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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 활동/언론 기고

[정동칼럼] 공평한 건강보험료

올해 하반기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개편된다. 2018년 1단계에 이은 2단계 조치이다. 벌써부터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를 강조하는 언론 기사들이 올라오고 심지어 제목에 ‘폭탄’ 단어까지 등장한다. 물론 건강보험료가 느는 사람도 줄어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공평한 건강보험료’이다. 가입자들의 불만이나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체계를 바로잡는 전향적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불공평한지.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으로서 경제적 능력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직장가입자에게는 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은 물론 재산, 자동차에도 매겨지고, 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 자격도 직장가입자 가족에게만 주어진다. 직장가입자는 유리하고, 지역가입자는 불리한 이원체계이다. 이러니 영세 자영업자, 직장가입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안정 취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어이없는 일들이 계속된다.

 

건강보험료가 직장, 지역으로 다르게 부과되는 이유는 소득파악의 차이 때문이다. 직장가입자의 소득은 투명하지만 지역가입자의 소득은 자료가 미비하거나 낮게 신고되므로 재산에라도 보험료를 매겨야 한다는 논리이다. 우리나라 소득파악의 현실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지만 전자거래의 빠른 확산으로 소득파악 행정이 꾸준히 개선되고, 현장에서 지역가입자의 과도한 부담이 명백하게 확인됨에도 부과체계 개혁은 더디기만 했다. 뒤늦게나마 2018년 건강보험료 산정에서 본격적인 개편이 시작되었다. 올해 2단계를 앞두고 일부 언론이 보험료 부담을 부각하지만 주요 내용은 이미 2018년에 정해진 대로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재난을 계기로 속도가 더해진 실시간 소득파악, 근래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재산 비중 증가 등을 감안하면 더욱 강력한 전환이 요구된다.

 

우선 모든 종합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매기자. 영세 자영업자, 불안정취업자들은 지역가입자로서 모든 종합소득에 보험료를 납부하지만 직장가입자는 회사 월급 외에 사업, 배당, 기타소득 등 보수외소득에선 연 3400만원까지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하반기에 기준액이 2000만원으로 낮아질 예정이지만 불공평하긴 마찬가지이다. 월급 이외의 별도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중·상위계층이다. 더 이상 특혜를 용인하지 말자.

 

둘째, 보험료 책임이 면제되는 피부양자의 요건을 강화하자. 현재 자식이 직장가입자이면서 자신의 공적연금, 금융소득 등 소득이 연 3400만원 이하인 노인은 피부양자로 편재되어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반면 앞의 피부양자와 소득이 비슷하더라도 자식이 없거나 집에 직장가입자가 없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얻지 못해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내야 한다. 역시 2단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기준액이 2000만원으로 낮아진다지만 이들보다 더 어려운 저임금노동자도 꼬박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공평하지 못하다. 게다가 피부양자 소득을 합산할 때 공적연금을 포함하면서 사적연금은 제외하는 것도 정당화될 수 없다. 사적연금도 당연히 소득으로 포함하여 연금 차별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셋째, 지역가입자의 재산 공제를 대폭 늘리자.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만 내는 재산분 보험료 금액이 결코 적지 않다. 건강보험공단 모의계산기에 따르면, 과세표준 2억원(시가 약 5억원) 주택의 경우 건강보험료가 대략 월 12만원이다. 이는 월 근로소득 340만원의 직장가입자가 납부하는 건강보험료 수준이다.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 한계를 보완하는 조치라지만 과도한 부과이다. 현재 재산 공제액이 최대 1350만원이고 2단계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되더라도 위 주택의 재산분 보험료가 10만원을 웃돈다. 당장 재산 부과를 폐지할 수 없다면 공제액을 훨씬 높여야 한다.

 

하반기 개편이 다가올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사람들의 원성이 커지고, 서슴없이 ‘폭탄론’을 던지는 기사도 나올 수 있다. 목표를 분명히 확인하자. 이는 지금까지 과도하게 보험료를 내던 사람들의 억울함을 덜고, 소득이 있음에도 보험료를 내지 않던 사람들의 책임을 정하는 일이다. 오히려 2단계 개편도 미진하다며 더욱 강력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야 한다. 어느 때보다 공평이 중시되는 시대이다. 건강보험료가 공평해야 건강보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도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에 꼭 이루자, 공평한 건강보험료.

 

 

[정동칼럼] 공평한 건강보험료

올해 하반기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개편된다. 2018년 1단계에 이은 2단계 조치이다. 벌써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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