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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 활동/언론 기고

[경향] 청년들이 본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공포감에 앞서 학습·토론의 기회부터”

 

 

나현우 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장,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박나리 중앙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재학생, 강지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 2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접견실에서 ‘청년들이 본 연금개혁’ 좌담회를 하고 있다.프리랜서 노동자인 서지은(가명)씨도 참석했으나 본인 의사에 따라 사진에서 편집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 1월 ‘이대로 가다간 90년생부턴 국민연금 한 푼도 못받아’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많은 언론이 자료 제목을 그대로 따 보도했다. 마치 기금이 떨어지면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공포감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회공공연구원은 20대 사적연금 가입 증가율이 2020년 16.8%에서 2021년 70.0%로 대폭 늘었다며 “‘기금고갈=연금파산’ 식의 공포 마켓팅의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공포 마켓팅’에도 명분은 있다. 2018년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유지할 경우 2054~2057년쯤 재정이 고갈된다. 쌓인 재정이 없어도 해마다 필요한 연금액을 산정해 보험료를 걷고 급여를 내주면 되므로 못 받을 일은 없다. 다만 현재 9%인 보험료율이 3~4배로 오를 수 있다.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MZ세대에게 부담이 과중되지 않도록 세대 공평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MZ세대를 만났다. 강지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33·이하 강), 나현우 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장(30·이하 나),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31·이하 문), 박나리씨(26·중앙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이하 박), 서지은씨(30·가명·프리랜서 노동자, 이하 서) 등 청년 노동자와 활동가, 연구자 등 5명이 지난 25일 경향신문사에 모여 연금개혁을 주제로 토론했다. 이들은 언론과 정치권이 공포감만 조성하지 말고 연금에 대한 학습과 토론의 기회부터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또 향후 구성될 공적연금개혁위원회에 다양한 청년 그룹이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청년들은 국민연금을 어떻게 인식하나

 

강=당장 넣는 보험료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대선 때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국민연금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관심도가 확 올라갔다. 그럼에도 일단 국민연금 제도를 명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똑같은 재정추계를 놓고도 해석이 다 다르다 보니 혼란스러워 한다.

 

나=연금을 당장 받지는 못하고 근로소득에서 보험료만 나가다 보니 당장의 효능감이 떨어져 의무가입을 폐지하자는 말이 나온다. 최근 코인, 주식, 부동산 등 투기 관련 이슈가 많은데 사실 국가가 노후를 보장한다는 것에 대한 신뢰가 젊은 세대 내에선 이미 무너졌다. 오히려 당장 쓸 수 있는 돈을 확보하고 대출을 껴서 투자해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는 게 불안정성이 덜하다고 본다.

 

문=청년에게 연금이 먼 미래의 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우선순위에 놓을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팩트(사실)가 아닌 것들로 공적으로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는 데 대한 불신을 너무 많이 조장하고 있다.

 

박=‘받지도 못할 건데 왜 가입해야 해?’라는 거부감과 무관심, 분노가 모두 있다. 청년 개개인의 삶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단지 세금이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많다. 연금개혁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도 구체적이지 않고 빈 껍데기만 있는 느낌을 받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냥 ‘나의 가처분 소득을 빼앗는 나쁜 제도’라고만 인식하게 되고 언론도 그렇게 몰아가는 분위기다.

 

서=제가 바로 연금개혁에 대해 알아보다 포기한 1인이다. 애초에 연금을 받을 거란 생각도 해본 적 없다. 다만 돈을 낼 수만 있다면 국민연금에 내고 싶다. 내 삶의 최소한의 안전망으로서. 그런데 수입이 불규칙하고, 지역가입자라서 10%를 다 내는데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연금개혁은 왜 필요한가

 

강=1990년대생부터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는 건 전경련 등 재계의 프레임이라고 볼 문제가 아니다. 공적연금의 구조적 문제가 대단히 크다. 출산율 하락, 고령화, 기금 고갈은 예정된 사실이다. 부과방식으로 바꾸든 재정에서 충당하든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건 변함 없다. 개혁을 미룰수록 문제는 악화된다. 나중에 보험료는 3~4배 더 내고 받는 돈은 똑같은데 누가 억울하지 않겠는가.

 

나=재정추계를 할 때마다 ‘기금이 언제 고갈된다’고 하면서 발등에 불을 떨어뜨린다.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 또 노인빈곤율이 높은 상황에서 보장성을 확보하는 문제, 비경제활동 인구와 납부예외자 등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문제가 있다. 학문적 해법은 다 나와있고 정치적 해법을 고민할 때다.

2018년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나타낸 그래픽.

 

-어떤 연금개혁이 필요한가

문=국민연금은 잘 설계된 제도다. 다만 만든 지가 얼마 안 됐고, 그 사이 인구·산업구조가 갑작스럽게 변했다. 어느 누구도 당시엔 예측할 수 없었다. 국민연금을 변형해 노동자의 부담을 조정하는 건 가능할 거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부담해야 될 총량이 어떻게 될지, 미래의 노인들이 존엄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어떤 부담을 져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박=노인이 되고 근로능력이 떨어졌을 때 국가가 보장을 해주지 않으면 독립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제도는 이런 이유에서 만들었는데, 소득대체율이 31.2%로 다른 선진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고 그 결과 높은 노인 빈곤율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공적연금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서=프리랜서 노동자 입장에서는 사회안전망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산재보험은 등급을 스스로 정해 보험료를 어느 정도 내겠다고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 국민연금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저금액을 선택해서 그것만이라도 내도록 개선하면 어떨까. 또 직장가입자는 사업주와 4.5%씩 나눠내는데, 프리랜서 노동자 또한 사업주와 나눠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최근 예술인 고용보험이 의무화됐는데 국민연금 또한 사업주한테 강제해야 한다.

