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부의 '문재인 케어' 성적은?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나환자 씨는 말기 폐암으로 투병 중이다. 면역항암제로 1년째 치료받고 있는데, 한 달 비급여 약값이 1000만 원이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나환자 씨는 6개월 치 보험금 6000만 원으로 약값의 절반을 지불했지만 1년 중 나머지 6개월은 면책 기간이어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약값의 절반인 6000만 원은 은행과 카드 대출금으로 충당했다. 

나환자 씨는 내년에도 면역항암제 약값 1억 2000만 원 중에서 실손의료보험으로 6000만 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나머지 6000만 원은 고스란히 부채로 남을 것이다. 나환자 씨는 멀지 않아 계층 하락을 거쳐 극빈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일명, '메디컬 푸어'(Medical Poor)가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메디컬 푸어'를 막기 위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탄생시켰다. 결론적으로 나환자 씨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평생 1회 2000만 원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매년 3000만 원씩을 평생 지원받아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 정부는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를 막기 위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탄생시켰다. ⓒ보건복지부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저소득층 환자의 의료비 안전망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8월부터 추진되었다. 당시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은 대상 질환이 일부 중증질환(암·희귀난치성질환·뇌혈관질환·심장질환·중증화상 등)으로 제한되었다. 일생에 한 번만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지원액도 2000만 원 이하로 한정되어 있었다. 재원도 연간 약 600억 원에 불과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대상 질환을 모든 질환의 입원환자와 고액 의료비 발생 가능성이 높은 6대 중증질환 외래환자로 확대했다. 지원액도 연간 2000만 원 한도를 원칙으로 하지만 신약·항암제 등 약제비 부담이 큰 경우, 2000만 원 지원 시 빈곤화 위험이 큰 경우 등에 대해서는 개별심사를 통해 예외적으로 3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재원도 복권기금·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금·건강보험 재정 등으로 기존의 3배 수준인 약 1500억 원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와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액 의료비에 직면한 저소득층 환자들의 의료비 안전망 조치로 보편적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도 포함돼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되었던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가장 큰 효과는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은 해당 중증질환 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4년에는 84.6%, 2015년에는 85.7%, 2016년에는 86.7%로 대폭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는 OECD 평균 건강보험 보장률 수준이다. 연간 약 600억 원의 적은 재원으로 운영된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이 지원받은 해당 중증질환 환자에게는 의료비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건강보험 보장률 상승효과가 일부 중증질환 환자만이 아닌 모든 질환으로 확대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현재 60% 대의 낮은 건강보험 보장율을 일부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문재인 정부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 성적표는 낙제점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2018년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예산액이 당초 1504억 6200만 원이었으나 실제 환자 지원액은 210억 9800만 원에 그쳐 예산액의 86%인 1293억 6400만 원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믿기지 않은 사실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는 600억 원 예산액 중에서 598억 6200만 원을 지원했고, 2016년에는 550억 원 예산액 중에서 450억 9200만 원을 지원했다. 지원율이 소폭 줄기는 했지만 양호한 성적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는 525억 200만 원 예산액 중에서 지원액이 327억 4900만 원으로 크게 줄었고, 2018년에는 지원액이 더욱 크게 줄어 1504억 6200만 원 예산액 중에서 210억 9800만 원만 지원하고, 1293억 6400만 원이 고스란히 남았다. 예산의 고작 14%만 지출된 셈이다.  

[표] 재난적 의료비 지원 건수 및 예산액, 집행액, 불용액 현황 (단위: 건, 백만 원) (출처: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액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대폭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보험 보장률이 그만큼 상승해 비급여 의료비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전체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5년에는 63.4%였으나 2016년에는 오히려 62.6%로 떨어졌고 2017년에는 62.7%로 전년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비급여 의료비 부담이 큰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도 2015년에는 79.9%였으나 2016년에는 80.3%, 2017년에는 81.7%로 소폭 상승했다. 올해 발표되는 2018년 건강보험 보장율도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시작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환자와 4대 중증질환 환자의 비급여 의료비 부담 수준은 거의 동일한데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문재인 케어 이후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지원 대상 질환과 지원 대상자가 대폭 확대되었으나 지원 대상자 중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일부 기준 변경으로 탈락하는 경우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까지는 기존 중위소득 80% 이하 소득자는 200 만원 이상의 의료비가 발생하면 지원 대상자가 되었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에서는 중위소득 50%~80%까지의 대상자는 본인부담금이 200만 원 이상이면서 추가로 연소득 15%를 초과해야하는 기준치 추가되었다. 이로 인해 다수 지원자가 지원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사실 이 문제의 해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탈락율 증가 문제는 기준 변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지출이 14%에 그친 이유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원인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과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모두 환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용률과 지원액은 적은 걸까? 

첫째,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도 지원 대상자가 될 수 있는데도 지원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전 국민의 63%가 실손형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고, 정액형 의료보험 가입자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대다수의 국민은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다. 환자가 건강보험공단 지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지원 대상자 여부를 상담하면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뉘앙스의 답변을 종종 듣게 된다. 이 경우 상당수의 환자는 지원 대상자가 되지 않거나 어려운 것으로 이해하고 더 이상의 노력을 포기한다. 물론 '민간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으로 비급여 의료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하면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도 지원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매뉴얼대로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도 많지만, 환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하지 않으면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지원 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이해하기 쉽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를 위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관련 맞춤 정보를 제공하거나 교육·홍보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비급여 의료비의 최고 50%만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생계비와 의료비를 함께 지원받는 저소득층 환자라고 하더라도 비급여 의료비의 100%가 아닌 50%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최악의 아킬레스건이다. 이 경우 저소득층 환자는 부족한 50%의 비급여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복지기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거나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생계비를 비급여 의료비로 지출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저소득층 환자나 병원 의료사회복지사는 비급여 의료비 100%를 지원해 주는 사랑의열매 등 복지기관에 신청하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 저소득층 환자와 의료사회복지사 입장에서는 부족한 50% 비급여 의료비 마련을 위해 또다시 고생을 해야 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에 소극적인 것은 당연하다. 비급여 의료비 지원율을 현재와 같이 일률적으로 50%로 정할 것이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는 90%, 의료급여수급자는 80%, 건강보험가입자는 50~70%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셋째, '신청주의 원칙'에 따라 퇴원 또는 치료 종료일로부터 180일 이내 신청해야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자체를 몰라서 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수가 또는 국고 지원은 없고 업무만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의료사회복지사협회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의 홍보 부족 때문이다. 만약 최고 3000만 원의 비급여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였는데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라서 180일 이내 신청하지 않았다가 그 이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번 상상해 보자. '신청 기간 도과로 재난적 의료비 3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없다'라는 건강보험공단의 통보에 수긍하는 환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재난적 의료비 제도는 고액 의료비에 고통받는 환자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이다. 2018년 7월 1일부터 '재난적 의료비 지원법'이라는 법적 근거도 지닌 대표적인 의료비 안전망 제도이다. 그런데도 예산이 대부분 집행되지 않고 있다면 제도 설계와 운영을 전면 점검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대국민 홍보 강화와 함께 건강보험공단의 지원 대상자 사전 고지제도 도입, 의료사회복지사 참여 유도 등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61560

 

'메디컬 푸어' 위한 재난적 의료비 아껴서 어디에 쓰게?

나환자 씨는 말기 폐암으로 투병 중이다. 면역항암제로 1년째 치료받고 있는데, 한 달 비급여 약값이 1000만 원이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나환자 씨는 6개월 치 보험금 6000만 원으로 약값의 절반을 지불했지만 1년 중 나머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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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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