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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 활동/내만복 칼럼

[내만복 칼럼] "○○초 체육관 신축", 누가 했나 살펴보니…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교육부 쌈짓돈 1조4000억 원의 진실



김현국 정책연구소 미래와균형 연구소장




교육부 장관이 관장하는 특별교부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지방 교육 재정 가운데 특별한 방식으로 쓰기 때문에 '특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특별하게 잘 쓸 것 같은 어감이 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이한 방식, 정확하게 말하면 근대 이후 사회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세금을 쓰고 있다. 한 해 규모는 1조4000억 원이다.

지방 교육 재정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과 특수 교육을 담당하는 시도 교육청의 재정이다. 납세자들이 국세와 지방세로 재원 대부분을 부담한다. 한 해 규모는 70조 원으로 헌법과 법률로 보장하는 지방 자치 재정이다. 당연히 교육감과 시도의회가 권한과 책임을 진다. 교육감과 시도의원들은 지방 교육 재정을 제대로 편성하고, 심의하고, 집행해야 하고, 유권자들은 4년마다 그 결과를 평가한다. 

의회 심의 없이 사용하는 특별교부금 

근대 사회 출발을 말할 때 민주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 군주 마음대로 세금을 걷고, 쓰는 사회는 문제가 많았다.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고, 대표가 모인 의회에서 세금을 어떻게 걷고 쓸지를 결정하는 방식이 훨씬 낫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근대 이전 제도가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특별교부금이다. 주권자가 선출한 대표들이 얼마나 제 구실을 하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1조4000억 원 규모의 세금을 어디에 쓸지 대표들이 사전에 심의하지 못한다. 국회의원도, 시도의원도 나중에서야 사용 결과를 알게 된다.

임명직에 불과한 공직자가 막대한 세금을 사용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근대 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제도의 이름이 '특별'교부금이다. 지방 자치 재정을 중앙 정부 공직자가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방 자치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도 충돌한다. 그래서 '특별'교부금이다. 

특별교부금의 60%는 중앙 정부 '국가 시책' 사업에 

특별교부금 가운데 60%를 '국가 시책' 사업에 쓴다. 중앙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들을 국회나 시도의회 심의와 동의를 거치지 않고 교육부 장관이 지방 자치 재원을 가져다 쓴다. 이 돈으로 학교 비정규직 20여 직종을 시한부로 채용하고, 이들이 2~3년 지나면 시도교육청 재정에 떠넘겨온 결과 학교 비정규직이 20만 명 규모에 이르렀다. 

일제고사 방식 학업 성취도 평가를 도입할 때도 국회 동의 없이 이 돈을 가져다 썼다. 중고교 국사 교과서를 획일화한다면, 그 제작비도 이 돈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논란이 크고 다수 여론이 반대하더라도, 이 돈은 대통령이나 장관이 의회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쌈짓돈 구실을 할 때가 많다.

행정자치부 장관도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지방 교부세 중 일부를 '특별교부세'로 내려 보낼 수 있다. 그러나 특별교부세는 특별교부금보다 25% 정도 규모가 작다. 또한 '국가 시책'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국가 권장 사업'에 특별교부세의 10%만 사용할 수 있다. 

▲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자신의 고향인 경북 경주에 특별교부세를 전국 평균보다 3.6배 많은 99억 원이나 배정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연합뉴스


특별교부금의 국가 시책 사업비가 사라져야 한국 정부도 형식적 민주주의 정부에 진입한다. 이 일을 할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 특별교부금의 근거인 지방 교육 재정 교부금법을 고치면 된다. '국가 시책'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돈을 지방 자치 재원 취지에 맞게 보통교부금으로 전환시키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역량이 뛰어나다는 한국의 교원들이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을 살피는 일에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교육부 장관이 정한 수백 가지 국가 시책 사업에 따른 공문을 처리하는 데 매달리는 게 학교의 현실이다. 국가 시책을 보통교부금으로 전환시키면 효과 없는 행정 업무가 대폭 사라진다. 특히 사전 계획이나 예고도 없다가 긴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공문들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국가 시책을 보통교부금으로 전환시키도록 법률을 개정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실적을 자랑할 수 있다. 정당과 관계없이 40만 교원들이 고마워 할 일이다.

