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생애주기별 맞춤복지’, 참 잘 지은 이름이다. 복지국가 가치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적절히 담았다. 보편복지에 비판적인 후보가 내건 구호라 의구심은 들었으나 ‘보편적’이든 ‘한국형’이든 복지국가로 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집권 2년째, 결과가 참담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보육복지가 필요하다. 박근혜 후보 공약 제목이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이다. 누리과정 지원비용을 증액하고 관련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공약집에 명시했다. 내년부터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전체를 편성하도록 제도가 개편된다. 그렇다면 늘어난 사업만큼 중앙정부가 교육청에 예산을 증액 지원해야 하건만 이를 방기한다. 이 때문에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강요한다. 사실상 중앙정부의 누리과정 공약 파기다.

초등학생에게 온종일 돌봄학교를 약속했다. 올해 1, 2학년, 내년 3, 4학년, 내후년 5, 6학년까지 시행하겠다는 공약이다. 내년에 이 사업을 위해 4510억원이 필요하건만, 예산안에 배정된 돈은 0원이다. 급식으로 가보자. 현재 초·중·고생 약 70%가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청와대 말대로 무상급식은 대선공약도, 중앙정부 사업도 아니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한 푼 없이 지자체와 교육청이 합심해 주민이 동의하고 예산이 허락하는 선에서 진행돼 왔다. 지방자치의 모델 사업으로 꼽을 만하다. 지역 자체 사업으로 존중하면 될 일을 공연히 개입해 망치려 한다.

고교 무상교육을 내걸었다. OECD 국가들이 오래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면서 올해부터 시작해 임기 말년인 2017년에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역시 예산은 0원이다. 한편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단계적으로 시작된 대학생 반값 등록금은 박근혜 정부가 임기 2년차인 올해 마무리한다고 했으나 내년으로 연기되었다.

노동자를 위한 복지공약은 사회보험료 지원이다. 박근혜 후보는 저임금 노동자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공약집에 적었다. 기존에 최대 절반만 지원하던 것을 국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아예 인수위원회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기존과 비슷하게 절반만 지원하는 것으로 백지화되었다.

은퇴하면 노인복지가 요청된다.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이라는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나부꼈다. 얼마 전 통과한 기초연금법에 의하면 70% 노인에게만 지급되고, 국민연금과 연동해 삭감하는 조항이 추가되었으며, 향후 연금액이 소득 대신 물가와 연동하도록 바뀌어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인상률이 하향한다. 당장은 20만원 인상 시기를 앞당겼지만 8년 후인 2022년부터는 기초연금액이 기존 기초노령연금 설계도보다 줄어들 예정이다.

전체 연령대 복지도 처지는 비슷하다. 의료 공약에선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을 완성하겠다고 호언했으나, 인수위원회가 3대 비급여는 약속하지 않았다고 발뺌했고 거친 항의를 받고서야 부분적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인 기초생활보장제도도 약속과 다르게 간다. 부양의무제를 완화하고 비현실적인 재산의 소득환산제를 개선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큰소리쳤건만 국회에 제출된 정부여당안은 부양의무제로 인해 탈락한 117만명 중 12만명을 구제할 뿐이고, 재산의 소득환산액 조항은 아예 다루지 않는다. 대통령은 송파 세 모녀를 위한 법이라 강조하지만 정부여당안대로 통과돼도 세 모녀는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한다. 주거빈곤층을 위한 복지는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짓는 ‘행복주택 프로젝트’이다. 임기 내 총 20만가구 건설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사업속도가 지지부진해 벌써부터 달성 여부에 우려가 생기고 있다.

세상에 이런 대통령이 또 있을까? 공약마다 재정방안을 꼼꼼히 따져 실현 가능한 것만 약속했다며 ‘생애주기별 맞춤공약’이라 자부했는데 그 멋진 이름의 실체가 ‘생애주기별 공약 파기’라니. 대통령을 직접 손으로 뽑은들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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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