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체계 개혁을 위한 과제 ①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가정의학과 의사)

 

'내만복 칼럼'에서는 앞으로 4회에 걸쳐 한국의 의료보장체계 개혁을 위한 제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1편으로 '문재인 케어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살펴봅니다.(필자)

 

 

문재인 케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일부 비급여를 제외한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건강보험보장정책을 일컫는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얘기가 종종 들린다. 누구는 보장률이 개선이 안 되었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는다. 다른 이는 건강보험료만 올랐다고 항변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거다. 또한 누구는 대형병원 쏠림만 나빠졌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큰 병원만 배를 불렸다는 거다. 얼핏 보면 맞는 주장들이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틀린 주장이기도 하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비급여중 선택진료(특진료)를 역사 속으로 완전히 없애버렸다. 상급병실도 2인실까지(감염병은 1인실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었다. 간호간병제도 확대되었다. 한때 병원비의 큰 부담이었던 3대 비급여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15세 이하의 아동 입원병원비 부담은 5%로 줄었다. 초음파와 MRI도 건강보험 보장의 틀로 편입되고 있다. 3800여 개의 비급여가 건강보험으로 편입되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케어를 쉽게 단정 짓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케어의 정확한 성패를 이해하지 못하면 전혀 엉뚱한 길로 빠질 수 있다. 나는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려 했던 문재인 케어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판단한다. 절반의 성과는 적극 챙기되, 절반의 실패는 무엇이고 무엇 때문인지 따져보고 다음 정부에서는 그 실패를 넘어서길 바란다.

 

문재인 케어 전후, 즉 2016년과 2019년간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2.6%에서 64.2%로 겨우 1.6%p 상승했다. 야심 차게 문재인 케어라 이름 붙이고 건강보험 보장확대 정책을 시행하였고, 목표 보장률이 70%(문재인 케어가 완성되는 2022년 기준)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패라고 평가할만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평가에 그친다면, 우리는 문재인 케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문재인케어의 성과를 알려면,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나는 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건강보험 평균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크게 차이가 났다.

 

예를 들어, 입원보장률은 평균 보장률 증가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보장률은 크게 증가하였다. 고액진료비가 발생하는 질환의 보장률도 평균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아동(6~18)의 입원 진료비 보장률은 무려 11.3%p가 증가하였다. 

 

반면에 외래보장률은 평균보다 적게 증가하였다. 외래진료비 비중이 대부분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보장률은 오히려 크게 하락했다. 요양병원 진료비 보장도 하락했다.

 

▲ 2016과 2019년 건강보험 보장률 변화자료(출처 :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건강보험공단)

진료비가 크게 발생하는 고액질환, 입원진료에서는 건강보험 보장률 증가 효과가 컸지만, 반대로 주로 경증 혹은 소액진료가 발생하는 외래진료비에서는 적게 나타났다. 그중 의원급 진료의 보장률은 오히려 감소함으로써, 보장률의 증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률 증가가 겨우 1.6%p 증가에 그친 이유다. 

 

그런데, 왜 이런 효과가 나타났을까? 흔히 고액질환일수록, 큰 병일수록 불필요한 의료이용이나 도덕적 해이는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경증질환이나 외래 진료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더 크게 나타난다. 즉, 도덕적 해이가 입원보다 외래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실손의료보험의 효과라고 판단한다. 실손의료보험은 현재 국민의 79% 정도인 3500만 명이 가입하고 있다. 가입자의 대부분은 구 실손의료보험(2017년 이전 판매된 실손상품)에 가입하고 있는데, 구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률은 0~10%로 매우 낮아, 도덕적 해이를 크게 유발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실손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진료하는 행태도 만연되어 있다. 구 실손가입자들의 과도하게 높은 실손보장은 과다한 의료이용을 유발하고, 이는 보험사의 손해율을 증가시키고 있고, 이는 다시 실손가입자의 보험료를 폭등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환자의 본인 부담, 주로 비급여를 보장해준다. 특정 의료기관에서 비급여가 과도하게 많거나 크게 증가하였다면, 실손의료보험의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앞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보장률이 3.2%p가 감소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 더 들어가 보자. 의원급 의료기관 중 몇몇 진료과목은 보장률이 증가했다. 정신과(66.8%→73.1%), 산부인과(43.9→52.1), 소아과(61.8→63.0) 등이 그렇다. 이들 과목은 비급여의 급여화 혜택을 누린 진료과이다. 반면, 정형외과(58.6→55.1), 안과(71.3→47.7), 재활의학과(75.7→42.2), 신경외과(64.3→49.4) 등은 보장률이 크게 줄었다. 주로 실손보험을 활용한 비급여 진료가 가장 진료과들이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백내장 비급여 수정체 등의 비급여를 크게 늘린 덕택이다. 이들은 보장률이 단 3년 만에 30%p 이상 감소하기도 하였다. 

 

현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확대로 실손의료보험의 반사이익을 줄이기 위해 실손의료보험 개혁과 공사보험 연계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실손의료보험에 의한 비급여의 팽창이라는 풍선효과가 건강보험 보장확대의 성과를 끌어내린 셈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계속 투입하는데, 보장률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디선가 밑빠진 독이 있다는 의미다. 그 독은 다름 아닌 실손의료보험이다. 

 

다른 한편, 문재인 케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는 비판도 있다.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확대는 서울의 대형병원의 문턱을 낮추어 지방의 중증환자들이 더 몰리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그럼 대형병원의 쏠림을 막기 위해 중증질환자의 보장을 낮추어야 할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중증질환과 고액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주는 건강보험 보장확대의 이득은 상급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라는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 이것으로 보장성확대정책이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 엉뚱하게 화살을 돌리지는 말자.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의료 전달 체계상의 문제이며, 시장 중심의 공급 체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랴.

 

이제 건강보험은 과거의 건강보험과는 질적으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효과를 실제 입원진료를 경험해본 환자들은 느끼고 있다. 과거와 달리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더라도 가계 파탄이 생기진 않는다.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서 암질환의 보장률은 80%가 훌쩍 넘는다. 경증질환보다 중증질환일수록 보장이 더 높다. 그동안 꾸준히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온 정책의 효과다. 과거에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턱없이 낮았고, 특히 중증질환일수록 보장이 낮아, 큰 병에 걸리면 기둥 뿌리 뽑힌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나 역시 과거에는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을 비판하며, '진료비 할인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우리의 건강보험은 이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유일무한 사회보장제도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은 지금의 80%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 여전히 소아암은 평균 1억 원 이상의 병원비가 발생한다. 보장률이 80%라 하더라도 환자 가족의 부담은 여전히 2000만 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방향은 상한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연간 100만 원이 넘는 환자 부담은 전부 건강보험이 부담하도록 하자는 정책이다. 동시에 실손의료보험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은 가계 파탄을 막는 효과보다는 과잉 진료를 부추기고 건강보험의 보장 효과를 반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실손의료보험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보장성 확대는 부작용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책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지금의 의료 공급 체계는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사익추구적인 의료공급의 특성이 강하다. 보장성 확대가 온전히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칼럼에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출처: 문재인 케어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프레시안)

 

문재인 케어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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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내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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