 

-전체 연금체계를 바꿔야 하나

 

박=우리나라 연금 시장은 공적연금, 사적연금, 퇴직연금 세 파트가 각각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국민연금이 조금 더 가져올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국민연금 재정건전성에 대해선 ‘공포 마케팅’이라고 할 정도로 과도하게 이야기하면서 조세로 충당하는 기초연금 재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덜하다. 정치권이 표를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2060년엔 노인 인구가 전체 40%에 달하는데, 지금처럼 이 중 70%에게 월 30만~50만원을 주면 재정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공무원연금과의 통합은 단기적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보험료율이 국민연금 9%, 공무원연금 18%로 2배 차이나기 때문이다.

 

문=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모두 감당 가능한 수준 안에서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게 중요하다. 기초연금은 지급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와, 국가 혹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재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초연금이 낮았기 때문에 인상해야 한다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어느 정도 오른 상황에서는 더 올릴 것인지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여러 사회보장 제도들과의 관계성을 고려해야 한다.

 

강=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건 당연히 중요한데, 그렇다면 보험료율을 어느 정도 올릴 것인지 실질적인 논의를 하는 게 첫 단계인 것 같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크레딧 제도 등 다양한 소득보장 제도의 장점을 고려해 잘 조합하면 실질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공적연금 구조 자체를 개혁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은 소득대체율을 올리느냐, 보험료율을 올리느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체적인 공적연금 틀 안에서 직역연금을 통합하고, 기초연금도 올리다가 어느 수준이 되면 최저소득보장 연금으로 변경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나=당장은 모수개혁(큰 틀은 유지하되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의 핵심 변수 조정)이 필요하다. 기금 고갈 시기가 나와있는데 어떤 조치도 이뤄진 게 없다. 적어도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선행되고 시간을 번 다음에 공적연금의 구조를 개혁하고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상황에서 시간만 흘려보내는 건 너무 아깝다. 앞으로 국민연금 수혜 인구가 늘어난다면 기초연금은 범위를 좁히면서 금액은 올리는 방식으로 노인빈곤 해소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연금을 통합하는 문제에 대해선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기금 규모가 큰 국민연금과 합치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왼쪽부터 강지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33), 나현우 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장(30),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31), 박나리 중앙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재학생(26). 박민규 선임기자

 

-연금개혁이 성공하려면

강=제도에 대한 신뢰가 대단히 낮은 상태에서 개혁을 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사실관계부터 공유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데이터를 나열해 주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 반박할 수 없는 사실들을 놓고 입장을 정하고 토론을 해야 한다. 지금은 가장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다 다르게 보고 해석을 달리 하니까 초점이 전혀 잡히지 않는다.

 

나=연금개혁은 정치적인 작업이다. 세대 간 형평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세대 간 부양, 사회계약으로 봐야 한다. 이게 이미 인식적으로 다 해체됐다. 개혁은 사회계약을 다시 맺는 계기가 돼야 하고, 집단적 학습과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선 2019~2020년 무작위로 시민 150명을 뽑아 탄소감축안을 논의하는 ‘기후시민회의’를 열었더니 정부보다 더 강한 감축안을 냈다고 한다.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여러 경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문=2015년부터 연금을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 세 차례 참여했다. 항상 느낀 문제는 비공개이면서 숙의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내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게 하고 논의해야 할 것들이 닫혀버리는 문제를 낳는다. 독일에선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면 토론회를 수 백차례 열고 젊은층 참여를 위해 영화제 등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더라.

 

강=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둘지 국회에 둘지를 보면 현 정부의 개혁 의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엔 연금개혁론에 대해 ‘용돈연금을 줄 것이냐’며 반박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엔 연금개혁을 강력하게 하면서 현 체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수지불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국민정서와 맞지 않다며 거부했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조금이라도 풀리는 문제인데 ‘공론장을 만들었다’며 공 넘기기만 할까봐 걱정된다.

 

박=사람들을 모아놓고 연금 문제를 토론하자고 하면 그냥 배우기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연금 제도나 사회보험이 교육과정에 들어가면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높이는 일이 될 것 같다.

 

나=윤석열 정부가 역사에 공을 세우고 싶다면 연금 문제를 푸는 것도 굉장한 공이 될 수 있다. 탑 다운(Top-Down·하향식 의사결정)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성취한다면 엄청난 성과가 될 거다. 시민사회도 결합해 새로운 사회계약을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

 

문=모두가 노인이 될 것이고, 노인이란 시기는 존엄이 위협받기 쉬운 때란 점을 주지해야 한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중에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존엄을 해치는 풍토와 역사를 미래 세대에게도 물려줄 것인지 선택하는 기로에 지금 서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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