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를 향해 촛불 켠 사람들

  사회복지사 등 시민 120 여명, 청계광장서 ‘복지국가 만들기 시민 촛불’ 선언

 

 

 오랜만에 청계광장에 촛불이 타올랐다. 지난 5월 광우병위험 쇠고기가 미국서 발견 돼 시민들이 촛불을 든지 두 달여 만이다. 그런데 이번엔 주제가 달랐다. 복지국가를 만들자며 사회복지사, 장애인 등 1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것이다. 박원석 국회의원(통합진보당)은 자신도 “25년 동안 여러 가지 주제로 집회를 많이 다녀봤지만, (복지국가라는) 국가 비전을 가지고 집회를 하는 곳엔 처음 와봤다”며 첫 복지국가 촛불과 함께한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무상급식에 이은 “복지국가 2라운드는 돈 문제인데, 임기 내에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으로 5년간 총 61조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날부터 내린 장마비로 주최측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준) 등 4개 복지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분주했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김내리 사회복지사는 “천막을 준비해야 하나, 비가 올까 많이 걱정했다.” 이렇게 비가 그치니 “하늘이 도와 (촛불 문화제의) 시작을 아름답게 할 수 있었다”며 아침부터 졸였던 가슴을 쓸어 내렸다. 무상의료, 무상보육, 사회복지세 등 보편적 복지국가를 염원하는 피켓 문구도 다양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배정받은 이학영 의원(민주통합당)도 처음부터 현장을 찾아 “소박한 복지국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4년동안 여러분과 함께 열심히 하겠다”는 결의를 전했다.

 

본격적인 문화제의 시작은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준)’ 이명묵 대표가 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노래 가사를 인용한 자작시 낭송이었다. “나도 복지국가를 위해 촛불을 든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는 대목에선 참가자들의 큰 박수와 웃음이이어졌다.

 

이어 힙합랩그룹 ‘4층총각’은 공연도중 나레이션으로 “한번 더 힘을 내 복지국가를 만들자”고 호소해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계속해서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운영위원장은 “5년전 골방에서 복지국가 한 번 해보자고 몇 명이 모였는데, 어느새 복지국가를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졌다”며 뿌듯해 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배추과장, 무과장을 족치면서까지 잡지못한 소비자물가를 무상급식, 무상보육으로 잡았다”며 이것이 “보편적 복지의 공”이고 국민들이 이미 체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 아버지인 최창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을 따라 나온 최홍석군(14세)은 개그콘서트 ‘감사합니다’코너를 패러디한 ‘복지국가 개그’로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최군은 ‘복지국가의 개그맨’이 꿈이라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오가는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보탰다. 

 

이어진 발언으로 “군대에 육박하는 50만 사회복지사들이 연대해, 복지국가를 가장 먼저 이끌어야 한다”고 신용규 ‘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 집행위원장은 호소했다. 또 현직 의사인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지난 해 가족의 본인부담 의료비가 1,900만원에 달했다”며 자신은 “운이 좋아 의사라는 직업으로 전세방까지 빼진 않았지만, 많은 서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무상의료가 꼭 전제되야 한다는 의미다.

 

자유발언으로 휠체어를 타고 온 안영진씨는 문화제가 열린 바로 옆, 청계광장의 건널목은 “무려 1년동안 장애인들이 무단횡단 (투쟁)으로 얻어낸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운동만으론 부족하며, 오늘의 이 자리처럼 필요할 때 우리가 함께 모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늘의 문화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진입하는 그 날까지 뚜벅뚜벅 나갈 것”이라며 ‘촛불 참여 시민 선언문’을 낭독했다. 마지막 순서로 ‘언니네 농성장’ 밴드의 반주에 맞춰 ‘함께가자 이길을’을 부르며 한 시간 반동안의 문화제를 마쳤다.


<촛불 참여 시민 선언문>

 

복지국가 만들기 시민 촛불을 시작한다!

복지민심이 복지정치를 펴자! 대중적 복지국가운동 선언

 

 대한민국에서 ‘복지국가 건설’을 주창하는 시민 촛불이 타올랐다. 오늘 우리는 [복지국가 만들기 시민 촛불]을 시작으로 시민,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대중적 복지국가운동을 선언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촉발된 무상급식을 계기로 보편복지에 대한 열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지민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안이함과 무능함은 심각한 지경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도 정치권은 보편적 복지의 목표가 무엇이며,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이를 위해 우리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어렵게 시작한 무상보육을 선별적 복지의 방식으로 되돌리려는 시도 역시 이러한 정치권의 무능력과 무기력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복지국가를 열망하는 우리들은 서로 힘을 모아 대한민국에서 복지국가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고자 한다. 우리는 지난 5월부터 공동기획모임을 결성하고 복지국가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 재정방안, 시민 참여 방안 등을 논의해 왔다. 이에 오늘부터 ‘복지국가 만들기 시민 촛불’을 켜고 시민들이 직접 나서는 대중적 복지국가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우리의 복지국가 운동은 대한민국의 변화를 반영하는 시대적 요구이다. 얼마 전까지 복지라고 하면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 등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을 의미했고, 전국적인 복지 운동도 보건의료, 교육, 주거, 노동 등 부문별 요구를 모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 단순히 개별 복지프로그램의 확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시스템을 토건국가에서 복지국가로 전환하라는 시민의 바람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우리 4개 단체와 복지를 열망하는 시민들이 오늘 ‘복지국가 만들기 시민 촛불’을 함께 켰다. 이는 시민들의 복지 열망을 알리는 ‘복지민심 외치기(Shouting)’이다.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대중적 복지국가운동의 출발을 알리는 ‘시민공동회’이다.

 

특히, 우리는 최근 무상보육을 선별적 복지로 되돌리려는 정부의 시도를 규탄한다. 또한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으로 해결하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지지하며, 보편적 복지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토목중심의 재정지출 혁신과 함께 시민들이 능력껏 마련하고 부자와 대기업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복지증세를 통해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앞으로 우리는 복지국가 대한민국이 지향할 이념과 사회체제, 보편적 복지의 인프라 구축, 시민들이 참여하는 복지재정 확충, 복지국가 만들기 주체 형성 등 복지국가에 필요한 의제들을 다듬어 갈 것이다.

 

복지국가를 누가 만들 것인가? 복지를 열망하는 시민들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복지국가 만들기’의 대역사에 촛불 시민이 직접 나선다. 오늘 촛불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진입하는 그 날까지 뚜벅 뚜벅 정진해 나갈 것이다.

 

2012. 7. 11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준)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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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봉민생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