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무더위가 모두에게 똑같은 무게는 아니었다. 뜨거운 아스팔트를 피할 길 없는 노숙인, 에어컨은커녕 바람들 창문하나 없는 쪽방과 고시원에 몸을 뉘어야 하는 이들, 온 종일 거리에서 일 하는 노점상, 집과 가게를 빼앗기고 거리에서 투쟁해야 하는 철거민과 세입자들에게 올 여름 더위는 더욱 가혹했다.


하루를 멀다하고 일어나는 싹쓸이 식 노점단속과 강제철거는 도시에 사는 이들을 난민으로 만든다. 탐욕으로 질주하던 부동산열차는 1000조의 가계부채와 주거 난민을 만들어냈고, 일상화 된 해고와 이른 퇴직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부재한 한국에서 빈곤을 피할 수 없는 일로 만들고 있다.


높은 노인빈곤율과 자살율, 불평등 지수를 갖고 있는 이 땅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을 만드는데 무관심하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튼튼한 복지가 절실하지만, 대통령의 복지공약은 모두 파기되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동자의 권리를 공격하고 있다.


아픈 사람은 가난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아픈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 몸이 아프거나 가난할지라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인권이다. 불평등이 만드는 잔인한 경쟁을 끝내고 함께 사는 세상을 열자.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빈곤은 동정과 시혜에 기반한 일시적인 원조로 해결될 수 없다. 빈곤에 처한 민중들이 자신의 인권을 선언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통해 빈곤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이것은 가난한 이들이 자신의 요구를 실현해가며 평등을 쟁취하는 길, 바로 가난한 이들의 조직된 힘이 권력을 쟁취하는 길에서 가능할 것이다.


10월 17일은 UN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기아와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있으며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사회는 절대빈곤의 터널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사회의 부를 일부 부유층이 독식하는 경제구조가 확고해져왔다. 재벌과 대기업에는 온갖 혜택이 부여되는 반면 99% 민중들에게는 성장의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여기에 모인 우리는 빈곤철폐를 염원한다. 가진 자들이 덜 가진 자들을 억압하고, 생명보다 이윤이 중시되는 세상에 맞서 투쟁하자. 가난에 빠진 모든 이들과, 가난을 두려워하며 사는 모든 이들이 손을 잡고 연대하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한 이들에게도 평등하고 안전한 세상, 이윤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



2016년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노조사회복지지부,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동당, 노들장애인야학, 동자동사랑방,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생경제연구소,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빈곤네트워크(대구), 반빈곤센터(부산), 불교인권위원회,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사)참누리, 상상행동장애와여성 마실, 서울복지시민연대,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인권재단 사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장애여성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해방열사 단,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빈민해방철거민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주거권실현을위한비닐하우스주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집걱정없는세상만들기,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평화주민사랑방,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주민운동교육원, 향린교회,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홈리스행동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