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한국 대중교통 요금, 정말 낮은 걸까?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주 52시간 적용에 따른 버스노조 파업이 일단락되었다. 정부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버스준공영제 확대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겠지만 정부는 파업 전부터 요금 인상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타결을 유도했다. 

요금 인상 vs. 재정 지원 

이용자들이 내는 요금과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 모두 결국은 국민들의 부담이지만 두 방식의 성격은 다르다. 요금은 기본적으로 수익자 부담원칙을 바탕에 두고 있지만 정부 재정은 정부의 책임과 의무를 더 강조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공공서비스 재정 방안에서 요금과 재정 중에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는 교통정책의 철학과 방향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이 공공 영역임에도 재정 지원이 부족하고 요금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민들이 지불하는 요금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이러한 기조가 이번 버스 파업 국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더욱이 중앙정부는 버스는 지방 사무이기 때문에 지방이 요금 인상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견지했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고 국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중앙정부 기조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 지원 비중이 낮은 나라이다.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 재정지원 비율은 16%이며 지하철은 이보다 더 적다. 반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스페인 바로셀로나 등의 외국 광역교통행정기구의 대중교통 예산을 보면 전체 수입에서 요금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지역은 요금수입 비중이 30%이고 나머지 70%는 교통세와 공공기여금으로 구성된다. 영국 런던 지역은 요금수입 비중이 50%이고 나머지는 기금, 혼잡통행료·상업개발 등의 현금수입 등으로 구성된다. 미국 뉴욕 지역은 요금수입 비중이 40%고 나머지는 목적세, 통행료 수입, 정부(연방/주) 보조금 등으로 구성된다. 스페인 바로셀로나 지역도 요금 수입과 정부 보조금 비중이 각각 47 : 53이다.  

대중교통 예산에서 요금 수입, 목적세, 보조금 등이 어떠한 비율로 구성되고 있느냐는 대중교통에 대한 그 나라의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요금 수입 비중이 낮고 세금과 보조금 비율이 높을수록 수익자 부담 원칙보다는 정부의 대중교통에 대한 책임이 확인된다. 이는 기업회계 방식이 아닌 대중교통의 사회적 편익을 인정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환경오염과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자동차보다 대중교통이 사회적 편익이 더 크므로 이용자의 요금 부담보다 정부의 세금과 보조금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기조이다.  

유럽 대중교통은 출퇴근, 취약계층 요금 할인이 발달 

물론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요금이 외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요금 인상 여력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우리나라 대중교통요금 추이와 국가 간 요금 비교' 자료에 따르면(기본요금 기준) 우리나라 시내버스(2014년)는 OECD 주요국 15개국에서 5번째로, 지하철은 16개국 중에서 6번째로 저렴하다.  

정말로 우리나라 대중교통 요금이 낮은 것일까? 우리나라는 유럽 등의 선진국과 달리 계층별 할인과 정기권 할인이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못하고 대중교통을 매일 정기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Captive Rider(대중교통 외에 다른 대체수단이 없는 이용자)'의 부담은 더욱 크다.  

반면 파리는 교통세(대중교통 서비스 지역 내 11인 이상 고용 사업장의 임금총액에 비례하여 고용주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납부하는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50% 요금 할인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연대카드 제도도 운영해 구직자와 저소득층에게는 할인 혜택을 부여한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거리 비례 요금제이다. 거주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도심과 일터에서 점점 멀어지는 서민들이 느끼는 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프랑스는 2015년에 월 70유로 나비고(Navigo) 패스를 구입하면 1존에서 5존까지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거리 요금제를 완전히 없애버린 이 조치로 연 4억 유로의 요금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되었으나 더 많은 사람들 저렴한 요금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우리는 어떤가? 주 52시간으로 비용이 발생하니 정부가 바로 요금 인상을 첫 번째 대책으로 이야기한다. 다른 나라들도 예산 압박이 있을 거고 요금 인상도 필요하면 추진하겠지만, 유럽 나라의 경우 요금 수입을 전체 수입에서 50% 이하로 맞추고 있다. 정부가 책임지고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싸고 안전한 대중교통을 공급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 52시간으로 비용이 발생하니 요금 인상으로만 해결하려는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인식으로는 대중교통을 발전시키기 어렵다.  

유류세 재원, 도로 건설 대신 대중교통에 투자해야 

대중교통에서 요금 수입 비중을 줄이고 재정을 늘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당장 세금을 또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단언컨대, 대중교통에 사용할 돈은 충분하다. 우리나라 교통 재정이 대부분 건설 예산으로 사용되는데 그 예산만 대중교통 투자로 돌리면 가능하다.  

우리나라 교통 SOC 건설은 자동차 유류세를 재원으로 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조달된다. 이 교통시설특별회계 규모가 연간 17조 원 수준인데 이 중에서 도로 건설에 절반인 8조 원 정도가 투입된다. 자동차에 대한 징벌세 성격인 유류세가 다시 오염을 유발하는 자동차를 위한 도로건설에 사용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유류세를 도로 건설에 사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추가적인 세금부담 없이 지금 당장 대중교통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고, 요금인상 없이도 주 52시간 적용에 따른 비용 증가 문제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집권여당 대표가 주장한 버스준공영제 확대도 요금 인상 없이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버스뿐만 아니라 철도와 지하철도 노후화로 인한 안전재투자 비용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늘 재정 부족을 이야기하지만,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중앙정부가 전략적으로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41281#09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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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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