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 되살려야…"

 

 

강지헌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은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했다. 개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거대여당이 되었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참패로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 여당의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제1야당의 지지자들은 탄식하고 있다. 소수정당의 지지자들은 회한에 지쳐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를 두고 여러 분석들이 제기된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코로나19 극복과 외신의 찬사를 보았고, 국난 시기에 견제보다 안정을 선택했다는 평가, 국난 앞에 분열하고 비난만 일삼은 야당에 대한 심판 등, 모두 일리가 있다. 여기에는 21대 총선 결과에서 준엄한 민심을 읽고, 국난을 극복하는 데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성숙한 정치의 모습을 보이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퇴행적 승리

 

그럼에도 21대 총선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도 냉엄한 분석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는 퇴행적 승리다. 20대 총선 결과로 만들어진 다당제 구도와 연합정치 논의가 무너진 점, 지역주의 구도와 대결정치 문화가 되살아난 점 때문이다.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 일그러진 선거제도가 있다. 그리고 이 과정 곳곳에 민주당의 과오가 서려 있다. 이 글에서 하나하나 되짚어 볼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놓쳐서는 안 될 마지막 기회를 이야기할까 한다.

 

20대 국회는 한국 정치사에 특기할 만큼 진보적인 정당 구도를 만들어 냈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정당이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한 것과 비견될 만했다. 2016년 당시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전남 순천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전북 전주에서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 등 동서를 가로지르며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상징적인 의원들이 배출되었다. 뿐만 아니라 진보, 보수, 중도 이념의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입성했다. 제도가 다당제를 뒷받침해 주지 못했으나, 다당제 구도의 반석이 놓였다. 자연히 다당제 구도를 제도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표> 21대 총선 결과 정리

21대 총선 결과

더불어

민주당

더불어

시민당

미래

통합당

미래

한국당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

민주당

지역구 의석

163석

-

84석

-

1석

-

-

비례 의석

-

17석

-

19석

5석

3석

3석

정당 득표율

-

33.3%

-

33.8%

9.6%

6.7%

5.4%

실제 의석 비율

60.0%

34.3%

2.0%

1.0%

1.0%

실제 총 의석

180석

103석

6석

3석

3석

*정당 득표율 100% 연동 시

100석

101석

29석

20석

16석

정당 득표율 100% 연동 시 각 정당에 배분돼야 할 의석 수. 지역구 당선 의석은 보장함. 그러나 실제 총 의석 수가 정당 득표율 100% 연동 시 의석 수보다 많으면 과대대표, 그보다 적으면 과소대표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음.

 

 

21대 국회에서는 양당체제가 강화되었다. 압승과 참패라는 단어 뒤에는 부당한 국회 의석 수 구도가 있다. 많은 언론이 선거 결과를 분석하면서 사용하는 두 용어는 기득권 양당체제를 온전히 수용한다. 미래통합당은 참패했다 하지만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의석을 포함하면 103석에 달한다. 패했다지만 그래도 막강한 힘을 가진다. 반면 다당제의 기반이 될 중도정당, 소수정당은 생존을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표에서 보듯 정당득표율과 실제 의석 수 간의 불비례성은 극단적으로 심화되었다. 정치가 진보해나갈 방향은 다당제에 기반한 연합정치다. 기득권 거대양당이 부당한 방법으로 과도한 의석을 얻어낸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겠는가?

 

승패의 관점에서 막강한 힘을 양분하는 선거 구조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승자독식 지역구 선거에서 40% 안팎의 표는 항상 사표다. 절대적인 민심이 여당을 지지한다고 보기보다 여당을 지지하는 표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이해해야 한다. 또한, 사표가 되는 거대한 규모의 소수가 언제나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에는 원래 제 것이 아닌 비례 의석을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로 부당하게 차지한 의석 수까지 포함돼 있다. 이것을 압승이라 표현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압승이라는 표현이 추가 의석을 향한 민주당의 적나라한 욕심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선거 결과의 질적인 측면을 가늠하는 수도권에서 여당이 압승하고, 영남지역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측면에서 지역주의가 되살아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의석이 동서로 양분된 것 자체가 지역주의가 되살아났다는 방증이다. 승자독식 지역구 선거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사표를 살린다면, 지역주의는 극복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역구 폐해를 극복해야 하는 비례대표제는 망가진 상태다. 이와 같은 제도적 조건 속에서 여야가 조금만 대립하더라도 지역주의 적폐의 성채에 균열을 낸 김부겸 같은 정치인은 고배를 마시게 된다.

 

다당제 구도가 약화되고 다당제를 유인하기 위한 선거제도는 사실상 무력화 되었으며, 지역주의가 되살아났다. 극단적으로 대결하는 정치문화도 양산되고 있다. 이렇게 대결하는 정치문화 속에서는 패자를 건전한 비판자로 품으며, 여야가 협력하는 정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21대 국회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리라 우려하는 이유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세 가지 잘못

 

비록 압승에 환호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다음 세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첫째,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선거제도 개혁국면에서 의원정수 확대 노력을 너무나 쉽게 포기했다. 비례의석이 충분해야 연동형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여론의 반대가 크다는 이유로 개혁법안의 필요조건을 포기했다. 반면, 진보·보수할 것 없이 모든 여론이 부당함을 비판하는 위성정당은 밀어붙였다. 개혁이 필요할 때는 국민의 여론을 이유로 후퇴하고, 국민의 여론을 보고 정작 자제해야 할 때는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둘째 더불어민주당은 4+1 패스트트랙 협상 과정에서 비례 의석을 축소했다. 지역구를 줄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25:75석의 패스트트랙안을 253:47석으로 조정한 후 역설적으로 위성정당 창당의 유인이 커졌다.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볼 수도 없는 준연동제에 30석의 캡까지 씌워 준준연동제를 만들었음에도, 전체 비례 의석의 수가 적어 기득권 양당이 병립형 비례제도로 얻은 만큼의 추가 의석을 얻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의석을 연동하기 때문에 과대대표 되어온 거대양당 의석에는 상한선으로, 과소대표 되어온 소수정당 의석에는 보충성 원리로 작용한다. 각 정당에게 제 몫을 제대로 쳐주자는 아주 상식적인 요구다.

