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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 활동/언론 기고

[정동칼럼] 부자감세, 어떻게 대응할까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윤석열 정부가 부자감세를 추진한다. 대선 공약집에는 부동산 과세 완화 외에 별다른 감세 내용이 없었으나, 출범 후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을 명시했고, 여러 감세안을 묶어 오늘 ‘2022년 세제개편안’을 내놓는다.
 
며칠 전 당·정협의와 여권 인터뷰 등을 보면, 윤 정부의 조세정책은 부자감세로 집약된다. 일반 시민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며 소득제 과표구간을 일부 상향하지만 서민에게 돌아가는 감세액은 그리 크지 않다. 대신 천문학적 이윤을 거두는 대기업, 집값 상승 혜택을 본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의 세금 감면은 상당할 듯하다. 재벌대기업, 집부자 감세를 위하여 소득세 일부를 끼어놓은 모양새이고,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꾸준히 이어지던 증세 기조를 다시 부자감세로 되돌리려는 시도이다.

국가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요청되는 때에 세입을 줄이는 조치가 적절한가? 대기업과 집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게 공정에 부합하는가? 이 질문처럼 조세정의에 역행하는 감세라고 비판해야겠지만 논의 지형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면서 핵심 근거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시하고 부동산 과세에서 더불어민주당도 작년부터 감세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계기로 진보 쪽도 논리를 더 다듬어야 한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이후 변화된 조세환경을 감안하고 실질적인 증세정치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첫째, 최고세율 평가에서 OECD 기준을 넘어서자. 근래 보수 쪽은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이 OECD 평균을 넘었다고 강조한다. 이명박 정부 이후 부자감세 비판 등으로 증세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회가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였고 그 결과 세율이 OECD 평균을 웃돌게 되었다. 당·정협의에서 여당 정책위의장이 OECD 평균, 경제부총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역설하듯이 지금은 국제 평균이 감세 근거로 활용되는 상황이다.

한국 대기업에 적합한 법인세 준거는 어디일까? 세계 10대 경제국에 국적을 두고 막대한 이윤을 거두는 글로벌기업이 내는 세금이라면 동구권 나라들까지 포괄하는 OECD 38개국의 평균은 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G7 국가들과 비슷하고 다양한 감면 지원까지 감안하면 결코 대기업 부담이 무겁다고 볼 수 없다. 행정부는 나라 운영을 위하여 세금을 확보하는 의무도 지니기에, 국가재정의 핵심 세목인 법인세는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

둘째, 종합부동산세 감세에는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부동산에서 비정상인 건 지난 2년 폭등한 가격이며, 자산 증가에 따른 세금은 당연한 책임이다. 진정 세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는 정책을 뚝심있게 추진하면 된다. 그런데 정부는 집값이 올랐음에도 세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무리한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위해 부동산 세제를 훼손한다. 종합부동산세의 중과세가 자리도 잡기 전에 세율을 대폭 인하하고 부동산 과세의 기본 인프라인 공시가격과 과표기준까지 허물려 한다. 공시가격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다. 이에 현재 시가의 70% 초반 수준인 공시가격을 90%까지 상향하는 중인데 이를 재검토하고, 심지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종합부동산세에서는 100%에서 60%로 대폭 낮추어 사실상 공시가격 자체를 무력화하려 한다. 부동산 민생 문제는 세부담이 아니라 높은 집값과 주거비이다. 정부가 집부자를 위한 편법에 몰두한다면, 진보는 조세정의와 세입자 주거안정으로 전선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

셋째, 부자감세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대응은 세금의 효용성이다. 명확한 민생비전으로 세금이 왜 필요한지를 시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배당, 토지과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한 토지배당 등을 주창했다. 정의당은 모든 시민에게 월 100만원 이상을 보장하는 ‘빈곤 제로’ 시민최저소득을 제안하고, 공공주택의 대규모 확충도 약속했다. 왜 야당들은 이 담대한 공약들을 민생비전으로 구체화하여 증세정치의 토대로 삼지 않는가.

곧 세제개편을 둘러싸고 공방이 시작될 것이다. 부자감세가 다시 등장한 만큼 진보의 대응도 새로워야 한다. 기존 국제 비교 방식을 넘어야 하고, 세입자 입장에 분명히 서야 하며, 손에 잡히는 민생비전도 세워야 한다. 각 정치세력의 정체성과 실력이 드러나는 세금정치를 고대한다.