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올겨울 코로나 대유행, 의료체계 붕괴 막으려면…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보건의료팀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지난 11월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새로운 코로나19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5단계로 개편하여 지속가능한 대응전략을 세웠다는 게 골자다. 나는 정부의 보도자료를 읽다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정부의 대비 수준으로는, 올겨울 하루 1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정도의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 시, 끔찍한 의료붕괴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겠다는 점이다. 정부 역시 문제를 잘 알고 있는데도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갖고 있지 않다. 정부의 노력이,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K-방역이라는 천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인가.

 

 

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확진자 기준을 높이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요약해 보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존의 3단계에서 세부적으로 더 쪼개어 5단계로 개편했다. 각 단계를 구분 짓는 기준은 하루 평균 환자 수이다. 기존 3단계에서는 일일 확진자 수가 50명 미만이면 1단계, 100명 미만이면 2단계, 100~200명 이상이면 3단계로 구분하였다. 이번 달부터는 5단계로 쪼개었는데, 그 기준은 아래와 같다.

 

 

새로운 단계 구분이 과거 3단계와 다른 점은 단계별 격상의 기준이 되는 확진자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200명 이상 발생하면 3단계였지만, 새로 바뀐 5단계에서는 중간단계인 2단계에 해당한다.

중앙재난안전본부는 이렇게 단계별 격상 기준을 높인 이유로, 중증환자 병상 등 의료체계를 강화하여 의료체계의 대응 여력이 커졌다는 것과 '감당가능한 위험 수준'의 설정에 따른 것을 이유로 든다.

 

 

현재 감당가능한 위험 수준은 기껏 하루 확진자 수 300명

 

정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국에 중증환자 병상은 200여 개 정도 확보되어 있다(2020년 10월 기준). 이 기준으로 볼 때 대략 하루 평균 270명 정도의 확진자 발생까지는 의료체계가 감당가능하다(확진자 중 중증환자가 3%에서 발생하고 평균 재원 기간이 25일로 추산하면 하루 평균 환자가 100명씩 25일간 발생할 때 중증환자 75병상이 필요하다).

 

아니, 우리의 현재 의료체계 대응능력이 겨우 하루 평균 300명 정도의 확진자 정도라니…. 도대체 올겨울 대유행이 다가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서울 지경이다. 지금 우리의 인구 수준이 비슷한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은 현재 하루 평균 2~5만 명씩 발생하고 있다. 다른 모든 나라들이 2차 대유행이 벌써 시작되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K-방역을 믿고 있어야 하나?

 

 

하루 1000명 이상 발생되면 의료체계 붕괴된다

 

물론 정부가 전혀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발표 자료에 의하면 앞으로 중증환자 전담치료 병상을 확충하겠다고 한다. 최대로 동원한다면 전국에서 일일 400~500명 내외의 확진자까지는 감당가능한 수준으로 대비하겠다.

 

다시 최근 개편한 5단계 개편안을 보자. 2단계는 전국 300명 이상, 2.5단계는 4~500명 이상, 3단계는 800~1000명 이상이다. 이를 보건대, 현재 정부는 2단계까지는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 대응력을 갖고 있지만, 2.5단계 이상은 사실상 감당할 수 없음을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

이는 이미 정부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2.5단계는 '의료체계의 통상 대응 범위를 초과하는 수준'을 의미하고, 3단계는 '의료체계 붕괴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수준이다(보건복지부 11월 1일 보도자료 23쪽).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코로나19에 대비 수준이 겨우 하루 500여 명 내외에 불과하다니. 도대체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수 만 명의 환자 발생도 감당가능한 유럽 국가들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자. 유럽은 올해 봄 4월경 대유행을 거쳤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하루 5000명 내외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급격히 입원환자와 중증환자가 증가하면서 의료체계가 감당하지 못한 정도였다. 프랑스의 예를 들면, 4월 유행의 정점일 때 일일 환자 수가 4월 1일 7578명이었고, 당시 입원환자는 3만여 명, 중증환자가 무려 7000명이었다(ECDC: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 자료).

