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제 강화하고 민생복지 확충하라

 

 

 

지난 2월 26일 서울에서 세 모녀가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가난과 질병으로 온갖 고초를 겪다 스스로 온 가족이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인 25일은 국민행복시대를 호언하며 출범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이었다. 모녀가 죽은 26일은 국토부가 임대차선진화방안을 내놓고 이벤트성 홍보를 한 날이다. 정부가 빈 수레처럼 요란만 떠는 시간에 서울 송파구 세 모녀는 민생고를 이기지 못해 끝내 세상을 하직했다.

 

12년 전에 방광암으로 떠난 남편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다. 세 모녀는 살아보려고 발버둥쳤지만 가난과 병마를 이길 수 없었다. 1월에는 유일한 소득원인 어머니가 팔 부상으로 식당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마침내 집단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방광암으로 떠난 남편의 병원비로 얼마나 힘들어했으며, 고혈압과 당뇨로 시달리면서도 돈이 없어 치료조차 제대로 못받았을 큰 딸의 아픔은 또 얼마나 컸을까? 아무리 애써도 가난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산 두 딸의 좌절은 얼마나 깊었을까? 또한 10평 남짓한 집에 성인 3명이 살면서 매달 내야하는 월세 50만원은 이들에게 너무도 무거운 압박이었을 것이다. 식당일을 하면 보통 120-130만원 받는데 이 돈으로 월세 50만원, 공공요금 20만원 내고 남는 돈으로 어떻게 딸 병 치료하고 생활을 했겠는가?

 

대한민국에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은 살 길을 못찾고 이렇게 죽어야만 하는가! 가난과 질병, 민생고가 오롯이 개인의 책임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게 ‘선진 대한민국’의 모습인가! 약육강식의 대한민국 이제 바꾸지 않으면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다.

 

세상을 떠나면서도 남에게 폐를 끼지 않으려고 월세를 내면서도 “죄송하다”했던 이들에게 살아 있는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이들의 절망적인 삶에 국가와 사회는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 땅의 복지국가운동 또한 그들에게 아무런 의지처가 되어주지 못했다. 지금도 대한민국 곳곳에는 세 모녀처럼 절망적 처지에 내몰려 있는 이웃들이 많다. 더 이상 생활고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 국회, 시민사회 모두가 나서야 한다.

 

정부는 우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당국에서는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신청을 했더라도 인정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두 딸이 일을 하지 못할 사정이 있어도 일부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추정소득). 지금 ‘부정수급’을 앞세우면서 기초법 개악을 시도할 때인가? 오래전부터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낮은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 등에 귀기울이고 넓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울려 현행 ‘신청주의’ 문제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복지 수급권은 ‘신청’을 통해서만 발생한다.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권리로서 국민기초생활을 보장한다고 말하면서도 수급권 검토는 당사자가 ‘신청’을 해야만 이루어진다. 경제적, 신체적, 정서적인, 정보접근적인 면을 포함해 여러 가지로 사회적 약자 신분인 사람들에게 신청하지 않으면 수급권을 제공하지 않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소극적인 제도는 즉시 타파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사회복지 공무원을 확충하는 것은 당연한다.

 

경제적 가난으로 삶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민생복지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애초 약속했던 복지공약조차 지키지 않아 서민의 좌절이 더 깊어가고 있다는 걸 박근혜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이들에게 최소한 병원비, 주거비, 실업급여는 ‘시민의 권리’로서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 세 모녀에게 ‘연간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었다면, 실질적인 주거바우처와 공공임대주택이 제공되었다면, 실업급여가 지원되었다면 고인이 된 세 사람은 지금 우리의 이웃으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복지국가운동을 벌이는 사회단체로서 우리는 돌아가신 세 분께 너무나 송구하다.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드는 것이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빈곤과 차별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길 빈다. <끝>

 

 

2월 28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