 

그런데 협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던 미래통합당은 제1야당을 배제했다고 강변하면서 위성정당 창당을 강행했다. 위성정당 창당의 원죄는 미래통합당에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정수 확대라는 핵심적 필요 조건을 피해갔고, 이는 위성정당 창당의 위험성을 높인 꼴이 되었다.

 

셋째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을 따라서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앞서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자 선거판 전체가 흔들리는 혼란이 왔다. 아무 대응이 없으면 미래통합당이 비례 의석을 과도하게 쓸어가게 되고, 어렵게 이룬 검찰개혁·정치개혁 법안이 고스란히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비례연합정당 창당 움직임이 부상했다. 플랫폼 정당을 창당해 선거연합을 하고, 미래한국당의 독주를 막자는 구상이었다. 이를 두고 범진보진영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내홍이 깊어졌다.

 

분명히 할 것은 시민사회 일각에서 최초에 제안한 비례연합정당 또한 위성정당 틀거리를 차용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불가피한 상황 조건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당정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부당한 틀거리를 사용하게 된 것은 인정하고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

 

그럼에도 내용적인 측면에서,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과 충분히 다를 수 있었다. 수구세력의 반동에 어렵게 통과시킨 제도가 망가졌으나, 비례연합정당 시도를 통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재기 불가능 수준으로 폐기되는 것을 막고, 연정 협상 수준의 정치협상으로 정책을 교류하며, 각 사회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에 주요한 관직을 보장하는 수준의 연합정치를 구상할 수도 있었다. 부당한 틀거리를 차용하는 현실 조건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되, 그 속을 올바른 내용으로 채울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플랫폼인 ‘시민을 위하여’를 선택했다, 결국 내용적으로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위성정당을 창당한 것이다.

 

마침내 더불어시민당이 창당되었다. 독자적인 정치적 정체성도 가치도 이념도 없는 온전한 위성정당이 탄생한 것이다. 그 결과 연합정치에 대한 가치는 사라지고, 기득권 양당의 탐욕만 남았다. 국민 앞에서 비례대표제와 연합정치에 대한 오해와 반감만을 확산하고 말았다. 이는 비례성이 높은 비례대표제, 다당제와 연합정치로 가는 노정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여러 잘못 중 가장 중대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마지막 기회, 연동형 제도를 되살려라!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까지의 과오를 조금이라도 만회할 기회도 놓여있고,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를 위험 앞에 놓여있다.

 

위험한 선택부터 짚는다. 그것은 더불어시민당을 교섭단체로 만들려는 시도다. 위성정당에 교섭단체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는 한국 정당정치를 나락으로 몰아넣는 최악의 잘못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선택을 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화 역사를 통째로 훼손하는 부당한 정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기회는 무엇인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되살리는 것이다. 비례대표제를 되살리는 방법은 명확하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비례성 확대이다. 비례성 확보를 위해서 의원정수 확대가 필수다. 의원정수를 확대하면 위성정당을 창당할 유인도 줄어든다. 후려치듯 진행된 패스트트랙 협상 과정에서 위성정당 창당 위험성은 이미 경고되었다. 그때 묻혀버린 의원정수 확대라는 필요 조건을 해결해야 한다.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구 대 비례의석 비율이 5.4 대 1에 달한다. 독일은 1 대 1 비율이며, 뉴질랜드는 1.4 대 1이다. 비례제도에서 병립형과 연동형을 병행하는 준연동형 방식을 고수하더라도 소수정당들의 지지율이 낮은 현재, 순수 비례대표 의석만으로 의원정수를 360석까지 늘리면, 병립형 부분에서 거대양당이 얻을 수 있는 의석이 많이 늘어난다. 위성정당 창당 유인이 줄어들 것이다. 이후 점차적으로 연동형 비율을 높여가면 된다. 의원 정수부터 확대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비례대표 의원을 당이 제명할 경우, 의원직까지 박탈해야 한다는 취지로 낸 입법조사처 보고서도 참고할만하다. 위성정당 창당과 의원 꿔주기 등 각종 편법은 마음대로 이합집산 할 수 있는 방임적 배경에 기인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제안한 것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 이중등록제나 비례대표 후보를 내야만 지역구 후보를 낼 수 있게 하는 것도 보완책이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보를 말할 자격을 갖추어라.

 

한국 정치가 더 이상 망가져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라도 의원정수를 확대하고, 비례성이 높은 비례대표제 도입, 다당제와 연합정치,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개헌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압도적 의석이라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온전한 실력만으로 얻은 의석이 아니다. 선거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재차 겸손을 강조했다. 말은 행동이 뒤따를 때 그 진의가 드러난다. 무너진 정치개혁 과제를 완수하라. 진보를 말할 최소한의 자격을 가지려면 말이다.



 



출처: http://pressian.com/pages/articles/2020042013165774087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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