음... 무엇보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친정어머니의 죽음’을 가장 못 잊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또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 몫까지 (자신이) 20년 더 살고 가겠다.”는 한 할아버지의 말엔 웃음이 터졌다.

 

이번 교육을 통해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유언장과 자서전을 꼭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창동에 사는 이옥배 할머니는 무엇보다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과 “화해하고 용서하는 법, 감사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글 쓰는 게 미숙한 어르신들을 도우러 나온 한화손해보험의 김세진씨(37세, 남)는 “매일 사무실에 있는 것 보다는 가끔씩 이렇게 나오니까 좋아요”라고 말했다.

 

활동기록지를 쓴 다음 주엔 ‘장수사진’을 찍었다. 사실 장례식에 쓸 영정사진인데 미리 찍어두면 오히려 오래 산다고 해 장수사진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른 아침부터 철쭉이 활짝 핀 ‘북서울 꿈의 숲’으로 향했다. 촬영은 회사에서 사진 잘 찍기로 소문난 신영진 차장(한화손해보험 법무팀)이 자원봉사로 나섰다. 76세의 이옥배 할머니는 아침에 42세 아들이 “영정사진을 왜 찍느냐?”고 했다며 “아들 눈엔 아직 내가 젊어 보이나 봐.”라고 말한다. 이어서 “죽을 때 자식들이 바쁘지 않게 하려고...” 장수사진을 찍으러 나왔다고 한다.

 

<즐겁기만 했던 장수사진 촬영. ‘북서울 꿈의 숲’에서 봄꽃을 배경으로>

 

무언가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될까 조심스러웠지만 오히려 환하게 핀 철쭉처럼 시종일관 즐거웠다. 한 어르신이 “나 머리 스타일 괜찮아?”라고 물으면 친구로 보이는 다른 분이 “눈은 뜨고 찍어야지”라는 답을 해 모두 폭소가 터졌다. 또 “오늘은 장수!사진 찍은거야, 진짜 내영정 사진은 100살 넘어 찍을 거야. 허허”라며 웃는다. 점심때가 돼서야 20여명의 장수사진을 다 찍고 단체 사진으로 마무리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어르신들에겐, 이 날 찍은 장수사진처럼 건강하게 살아갈 더 아름다운 날들이 남아 있었다.

_ 서울시 복지재단 블로그 시민기자 이상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

* 이 글은 서울시 복지재단 블로그(http://blog.naver.com/swf1004)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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