30% '지역 현안' 사업, 정치적 영향력에 좌우돼 

특별교부금의 30%는 '지역 현안'에 쓴다. 학교에 강당, 체육관, 급식실을 짓는 돈이다. 전국 1만1000개 초·중·고교 가운데 약 200개 학교가 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부 직원이 전국 1만1000개 학교 가운데 체육관을 지어줘야 할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150개(나머지 50개는 급식실) 학교를 합리적으로 가려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용할 학생 수가 많은지? 실제로 체육 수업을 내실 있게 진행하는지? 인근 학교들에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체육관이 없는지? 지을 수 있는 여유 토지는 있는지? 지금 건물이 얼마나 낡았는지? 교육부 직원들은 현장에 가보지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1만1000개 학교 이름조차 모른다.

결국 장관은 신경 써야 하는 유력 인물들이 요구하는 학교를 선정한다. 주로 정당의 지도부, 국회의 상임위원, 교육부 간부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정이다. 감사, 언론을 통해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장관이 솔직하게 밝히지 않는 이상 누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기초의원 선거 때까지 "○○초등학교 체육관 신축"을 자신의 실적으로 주장하는 후보도 많지만, 실제 기초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정된 재원이지만, 학교에 강당, 체육관, 급식실을 차례대로 지어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관건은 우선순위를 공정하게 정하는 일이다. 시도교육청이 결정하는 방법이 가장 공정하다. 세종, 제주처럼 작은 시도는 교육청 직원들이 학교 실정을 속속들이 잘 안다. 우선순위를 잘못 정하면 주민들도 쉽게 의문을 제기한다. 경기, 서울처럼 큰 지역도 교육부보다는 훨씬 일을 잘 한다. 이미 대부분 교육청들은 체육관, 급식실보다 예산 규모가 훨씬 작은 방수, 소방, 전기 같은 시설 예산까지도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에서 투명성을 높였다.

지역 현안 특별교부금 역시 보통교부금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좋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국민 대표, 헌법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지역 현안 제도가 존재할수록 자질 좋은 국회의원들조차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빠져들게 만든다. 국민 대표로서 세금을 합리적인 우선순위로 사용하는가를 감시하는 활동을 하면, 정당의 동료나 지도부들에게 눈총을 사게 만든다. 가만히 모른 체 하면 자기 지역구 학교만 손해를 보게 된다. 결국 국민대표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교육부 장관에게 부탁하는 민원인 역할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 현안 특별교부금을 보통교부금으로 전환시켜서, 교육청들이 공정하게 우선순위를 가리게 하고, 시도의원들이 감시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의원들은 남게 된 시간을 국민대표다운 활동에 쓸 수 있다.

10% '재해 대책비', 갈 곳 없는 돈 

특별교부금의 10%는 재해 대책비로 쓰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돈을 실제로 쓰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앙 정부도, 교육청들도 훨씬 큰 규모의 예비비를 편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청이 예비비를 모두 쓰는 일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재해 대책'이라는 꼭 필요할 것 같은 명칭과는 다르게 '갈 곳 없는 돈'이 된다. 

교육부 장관은 매년 쓰지 않고 남는 이 돈을 12월 말에 교육부 마음대로 매년 평가 방식을 바꾸는 교육청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로 나눠준다. 물론 중앙 정부가 교육청을 평가할 수도 있고,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해마다 하는 사업이다. 그렇다면 국고로 본예산에 편성하고 국회 동의를 받는 것이 상식이다. 지방 교육 재원을 중앙 정부 사업의 인센티브로 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별교부금은 모두 보통교부금으로 전환시켜야 

중앙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려면 국회 심의를 거쳐 중앙 정부 재원을 쓰는 것이 근대국가다. 이제 교육부 장관이 좌지우지하는 특별교부금의 역사를 마무리해야 할 때이다. 

특별교부금은 국가 시책이든, 지역 현안이든, 재해 대책이든 모두 보통교부금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한국이 근대 이후 사회라는 것을 입증해서, 사회가 퇴보하는 것을 우려하는 국민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면 좋겠다. 이미 국회에는 의원들이 제출한 관련 법률 개정안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