 

 

▲ <그림 1> 프랑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 증가 추이. <euronews> 11월 9일 자 'Coronavirus second wave: Which countries in Europe are experiencing a fresh spike in COVID-19 cases?' 갈무리.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올해 봄에 급작스럽게 많은 환자가 발생하였고, 의료체계의 큰 혼란이 발생했다. 그런데 엊그제인 11월 8일 프랑스는 하루 8만6851명이었다. 올해 봄의 10배 정도 규모이다. 다른 유럽의 국가들도 봄보다 5배 내외로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은 의료체계의 붕괴 얘기가 없다! 하루 수만 명의 확진자가 속출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루 400~500명 이상이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1000명 이상이면 의료체계 붕괴에 직면한다고 정부가 밝히고 있다.

 

 

우리의 감당가능한 수준이 낮은 이유는 공공병상 부족

 

왜 유럽 국가들은 하루 수만명을 감당하는데도, 우리는 수백 명조차 감당하지 못할까? 답은 명확하다. 공공병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환자 병상은 10만 명당 10.6개로 영국과 거의 같다. 인구가 5000만 명이니 대략 5000병상 이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밝히는 코로나 중증환자 병상은 지금이 200여 개, 추가로 확보하더라도 300여 개에 불과해 보인다. 전체 중환자 병상의 10%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국가는 국가가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중환자 병상을 동원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 병상 수의 90% 이상은 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이 담당하고 있다. 더구나, 지방의료원은 대부분 중소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중증환자를 진료할 인력도, 시설도, 역량도 부족하다. 중증환자 병상의 대부분은 대학병원이나 민간 종합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병상이라 정부가 활용하기가 어렵다.

 

반면,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병상의 대부분이 공공병상이다. 올봄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봄보다 더 큰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의료체계의 붕괴없이 잘 대처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언급한 '감당가능한 위험 수준(acceptale risk)'라는 개념은 우리가 코로나 대응을 하는 데 있어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많은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의료체계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단계별 격상의 기준을 높일 수 있다. 우리의 의료체계가 하루 환자를 1000명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 3단계가 아닌 2.5단계로도 유지할 수 있다. 만일 우리의 의료체계가 하루 환자를 5000명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2.5단계 기준을 400~500명 이상이 아닌 5000명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이다.

 

 

공공의료 강화 없이 감염병 위기 대응 못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수록 경제가 받는 피해는 매우 크다. 특히 서민들일수록, 경제적 약자일수록 그 피해가 커진다. 따라서, 가급적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그러려면 가급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좀 더 느슨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 조건을 유지하려면 대량의 환자 발생을 수용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즉, 환자에 대한 의료수용력을 높이면, 그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코로나 환자 감당하는 의료체계는 대부분이 공공병원이다. 공공의료체계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가. 지금 정부는 공공병원에, 공공의료에 제대로 투자하고 있는가.

 

지금 코로나 환자를 전담하고 있는 지방의료원의 사기는 높지 않다. 감염병 위기마다 공공병원은 맨 앞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 투자는 쥐꼬리만큼에 불과하다. 많은 지방의료원들이 중소 규모에 불과하고, 적정 규모로의 신증축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그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메르스 경험에서 우리 사회는 공공의료의 소중함을 배웠다. 하지만, 알긴 알되 아무도 실천하지 않았다. 공공의료는 제자리였다. 그리고 코로나 19라는 21세기 가장 강력한 전염병에 맞닥뜨렸다. 우리는 여전히 공공의료를 말한다. 하지만, 공공의료는 제자리이다. 내년에 공공병상 확충을 위한 정부 예산은 전무하다. 많은 지역에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공공병원을 확충하자는 시민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촛불이 만들어낸 우리 문재인 정부는, 제자리걸음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올겨울 제발 운 좋게, 운 좋게 코로나가 비껴가길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운이란 게 또 찾아올까. 그래 찾아온다고 치자. 올겨울 무사히 대유행없이 넘어간다고 치자. 그럼 내년 겨울은? 내후년 겨울은? WHO는 '코로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언한 바 있고 지금은 많은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그런데 지금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도하는 것뿐이라니!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11110504078817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Posted by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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